라이프스타일 기획은 이제'시간의 질'을 높이는방향으로 향한다.
서점을 재정의 했다고 평가받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콘셉트는 '프리미엄 에이지'를 목표로 한 서점이었다.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가 오픈한 이후 프리미엄 에이지들만이 이곳을 찾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동경한 젊음 세대들이 이곳에 더 유입되었다. 그 덕분에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는 더욱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는 멋진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20년간 꾸준히 지속된 일본 출판업계의 부진, 모바일&영상 퍼스트 시대로의 전환, 구독 경제 등장(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넷플릭스)등은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도 변화를 요구했다.
소비자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라는 CCC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 고객가치를 추구하는 CCC 답게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도 시대변화를 반영해 공간에 큰 변화를 주었다. 오히려 전국 츠타야 서점과 T카드에서 모은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순발력이 보일 뿐이었다.
초창기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가 타깃으로 삼은 고객군은 '프리미엄 에이지'였다. 하지만 2019년의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는 '프리미엄 에이지와 이를 동경하는 세대'로 타깃을 확장했다. CCC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대폭 확충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 있던 프린지를 단독 매장으로 가져와 'F&B' 콘텐츠를 대폭 늘렸다. 음반코너를 라운지로 바꾸어 음악공연, 토크쇼 등 더 역동적인 경험을 제안하려고 한다. 또한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 내 좌석을 대폭 늘렸다. 이를 통해 기존 콘셉트인 '숲 속의 도서관'을 '숲 속의 리조트'로 보다 더 유연하게 바꾸었다.
지금 시대 젊은이들은 자기 취향을 과거처럼 물건을 통해 선택하지 않는다. 이제 젊은이들은 취향 자체를 '시간'으로 보내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츠타야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 시기부터 이리저리 퍼져있던 장르를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츠타야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인들이 이들이 츠타야 안에서 '자기다움'을 선택할 수 있기를 원했다. 츠타야는 이 같은 철학을 여전히 고수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의 프로토타입이라는 롯폰기점에서부터 최근 론칭한 OTT인 츠타야 TV까지 시대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해왔다. [최근에는 롯폰기점을 리뉴얼했으머, 중국에도 3곳의 츠타야 서점을 만들었다.]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소비자들은 '선택'보다 '느끼고'싶어 한다는 점. 이 같은 니즈에 츠타야도 생각만큼 유연하고 빠르기 대처하기가 힘겨워하는 모양이었다.
'물건'을 매개로 한 라이프스타일 제안도 그 중심은 결국 '소비'다. 아무리 멋져 보여도 잡화는 잡화다. 사람들은 이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츠타야는 '물건'보다는 츠타야에서 제시하는 '제안'과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츠타야 안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공간전략을 바꾸었다. 오히려 제안을 '줄이고' 기획의 결을 더 세밀하게 높였다.
기존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는 책, 잡지, 잡화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중심이었다. 서점이면서도 서점이 아닌 복합 문화공간에 가까웠다. 츠타야는 언제나 [요리, 여행, 그릇]등 서로 다른 물건들을 책을 사용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츠타야 방식 제안들은 오히려 츠타야에서 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협업과 콘텐츠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형태로 바꾸었다.
창업자인 마쓰다 무네이키 말대로 '고객가치'와 '고객행복'을 우선시하기 위해서 과거 모습도 과감하게 일부 버리는 모습이다. 이는 다이칸야마뿐만 아니라 츠타야 가전, 츠타야 나카메구로와 롯폰기 매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단, 쇼난 츠타야 티 사이트는 예외다.(쇼난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 같은 츠타야가 취한 변화의 시작은 음반코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2019년 6월 음악코너를 전격 개편했다. 2018년만 해도 츠타야의 음악코너는 음악, 책, 잡지, 잡화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존에 취급하던 20만 장의 음반을 5000 장으로 대폭 줄였다. 라운지 구석구석에 새로 나온 음반, 명반, 희귀 음반 등 4000 장의 CD 및 LP를 비치했다. 60석이었던 좌석을 160석으로 늘렸다. 단순히 좌석을 늘리는 선에서 끝내지 않았다. 음악 아카이브와 DJ 부스를 마련해 다양한 음악 요청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편했다. 서비스 설계를 아예 바꾼 셈이다.
