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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13. 2019

아크 앤 북이 생각하는 책의 역할.

책이 가진 물성에 집중하며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하는 서점.

2호선 을지로입구 역을 나와 시청 방면으로 가다 보면 뜬금없이 빌딩 지하로 향하는 잔디밭과 돌들이 보인다. 돌계단을 따라서 걸어가면 재즈음악과 함께 뉴욕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서점 한 곳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지인이"시청 근처에 마치 츠타야 서점 같은 곳이 생겼다고 하더라. 아크 앤 북이라고 한번 가봐"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 지인이 말했던 서점. 아크 앤 북이었다.


아크 앤 북: 트렌드와 트렌디하지 않음을 모두 고려한 '제안'


얼리어답터 혹은 힙스터들은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제안이라도 사람들이 가진 '생각의 속도'와 맞지 않으면 외면당하기 쉽다. 스마트폰이 처음에는 젊은이들만이 사용하는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전 연령이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이 된 것처럼, 사람들이 새로운 제안 혹은 물건을 받아들이기까지는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순간부터 서점을 나누는 기준이 '츠타야 같은'과 '츠타야 같지 않은'으로 나눠진 느낌이다. 사실 도쿄만 가도  츠타야 같은 기획은 모든 편집샵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형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기획 형태가 이제 자리를 잡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사람들에게 친숙해지는 단계다. 츠타야 서점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책'이 중심인 서점이 좋은 이들도 있다. 오히려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자리 잡고 있는 과도기라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아크 앤 북은 이 같은 '과도기'를 잘 포착했다. 이곳에서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은 기존 도서 분류 체재를 유지한다. 동시에 그 안에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위한 기획을 '부분적'으로 시도한다. 동시에 이를  '의식 주정락'으로 확장하는 세밀함도 엿보인다.




생활양식 제안과 카테고리 분류의 이원화.


'생활 제안'을 목적으로 하는 도서 진열은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성을 중심으로 하고 논리적인 접근을 피한다.

책을 통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은 책 자체가 하나의 문화를 제시한다.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목적이기 때문에 책은  '연관성'을 중심으로 진열한다. 논리적인 접근은 피한다. '맥락'을 중심으로 제안하기 때문이다. 츠타야에서 책을 중심으로 제안할 때 '잡화'가 꼭 들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행, 음식, 요리, 인문, 문학, 디자인, 건축, 예술 같은 장르별 분류. 단행본과 문고본 같은 분류는 '생활 제안'을 위한 제안에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논리적인 접근.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 혹은 원리'이라는 사전적인 접근을 따라간다면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하는 도서 진열보다는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도서 진열로 향한다. 둘 다 무엇이 옳고 그름은 없다. 만일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목적으로 한다면 전자가 좋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공공도서관같이 '지식'이 우선이 되는 곳은 후자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아크 앤 북은 기존 서점이 취하는 '카테고리' 분류와 츠타야가 취하는 '맥락(장르)' 분류를 혼합해 사용하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꾀한다.


 책의 물성을 돋보이게 하는 책 커버 중심 제안. 


사람의 시선과 손이 닿는 곳의 책은 모두 책 커버를 중심으로 진열했고 그위는 제목만 보이는 방식을 취했다.

책은  '(무언가)'을 전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에세이를 쓰는 일, 소설을 쓰는 일, 지식을 정리하는 일등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문자로 담긴 매체가 책이다.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 그렇기에 책은 '지식'으로 이루어진 생활 제안의 집합체다. 만약 책을 소개한다면 그 책이 '어떤 지식'을 전하려고 하는지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알게 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책은 쌓여있거나 꽂힌 상태다. 점적인 접촉이 대부분이다. 책을 커버로 제안한다는 말은 책의 내용을 가장 함축한 제목과 내용을 ‘면’으로 제안하는 일과 같다. 점보다는 면이 더 크게 보이고 더욱 직관적이지 않은가?


책 커버를 정면으로 놓고 배치하면 사람들 책을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책 내용은 책 커버에서 가장 함축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책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특별한 이미지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책 커버가 자연스럽게'메시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매우 직관적으로 말이다. 오브제이면서도 가장 책다워진다. 책의 역할, 물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책 커버를 중심으로 펼치는 단순하지만 세밀한 면적인 구성은 한국에서의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어떻게 나아갈지 실마리를 제시한다.

아크 앤 북은 매장 전체에서 일관적으로 책 커버가 보이도록 진열했다. 사람의 시선과 손이 닿는 곳의 책은 모두 '책 커버'를 중심으로 진열했으며, 사람들 시야를 벗어나는 곳은 책 제목만 보이는 방식을 취했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책을 직관적으로 접하게 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여행 책 커버도 보이도록 배치했다. 책 정보가 직관적으로 보이는 건 당연하다. 어린이 도서는 더욱 직관적이다. 만일 조카와 서점에 간다면? 교보문고가 아닌 이곳에 오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만일 츠타야 및 일본이라면 이것저것 최대한 빽빽하게 집어넣었을 거다. 일본 기획이 빽빽하게 채워 넣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확실하게  일본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일본은 정적이고 빽빽한 문화를 선호한다. 이를 고려하면서 일본 기획을 봐야 한다.)


