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즈 한남의 공간에는 빛과 사람이 있다.
사운즈 한남은 JOH가 추구해온 가치를 정리한 이 정표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다.매거진 B으로부터 시작한 고민을 모은 탐구보고서라고 해야할까? 광화문 디타워, 글래드 호텔, 네스트 호텔, 세컨드 키친(현 타트틴 베이커리 한남점), 일호식, 세컨드 키(사운즈한남내), 콰르텟, 매거진 B 등. JOH가 쌓아온 모든 것을 사운즈 한남에서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글래드 호텔 속 벽돌 패턴, 네스트 호텔의 채광, 디 타워 내 조명과 창문 , 매거진 B속서체와 색감같이 JOH가 선보인 모든 작업물에서의 감성을 사운즈 한남에서 느낄 수 있다.
빛은 공간을 이끈다.. 빛이 공간의 성격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운즈도 마찬가지다. 불규칙한 건물 위로 빛이 불규칙하게 흘러 들어온다. 그 덕분에 안에서 다양한 느낌을 가진 공간이 사운즈 한남에 생긴다. '레지던스'를 제외하고 외지인이 갈 수 있는 사운즈 공간에는 어디선가 항상 빛이 들어온다. 다양한 빛이 사운즈에 들어올수 있는 이유는 입지 때문이다. 사운즈의 입지를 살펴보면 아래로는 한강. 위로는 남산이 있다.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다. 하지만 이솝과 콰르텟을 포함한 상점들이 입점한 공간 사방으로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보니 배산임수 지형을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스틸 북스'에 들어가 라스트 페이지까지 올라가는 계단에서 사운즈와 전경을 보는 순간 이곳이 배산임수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일단 바로 위로 남산이 보인다. 스틸 북스 안쪽 창가에서 바깥을 보아도 역시나 남산이 보인다. 게다가 남산 때문에 변하는 빛이 사운즈 옆 집과 나무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틸 북스 계단 옆 의자에 앉아서 아래를 바라보면 시간대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채광을 볼 수 있다. 만약 사운즈 한남을 간다면? 사운즈 구석구석마다 비치는 빛을 보자. 그 자체로 숨은 즐거움이니까.ㅌ₩
사운즈 1층 광장에는 빛이 다채롭게 떨어지기 때문에 사진도 다채롭게 나온다. 사진을 찍어보면 어디선가 빛이 과하게 들어오는 곳이 보인다.. 햇빛은 벽돌과 건물벽과 만나서 사람들이 입은 옷 색깔을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와서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도 직관적으로 빛의 변화를 알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사운즈 한남은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앙 파티오 구조다. 중앙에 소규모 광장이 있다. 그곳은 벽돌로 쌓아 올려서 이탈리아식 광장을 연출했다. 광장 주변으로 입점한 콰르텟과 이솝은 사운즈 내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골목길 같은 동선을 만들면서 면이면서도 동시에 선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이같이 통로가 공간 역할을 하는 모습을 사운즈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반면에 가나아트, 세컨드 키친, 일호식은 면적인 공간 전개를 한다. 선적인 요소가 없다.
'갤러리'를 공간으로 가져오는 가나아트.
세컨드 키친 앞에 앉으면 가나아트 갤러리가 그대로 들어온다.가나아트 위치는 사운즈의 디테일 그 자체다. JOH가 말하는 '작은 것의 위대함'과 '영감 받는 삶'은 가나아트와 세컨드 키친 사이 공간에서 가장 극대화된다. 가나아트는 사진처럼 통유리와 철골 프레임을 사용했다.가나아트 주변의 벽,철 프레임, 벽돌, 시멘트 계단까지 모두 하나의 색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가 공간에 편안함을 만든다.사운즈 내 입점 건물 중에서 유일하게 입구가 가장 크고 색이 밝다. 그나마 비슷한 공간으로는 '스틸로'가 있지만 스틸로는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게다가 '스틸로'로 내려가는 계단을 향해 빛이 수직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가나아트와 비교할 수 없다.
가나아트에서 전시하고 있는 예술품들은 통유리를 통해 세컨드 키친과 세컨드 키친 앞쪽에 조성된 공간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다.이는 갤러리를 야외 공간으로 끌고오며, 세컨드 키친 앞 공간을 하나의 방으로 만든다. 가나아트 앞에 아무도 없을 때는 주변이 갤러리처럼 변한다.가나아트가 세컨드키친 앞까지 확장되는 셈이다.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는 순간 갤러리 같은 공간은 '길'로 변한다.사람의 유무에 따라 '면'같은 공간이 '선'같은 공간으로 변하는 셈이다. 공간과 사람의 호흡이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보고싶다면? 세컨드 키친 앞에서 가나아트 쪽을 바라보면서 앉아보기를 권한다.또한 세컨드 키친 앞 공간의 의자들이 모두 금속 재질이다. 이는 가나아트 내 작품과는 질적 대조를 이루며 금속이 연출하는 오는 차가움을 상쇄시킨다.
3.미세하게 다른 빛이 들어오는 사운즈의 길들.
사운즈 내 동선은 대부분 직선이다. 건물 최고층에서 아래까지 모양이 각기 다른 창문도 일자로 정렬되어있다. 전면 3개의 건물 후면 2개의 건물은 블록으로 쌓은 느낌이 매우 강하디. JOH가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듯'멀티 레이어'로 쌓은 건물 형태는 직관적이다.. 특히 사운즈 앞쪽 두 번째 건물에서 콰르텟까지 일괄적으로 일자 동선으로 떨어지는 창문은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빛을 반사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광장 및 사운즈 내 채광을 조절한다.