음악 잡지, 음악에 대한 책 (양서, 일본 서적)도 풍부하게 준비했다. 음악 현업에서 종사했던 분들이 컨시어저로 활동하는 것도 변함없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공연과 토크쇼]는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의 '제안'을 더 높은 결을 가진 경험으로 바꾼다. 세밀하게 손질한 동선 설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프린지-스타벅스-음악 라운지-안진]로 이어지는 동선은 개인 선택이 '경험'과 '시간'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유연하게 연결된 동선을 통해 사람들은 음식에서 음악까지 각자의 취향을 즐기거나 발견할 수 있다. 음악 라운지가 생기기 전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는 [책, 잡지, 잡화, 비디오]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의지하고 있었다. 단지 기획의 밀도가 높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라운지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험 제시'를 채웠다. 이는 '텍스트'중심에서 '이미지'중심으로 사회가 변했다든 사실을 반영한 결과다.
아래 사진을 보면 2년 사이에 공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경험 밀도'를 높여라: 라이브와 토크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 공간
음악 라운지에서는 그랜드 피아노를 설치해 눈앞에서 펼쳐지는 아티스트의 연주를 눈과 귀로 즐길 수 있게 했다. 토크쇼를 위한 무대도 피아노 옆에 설치했다. 관련 공지는 라운지 입구에 적어놓았다. 강연 및 공연 일정은 다이칸야 티 사이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음악 라운지 공간 확보를 위해 기존 애플 매장을 음반매장과 통합했다. 에어 팟과 아이폰을 세트로 사용하는 요즘 애플 기기를 음반코너에 넣는 일은 최적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알코올음료를 판매하는 코너도 새로 만들었다. 자연광이 쏟아지는 창가 자리에서 나무와 식물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같은 건물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건물 내 스타 벅스 커피를 마시며 음악, 잡지(과월호) 등을 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다이칸야마 음악코너가'음악'에 머물렀다면? 새로 바꾼 음악 라운지는 '시간과 경험'이 중심이다. 이 변화 중심은 역시나 '시간'이다.
매년 다이칸야마에 갈 때마다 도서 분류 변화를 확인해본다.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의 도서 분류는 항상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제안이었다. 이 덕분에 츠타야는 책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 츠타야 가전만 해도 카메라와 TV, 음향기기, 스마트폰 주변기기 등 모든 분야 제품 등이 책을 통과하면서 이미지를 얻었다. 책은 언제나 '제안'에 필요한 이미지를 제공했기에, '제안'을 뒷받침하는 맥락은 더욱 강력해졌다. 하지만 이제 츠타야는 이 같은 방식이 점차 설득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츠타야 가전만 해도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쇼룸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그렇다고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다. 비중을 더 줄였다.) 2018년 8월 말 츠타야 가전과 2019년 8월 말의 츠타야 가전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
현재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도서 분류는 기존 도서관 분류와 츠타야만의 독자적인 분류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어떤 분류가 더 좋은가?'가 아니다. 핵심은 유연함이다. 무엇을 위해서? 바로 제안을 위해서다. 여행 코너에서는 서울, 대만, 프랑스, 뉴욕, 덴마크같이 일반 도서관과 서점에서 사용하는 분류체계를 사용한다. 철학 같은 경우, 프랑스 현대철학, 고전철학 등으로 분류한다. 요리코너는 일본요리만 세분 하 했고, 일본을 제외한 나라들의 요리는 포괄적으로 배치했다.