카테고리, 장르, 관심사를 동일한 분류로 엮어 선택폭을  간결하게 만든 도서 분류


도서 배치를 조금 더 보도록 하자. 축구 분야에서 메시, 호날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축구선수 자서전, 영국 축구문화에 대한 책, 포체티노 감독에 관한 책을 비치했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특정 선수 혹은 감독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분히 축구 마니아들을 위한 접근이다. 또한 축구 마니아들은 당연히 영국 축구문화에 관심이 많을 거다. 유감스럽게도 리버풀은 없다. 물론 여기에 매거진 B의 '챔피언스리그'이슈 나 런던 여행책을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 '축구 마니아'를 위한 기획이 너무 과도해진다. '제안의 결'도 흐려진다. 맥락으로 충분히 엮을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 균형감을 잘 잡았다.

취미에서는 클라이밍, 골프, 캠핑을 소개한다. 제주도는 제주도 여행과 관련한 도서를 비치했다.  잡화는 오로지 프렌치 프레스만 놓았다. 여행 커뮤니티에서 포스팅되는 사진 중 제주도  카페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센스만점이다.(많은 제주도 여행 브이로그에서 카페에서 인생 샷 남기기는 필수다.) 또한 프렌치프레스가 다른 커피 추출 도구와는 다르게 차도 우려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디테일도 돋보인다. (제주도는 차도 유명하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제안이다. 아마도 츠타야 가전 혹은 츠타야 티 사이트 같은 경우라면 아마도 적어도 분쇄 도구, 에어로 프레스 등 여러 가지 도구가 더 있었을 거다.

외국어 공부책 내용이 확 눈에 들어온다.

아크 앤 북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책'이 가진 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디테일이다. 이러한 면은 카테고리별 분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외국어 공부에 대한 '수요'를 잘 짚었다.  '외국어 학습'에 대한 카테고리만 가져와 '집중도'를 높였다. 외국어 공부와 외국어 여행은 전혀 다르다는 걸 고려한다면 외국어 공부를 하려는 이들이 직관적으로 표지를 보고 책 내용을 판단하게끔 도왔다. 고객중심이 꼭 '제안'이라는 형태를 취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고객이 더 직관적으로 책 내용을  알 수 있게 돕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고객중심이고 제안이다.

딥러닝에서 컴퓨터 부품까지, 카테고리와 맥락을 적절히 매칭 한 점도 좋다.

IT/정보 분야도 카테고리 분류가 좋다. 특히 데이터 분석 도서 분류가 좋다. 데이터 분석에 사용하는 언어인  R, 엑셀, 케라스(케라스를 데이터 분석으로만 분류하기는 어렵다.) 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컴퓨터 조립, 유튜브 관련 책까지  '카테고리'와 '맥락'을 잘 연결했다. 만화는 완결전까지는 단행본으로 계속 출간되기 때문에 일반 도서 단행본과  연결하기에는 애매하다. 이를 고려해 만화는 단행본 위주로 배치했다. 하지만 만화 옆에 그래픽 노블을 진열해 확장성을 더 했다. 예술 코너도 동양, 서양, 미술 분류가 아닌 '예술' 그 자체에서 시작한다. 아크 앤 북스가 위치한 을지로입구 지역이 궁궐, 국립 고궁박물관, 대림미술관, 일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청 본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삼청동 갤러리 거리와 인접한 지리적인 부분도  고려한 디테일이다.



필요한 제안만 하는 잡화&도서코너.


문구를 도구가 아닌 '창의성의 시작'시작으로 접근했기에 맥락 전개가 막힘이 없다.


문구에서 책까지 짜임새가 좋았던 코너. 꽉 차있지도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라이프스타일 제안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이미지'다. 가장 먼저 책과 잡지를 통해 '이미지'를 쌓아 기본 맥락을 만든다. 그다음에 맥락이 연결되는 다른 분야의 책 혹은 잡화를 가져와 '맥락'을 보충한다. 하지만 맥락이 애매하면 그만큼 기획도 무너진다. 책을 통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의 가진 가장 큰 장점과 단점 모두 '맥락'이기에, 맥락이 무너지면 기획이 의미 없어진다. 그렇기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만일 '맥락'을 연결하지 못한다면? 아예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이러한 면은 아크 앤 북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위의 사진 속에 책, 노트, 필기도구 코너를 보자. 처음에는 만년필과 문구가 진열되어있다. 그 옆에는 바로 노트와 펜이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딱  필요한 물건만 있다. 이 배치는 사람들에게 '메모를 하자.'라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을 전한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노트와 문구 옆에서는 '창의성'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도 진열했다. 이를 통해 '메모는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라는 메시지를 만든다. '메모를 하자'라는 메시지에 '창의성과 생산성'이라는 맥락을 더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생산성, 창의성에 대한 책을 '커버'가 아닌 '제목'만 보이도록 진열해  '맥락'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

잡화코너에는 '내 방이 곧 미술관’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그 옆에는 '내방이 곧 미술관'이라는 메시지와 관련된 상품의 정보만 간략하게 적었다. 몰스킨 같은 특정 브랜드의 물건만 두어 맥락을 더 강화시켰다. 기획 자체가 과하지 않다. 하지만 매거진 B와 잡화가 있는 코너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이곳에서는 메시지와 제안도 느끼지 못했다.'맥락'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강조하는 매거진 B옆에 잡화만 덩그러니 있으니, 이도 저도 아니다. 이런 경우가 바로 맥락이 없어서 기획이 무너지는 경우다. 뭐든지 잘할 수는 없다.