사운즈 안의 공간은 어떻게 보면 일본 정원의 '쓰보니와'와 서양 건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중정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주거공간'이 있는 사운즈에게는 필수적으로 정원이 필요했기에 그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JOH는 사운즈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Urban Greenery 식물과 그늘’입니다. 서울은 특히 녹지가 부족한 도시입니다. 자동차와 매연, 소음이 조금이라도 차단된 공간에서 나무와 꽃을 바라볼 수 있는 그늘과 벤치만 있어도 편안한 마음과 여유를 갖게 해 줄 것입니다. 공간의 규모가 크든 작든 일정 부분은 식물과 그늘로 채우려고 합니다."
사운즈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손쉽게 길과 대면한다.게다가 JOH는 사운즈 한남의 길폭과 건물 높이의 비례를 적당하게 조절해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심리적인 평온함을 느끼도록 했다.지붕만 덮으면 사운즈 한남내 광장은 하나의 큰 실내공간이 된다.집이 가진 개인성과 한남동이라는 지역성까지 고려한 건축이다. 이를 통해 사운즈 한남속 심리적인 안정감을 매우 탄탄해진다.집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JOH가 사운즈 한남 전체를 사람을 감싸는 공간으로 설계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없는 집은 그 어떤 집보다도 최악일 테니까.
사운즈는 공간 묘사를 위한 소재 선택에도 공을 드렸다. 가장 두드러지는 소재는 단연코 벽돌이다.빛과 회색 벽돌의 조화는 이곳만의 특징이자 공간의 중심축이다. 많은 공간에 벽돌을 적절하게 사용했기에, 공간이 따스함을 잃어버리지 않는다.게다가 사운즈 내 벽돌색은 진하지 않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 색깔도 돋보인다. 콰르텟, 일호식, 이솝, 세컨드 키친 주면에는 유리, 철, 벽돌, 나무, 식물을 적절하게 비치해 빛이 공간에 골고루 퍼지게 만들었다. 또한 오르오르에서 이마트 24까지 이어지는 길목에서는 전등과 채광창을 설치했다. 빛은 거리 내 질감을 두드러지게 공간의 지루함을 줄였다. 자연스러운 화단 연출도 좋다. [이마트 24는 최근 폐점했다.]
세스코 장비도 죽는 공간에 놓아 공간 낭비를 줄였다. 침침할 수 있는 공간에 자연광과 주황빛 전등과 벽 내부에 삽입한 전등등을 통해 공간 내 강약은 물론이며 버리는 공간도 살려냈다. 1층 광장에는 빨간색 의자를 비치해 활력을 더했다. 금속 질감이 두드러지는 빨간색 의자는 사운즈 한남 공간을 화사하게 만든다. (콰트렛의 색깔이기도 하지만!) 세컨드 키친 앞 금속 의자가 가나아트에 비치된 예술품과 맥락을 연결하는 점과는 또 다르다. 공간 자체가 '매거진 B' 자체를 많이 닮았다.
사운즈에서는 선, 면, 빛이 합을 이루어 만드는 평온함을 느낄수 있다.JOH가3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들인 정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사실 사운즈 전체 모습은 사운즈에서 볼 수가 없다. 사운즈 반대편에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사운즈 건물 세 곳도 카메라에 모두 잡기가 쉽지 않다. 도쿄에 가본 사람이라면 사운즈가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와 비슷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눈치챌 수도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여러 곳이다. 의식주를 아우른다는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사운즈와 츠타야 서점은 분명히 다르다. 사운즈는 거주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와 다른 점은 식물배치다. 서울과 도쿄의 식물배치는 분명하게 다르다. 사운즈의 녹음은 사운즈가 위치한 한남동 전체와 어울리며, 이곳을 오는 사람들을 평온하게 만드는데 집중한다.다이칸야마 츠타야는 주변에 맞게 조성한 흔적이 강하다.이건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일본과 한국이 정원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정원은 자연을 잘라내고 인공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와 다르게 한국은 자연스러운 자연에서 빈 곳을 찾아서 건물을 만드는 식이다.다이칸야마 츠타야 타사이트는 '간결함'을 매개로 하며 그 속에서 의식주 콘텐츠를 전개한다. 반면에 사운즈는 의식주 가 '사람'을 향한다. 사운즈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 힘을 불어넣는 건 사람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만약 그곳에 사람이 없다면 길목일 뿐이다. 사람이 많이 지나가지 않는 스틸로로 내려가는 길목과 콰르텟 길목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분명해진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요소들은 하나의 '마을'이라는 공간으로 마무리한다. 사운즈에서 가만히 있다가 '레지던스'에 거주하는 가족을 보았다. 콰르텟 혹은 스틸 북스에서 나오는 사람과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놀이터에서 노는 사람이 구분되는데도 말이다. 에이솝과 콰르텟 그리고 이마트 24까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운즈는 무엇인가 마을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서울에는 아파트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어린 시절 좁은 골목길에서 항상 새로운 무언인가 찾으며 놀았다. 놀이터에서 있는 나무 사이 공간에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과자를 먹기도 했다. 어느 순간 아파트가 생기면서 우리가 알던 공간들은 점차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공간 속에서 디테일을 찾는 일에 무감각해졌다. 사운즈가 의도한 마을 분위기는 '발견'이다.사운즈는 무감각해진 감각에 조금이라도 자극할 하려는 의도가 많다. 사운즈 내 광장, 골목길같이 공간에서 의외의 발견들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정성을 담은 게 눈에 보였다. 촉감을 강조한 벽과 이에 반사하는 빛은 사람들이 사운즈라는 공간의 소리를 듣기를 권한다. 누군가를 위해서 짓기보다는 '모두가 다시 기억하고 싶었던 순간'을 공간에 담으려고 한 흔적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