문학, 경영, 디자인, 문학 등 큰 범주 내로 나누고 오히려 라이프스타일 기획은 협업을 중심으로 한 독립코너로 따로 분리했다. 반면에 '레이싱'을 기획하는 코너에서는 레이싱, 영국, 이탈리아, 독일같이 맥락을 중심으로 한 기획을 했다. 일본 특유의 세밀한 편집이 오히려 돋보인다.
문학, 경영, 디자인, 문학 등 큰 범주 내로 나누고 오히려 라이프스타일 기획은 협업을 중심으로 한 독립코너로 따로 분리했다. 반면에 '레이싱'을 기획하는 코너에서는 레이싱, 영국, 이탈리아, 독일같이 맥락을 중심으로 한 기획을 했다. 일본 특유의 세밀한 편집이 오히려 돋보인다.
'식문화'에 대한 기획에서는 요리책, 잡지, 음식 등 책을 통해 이미지를 강조한 츠타야 고유 방식을 사용했다. 오히려 '책'을 통해서 제안을 구체화할 수 있는 부분에 적극 활용한 게 돋보인다.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자체를 분석한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공간에는 자리를 채워 넣었다. 1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대체적으로 큰 범주로 도서를 재 정렬했다는 점이다. 출판시장 불황이 그대로 반영된 걸 볼 수 있었다.
일본 서점의 점포수, 인구당 서점 평수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동시에 서점 마진은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즉, 서점 점포수와 평수가 꾸준히 감소하는데 '마진이 제자리'라는 점은 책에 대한 절대 수요가 줄었다는 걸 시사한다. 실제로 일본 서점 수는 지난 20년 동안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서서히 쪼그라들고 있다는 거다. 20년 전부터 [도서 , 월간지 , 주간지]의 판매액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1996년 [도서, 월간지, 주간지]의 총판매 금액은 약 2,700억 엔(3조) 정도다. 20년이 지난 2017년에는 1,400억 엔(1.5조)이다. 20년 사이 판매액 규모가 절반 정도 감소한 셈이다.(월간지 및 주간지는 신문이나 잡지 등이 해당.) 신문, 잡지, 책의 판매 부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말은 출판 업계 시장 전체가 침체하는 걸 말한다.
뿐만 아니라 종이로 발행하고 있는 [간행물 , 신문]도 해마다 줄고 있다. 판매 부수 감소는 물론 이에 직결된 [출판 업계 &인쇄업계]도 같이 오랜 침체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1997년 [만화 &만화 잡지]의 총판매 금액은 약 5,800억 엔(6조) 정도다. 20년이 지난 2017년에는 2,800억 엔(3조)이다. 대략 절반 정도 규모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일본의 웹툰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만화를 접하는 매체는 모바일 앱이 28.6%로 단행본 39.6%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만화 앱은 기존 종이매체(단행본 및 잡지)로 만화를 보지 않던 [10-30] 대의 젊은 여성층이 새로운 독자로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웹툰 시장에서 카카오재팬의 픽코마와 라인에서 운영하는 라인 망가는 일본 1,2위를 달리고 있다. 픽코마와 라인 망가가 일본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지 출판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또한 2021년 카카오는 일본 최대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의 대주주가 되었으며, 카도카와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일본 내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생각이다.
일본 역시 OTT 서비스가 활발하다. 츠타야도 스트리밍 서비스인 츠타야 TV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amazon, 넷플릭스, , 유튜브, 디즈니 플러스, 훌루, dTV, Unext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영상 퍼스트는 도쿄도 마찬가지다. 도쿄 지하철에서도 영상을 보는 사람을 찾는 일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 길거리에서도 영상을 본다. 데이트를 하면서도 영상을 같이 본다. [츠타야 음악 라운지에서 OTT를 같이 보는 커플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 지하철처럼 도쿄 지하철도 종이 광고가 많이 없어지는 추세다. 신형 전동차(야마노테선)에서는 한국 지하털 철처럼 영상광고를 하고 있다. 모바일퍼스트 시대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일부 라이프스타일이 동일해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정보의 빠른 유통도 서울과 도쿄 간의 시간 격차를 매우 빠르게 줄이고 있다.
2018년 일본 임프레스연구소(관련 내용은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제공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일본 OTT 사용자들은 ‘좋은 화질의 콘텐츠’를 ‘커다란 화면’을 통해 ‘안정된 장소’에서 자신의 ‘기호에 맞는 작품’을 골라 광고 등에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보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츠타야는 조사 결과에 가장 부합하는 이상적인 공간을 현재 다이칸야마에 만들어 놓았다.
나 역시도 넷플릭스를 이용하지만 넷플릭스에 영화가 많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종종 SNS에서 영화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에서 검색을 해본다. 이 같은 부분을 방영한 듯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영화를 찾을 수 공간을 규모를 조금 더 키웠다. 영상코너에 비치한 영화를 보면 당장 보지는 않아도 그걸 츠타야 TV에서 검색을 해서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츠타야 TV와 츠타야 서점을 간접적으로 연동시켜놓아도 볼 수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가 공간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공간에 머물 '동기'를 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영상 콘텐츠 확충은 츠타야가 주목하는 타깃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또한 츠타야가 T포인트를 비롯한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츠타야 TV 서비스는 츠타야 서점 내 DVD를 콘텐츠로 바꾼다.
영상코너에서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은 과거와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영상 기획과 라이프스타일 기획은 예전보다 더욱 좋아졌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영화 '일일시호일' 기획전을 하고 있었는데 '다도'에 사용하는 기모노에서부터 전통과자까지 모두 세트로 판매하고 있었다. [영화 일일시호일은 '다도'를 다루는 영화인데,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한 영화이기도 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어린이 코너다. 어린이 도서&책을 영상코너에서 분리시켜 단독 공간으로 만들었다. 어린이와 엄마들이 같이 책을 볼 수 있도록 소파와 의자 간격도 조절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어린이 도서코너는 작은 어린이 서점처럼 보인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는 아이 동반 손님들이 많은 편인데, 이를 적극 반영한 모양이다.
CCC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 음반코너의 리모델링을 통해 좌석을 100개 정도 늘렸다. 뿐만 아니라 3개 건물동. 6곳 공간 내에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에는 모두 좌석을 만들었다. 좌석 확대는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조금이라도 앉을 수 있는 공간에는 의자를 모두 비치했다. 이러한 변화는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긴자 식스 츠타야 서점도 책장 일부를 없애고 좌석을 늘렸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와 가까운 츠타야 나카메구로 점도 좌석을 대폭 늘렸다. 후타코 타마가와에 위치한 츠타야 가전도 좌석을 늘렸다. [시부야에 위치한 츠타야 아파트먼트는 만석이라서 들어가지도 못했다.]
기존 라이카가 입주했던 공간에는 스타벅스 프린지가 들어왔다. 그곳 역시 좌석이 10석 이상이다. 1년 전 만해도 브런치는 아이비 플레이스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사실 스타벅스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음식 콘텐츠가 약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는 프린지를 통해서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혼자서 밥을 먹거나 책을 보며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프린지로 가면 된다. 조금은 근사하게 먹고 싶다면 아이비 플레이스로 가면 된다. 와인과 위스키 및 식사를 할 수 있는 라운지인 안진도 여전하다.
이미 츠타야는 츠타야 TV라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 츠타야 TV를 보거나 혹은 영상물을 대여한다면? 이 역시 츠타야에게는 이득이다. 라이프스타일 기획을 줄였지만, '기획 자체'를 공간에 넣어서 츠타야 그 자체를 소비하는 형태로 바꿨다. 오히려 라이프스타일 기획에서 플랫폼이라는 성격이 보다 더 강해졌다고 보는 게 좋다. 이제 우리가 2018년 혹은 2017년 말에 생각하던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는 부분적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쇼난 티 사이트는 예외다. 쇼난 티 사이트는 후지사와 STT내에서 라이프스타일센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교토 오카자키점 같은 경우는 2019년 처음 방문했기에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츠타야가 어느 지점의 좌석을 몇 석 늘였냐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기획이 '시간'을 파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는 오프라인에 대한 재정의다. 기존 오프라인 공간은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었지만 이제 오프라인은 이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일본도 밀 키트가 정착했다. 게다가 아마존, 라쿠텐, 조조타운 같은 온라인 커머스가 강세다. 종종 도쿄에 갈 때마다 아마존 재팬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아마존 재팬에서 물건을 구매해본다. 흥미롭게도 아마존 재팬에서 구매한 물건이 아마존이 예상한 시간보다 더 빨리 숙소에 도착하기도 했다.
츠타야는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을 시간을 더 소비하는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나는 이를 밀레니얼 세대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렉서스 미트 히비야에는 여성 방문객이 많았지만, 중년 혹은 노년 손님들이 찾아와서 차를 직접 만져보고 상담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프라인에 대한 재정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츠타야도 이 부분에서는 벅차 하는 느낌이 강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처음 츠타야에 갔을 때는 기획과 공간에 대한 구현에 여유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앞으로 이렇게 갈 거야!'라는 자신감보다는 '일단 이렇게 공간을 만들었어. 그렇지만 이게 맞겠지?' 하는 확신보다는 불안감이 공간에서 느껴졌다. 빠른 변화 속도를 버거워하는 건 도쿄나 서울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프린지의 단독 입점은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가 추구하는 변화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 이유를 스타벅스에서 먼저 찾아볼 필요가 있다. 스타벅스 재팬이 스타벅스 마로니에 긴자점을 리저브로 재개장한 이유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 파악한 '체류시간 증가로 인한 객단가 증가'를 데이터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프린지도 이를 반영한 전략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다이칸야마 프린지와 스타벅스 다이칸야마 츠타야점이 만나서 스타벅스 로스터리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점이 된다.)
프린지는 기존 다이칸야마 츠타야 스타벅스 매장이 풍부하게 담지 못한 F&B 부분을 보강한다. 물론 다이칸야마 츠타에서는 이미 아이비 플레이스라는 멋진 레스토랑이 있다. 하지만 아이비 플레이스는 매장에 들어가야 한다. 나 역시도 아이비 플레이스에서 브런치를 먹어보았다. 아이비 플레이스를 이용하면 가뜩이나 자리잡기 어려운 츠타야 좌석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츠타야에는 스타벅스에서 구입한 음식은 내부 취식을 허용하기 때문에 한번 앉은 츠타야 좌석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점심과 저녁에 가본 프린지는 확실히 점심에 브런치 손님이 많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급속히 증가하는 편이었다. 음식물 반납은 스타벅스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이칸야마 츠타야 내 스타벅스 야외 좌석에서 먹는 손님도 상당히 많았다. 뿐만 아니라 프린지는 시간대별로 음식이 다르다. 저녁에는 칵테일도 판매한다. 프린지를 통해서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 음식을 파는 안진, 패밀리마트, 스타벅스, 아이비 플레이스는 모두 콘텐츠로 변한다. 이를 통해 다이칸야마에 머무는 사람들은 더 다양한 시간을 다이칸야마 츠타야 안에서 소비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나 역시도 프린지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4시간가량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3개 건물동을 관통하는 MAGAZINE STREET는 이미 유명하다. 일본이 출판 대국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 잡지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를 반영한 탓인지 1년 전과 비교해 잡지 스트리트 내 잡지량을 많이 줄였다. 이와 달리 츠타야는 자신들이 구축한 잡지 아카이브 일부를 이용해 기획전을 여는 방향으로 부족한 콘텐츠를 채웠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레이싱'이라는 큰 주제로 '스포츠카' 혹은 '드라이빙'분야에 연결된 자동차 기획전을 하고 있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레이싱 자동차와 관련된 책과 잡지, 잡화를 한쪽에서 따로 모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협업을 진행 코너도 MAGAZINE STREET로 일부 옮겨서 진행하고 있었다. 안진으로 올라가는 길은 갤러리 화했다. 같은 기획이 쇼난 티 사이트에도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는 '물건'을 중심으로 한 큐레이션에서 '시간'을 중심으로 한 큐레이션으로 변했다. 기존 음반매장을 라운지로 바꾸고 애플 매장을 음반코너와 합치고. 청음실과 라운지를 만들고, F&B를 늘렸다. 좌석을 대폭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주중에도 자리가 항상 부족하다. 반면에 도서, 잡지는 줄였다. 텍스트 콘텐츠는 줄고 이미지 콘텐츠는 증가했다. 츠타야 TV와의 연계를 통해 모바일퍼스트와 젊은 세대의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는 '제안'의 범위속에 '시간'이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다. 하지만 '숲 속의 도서관'에서 '숲 속의 리조트'로 빠르게 변화하려는 츠타야는 유독 초조해 보였다. 2016년부터 꾸준히 가본 츠타야는 항상 라이프스타일 제안에 중심을 두었지만 , 지금은 츠타야도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처하기가 버거워하는 모습이 강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의 변화는 '시간'의 큐레이션에 대처하자'다. 핵심은 '시간'제안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취향'을 바탕으로 '제안'을 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선에서 끝낸다. 그렇지만 츠타야는 이제 다이칸야마에서 먹고, 마시고, 쉬고, 보고, 일하기를 권한다. 이러한 점은 근처에 위치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와 츠타야는 이미 파트너다. 츠타야 서점 안에는 언제나 스타벅스가 있기에 이 둘을 합쳐서 츠타비라고 부른다. 또한 신기하게도 두 회사는 미묘하게 나아가는 방향이 비슷하다. 마치 친구처럼 말이다.
새롭게 바뀐 다이칸야마 츠타야를 한 문장으로 말해본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을 거다.
"야 오늘 츠타야네 가서 놀자~ 개네 집에 이번에 프린지라고 들어왔던데?'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에 입점한 아이비 플레이스, 프린지, 안진, 패밀리마트는 더욱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안진, 프린지는 바의 역할도 겸한다. 저녁시간에는 더욱 느긋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뮤직 라운지에서 음악을 신청하고 재즈를 듣는다. 종종 라이브 음악도 듣는다. 평소에 듣고 싶었던 주제에 대한 토크쇼 일정이 있다면 스마트폰에 체크해준다. 신형 아이폰이 새로 나왔다고 하니 궁금하다. 음악 라운지 안 애플 매장에서 확인해보면 된다. 라운지 앉아서 친구와 넷플릭스, 츠타야 TV를 본다. 집에 있는 4K TV로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봐야겠다. 집에 가기 전에 빌려가야겠다. 조금 전에 보던 드라마에서 나온 지역은 '시코쿠'라고 한다. '다음 연휴에는 시코쿠를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여행 코너에서 가서 시코쿠 여행 책을 꺼낸 후, T-Travel에 가서 상품을 알아본다. "내일 아침에 먹을 간편식을 사야겠네?"라고 혼잣말을 하며 패밀리마트로 간다. 츠타야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는 일. 츠타야가 향하는 방향은 오히려 호텔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기획의 중심은 '마침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언제나 기획은 '진행형'으로 가야 함을 깨달은 모습이다.
츠타야는 '서점'으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점 및 공간으로 그 범위가 커졌다. CCC창업자이자 대표인 마쓰다 무네아키 대표는 'CCC는 더 이상 서점이 아니라 기획회사다'라고 언제나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CCC직원들도 항상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고 고객가치와 고객 입장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책, 음악, 비디오 (동시에 렌털)에서 시작한 제안은 이제 잡화, 가전제품을 넘어 '생활양식'이라는 '시간'을 취급한다. 그렇지만 물건이 주도한 ‘강한’ 시대가 끝나가면서 츠타야도 '물건'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추구하고자 생활양식 제안을 ‘물건’에서 ‘시간’으로 옮기고 있다.
‘부드러운’ 큐레이션은 ‘물건’ 이 아닌 ‘시간’을 큐레이션 한다. 앞으로 오프라인은 단순한 브랜딩이 아닌 질적인 감도를 높여야 한다. 브랜드 미감이 세밀하게 드러나지 않는 공간은 사람들이 외면하리라 생각한다. 외피만 강조하는 브랜드는 이제 사람들이 다 안다. 블루보틀만 해도 외피는 부드러워 보이나 블루보틀이 만든 공감 감도는 매우 강력하다. 그렇다고 공간을 깔끔하거나 세련되게 만들어야 함이 아니다. 배달의 민족이 세련된 공간을 만들면 맞지 않을 것이다. 삼성이 갤럭시 하라주쿠를 세련되게 만들 수 있는 이유도 갤럭시 S10 실루엣이 가진 부드러움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물건을 사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필요한 물건만 산다. 오히려 우리는 더욱 시간을 누리고 싶어 한다.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이 아니다. 다른 이들의 방해 없이 혼자 보내거나 혹은 소중한 이들과 말이다. 지난 3,4년간 가장 많이 바뀐 소리가 있다면 그건 카메라 소리다. 요즘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소리를 들어보면 그 소리가 미세하게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부쩍 “따따따 따 따따따~"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스마트폰 사진 연사 소리다. 이 카메라 연사 소리는 카메라 역할이 기록이 아닌 '놀이'로 바뀌었음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따따따 따다~"하며 고속 촬영을 하고 낄낄낄 웃으며 사진을 확인한다. 뛰고 구르며 멋지고 웃긴 포즈를 지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중에서도 선명하거니 재밌게 나오는 사진들을 포스팅한다. 사진 어플로 손질을 하고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다. 그냥 그 자체로 즐거운 거다. 이미지가‘보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이미지는 ‘향유’하고 누리는 대상이다.
사람들은 이제 물건을 사도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물건이 사라지고 경험이 다가왔다. 하지만 취향을 누릴 수 있는 공간에서는 ‘그곳에서 오늘은 무엇을 누릴까? 즐길까? 느낄까?’를 생각한다. 구독 경제가 뜨는 이유도 '소비'가 주는 짧은 즐거움을 사람들이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경험을 제안하는 시대의 초창기다. 아직 기업, 개인 모두 ‘경험을 판다’에 대해서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단계다. 그렇지만 이 단계는 매우 따르게 변하리라 생각한다. 이미지를 넘어, 영상시대가 도래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정말 짧았으니까. 솔직하게 "변했나?"가 느껴지기 힘들 정도다. 이미 변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제 기업도 사람도 모두 이미지와 영상으로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이제 정보는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그만큼 우리가 받아들이는 속도는 더더욱 빨라질게 분명하다.
과거는 ‘명사’가 지배하는 강한 시대였다. 제안, 광고, 기획, 구현이라는 명사. 한 명의 크레이티브 한 천재가 '제안'하고! 광고 캠페인을 하고!, 기획을 해내는!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제안하다, 기획하다, 구현하다] 등 ‘동사’가 지배하는 부드러운 시대로 향하고 있다. EBS에서 하는 자이언트 펭 TV를 보자. 펭수는 정말로 뻔뻔하지 않은가? 부드럽게'전 해지는 감성. 브랜드끼리 협업을 하며 브랜드가 가진 강점을 부드럽게 녹아낸다. 지금 시대는 이렇게 흘러간다. 과거에는 브랜드 스토리와 이에 기반한 제품이면 충분했다. 광고와 이미지면 충분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매체는 글자, 사진, 영상 등으로 더욱 많아졌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감 범위 자체가 넓어졌다. 이제 브랜드 스토리는 제품에서 경험으로 넘어갔다. 그다음은 경험 그 자체에 대한 '질적 추구'다. 단편적인 경험이 질적인 발전을 거치고 나면 '밀도감 높은 시간'으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