아늑한 조명과 천장 높이.

조명이 이끄는 분위기는 태극당 앞 샹들리에서 끝난다. 앞에 있는 띵굴 마켓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조명이 가지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빛은 사람에게 공간이 가진 감성을 전한다. 빛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감은  공간이 추구하는 정서를 만든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공간에서 얼마나 따듯함을 느끼는지 아닌지는 조명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내가 공간에서 조명의 중요성을 본 곳은 츠타야 가전과 긴자 식스 츠타야 서점과 스타벅스다. 츠타야 가전은 1,2층에서 공간마다 조도가 모두 다르다. 요리 클래스가 열리는 요리코너는 다른 코너보다 조금 더 밝다. 어린이 코너는 아이들을 위해 공간을 설계하다 보니 조명이 밝다. 조명 색도 아늑한 전구색이 아닌 주광색이다. 긴자 식스 같은 경우 츠타야 서점에서 스타벅스 리저브로 걸어가는 조명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편안함을 연출한다.

아크 앤 북의 시그니처 할 수 있는 책 터널. 아크 앤 백을 정체성을 잘 담아낸 조명.

아크 앤 북은 전체 서점 벽이 짙은 갈색에 전구색 조명을 사용했다. 은은한 전구색 조명은 아크 앤 북을 매장 안 진한 갈색 벽과 만나 편안함을 만든다. 그 편안함은 매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태극당 앞 샹들리에 조명에서 마무리된다. 태극당 앞에는 아크 앤 북보다 밝은 톤의  조명을 사용하는 띵굴 마켓이 자리한다. 2,3톤 밝은 띵굴 마켓 조명은 자연스럽게 아크 앤 북과의 띵굴 마켓 간 경계를 만든다.



음식점과 서점 간의 적절한 거리.


식당과 서점 간의 공간 단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서가를 만들었다.

내가 도쿄에서 본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중 공간 배치가 가장 훌륭한 곳 중 하나가  '살롱 아담 드 로페'다. 도큐 플라자 긴자 지하 1층에 위치한 살롱 아담 드 로페'는 매장 안에 식당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상품 진열장에서 창가를 통해 식당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가게 안에서 상품을 보던 이들은 창가를 통해 언제든지 식당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창가를 통해 자연스럽게 식당을 보기 때문에 '살롱 아담 드 로페' 내부 식당을 같은 공간으로 생각하게 된다.


아크 앤 북내 식당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서점 안을 걸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식당을 보게 된다. 이를 통해 가게와 음식점간의 공간 흐름을 자연스러워진다. 또한'서점'이라는 공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식당 입구 양옆에 통로에는 서재를 비치했다. 이 서재들 덕에 식당과 아크 앤 북간 괴리감이 거의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바닥이다.  바닥 색이 서점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에  빌딩 바닥 전체를 바꿔야 하는 대규모 공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바닥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책이 아닌 최소한 쉼을 제안하는 공간.


많은 이들이 아크 앤 북에서 책으로 만든 통로가 인상 깊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의 관점에서 아크 앤 북이 지향하는 방향이 잘 표현된 공간은 책을 볼 수 있는 '소파'다. 아크 앤 북 구석에 위치한 푹신한 소파에는 책을 더 잘 보게 돕는 전등, 전기 콘센트, 컵홀더가 함께 있다. 이왕에 볼 거면 제대로 보라고 만들어놓은 소파 좌석은 뭔가 화끈하다. 책을 읽기 위해서 소파에 앉으면 그 반대편에는 잡지가 보인다. 아쉽게도 잡지는 커버가 싸져있다. 이렇게 조성한 조그마한 공간은 '아크 앤 북'이 생각하는 책은 '쉼'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제대로 만든 소 파석이다.

을지로에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아크 앤 북에 설치된 소파는 도심에서 잠시나마 즐길 수 있는 편안 쉼 그 자체다. 점심 혹은 퇴근길에 이곳에 잠시 들러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꼭 책을 보지 않아도 말이다. 사람을 위한 공간은 꼭 커야 할 필요는 없다.  공간이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할수록  공간은 더 생기 있고 활동력을 가질 테니까.

usb포트, 콘센트, 책, 의자 현대인의 삶은 이렇게 축약할 수도 있다.

어떤 공간이든지 그곳이 지향하는 방향성은 특정 공간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는 음반코너 내 청음석과  2층 창가 자리가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블루보틀 성수는 빛이 들어오는 키친과 콘크리트 벽이다. 블루보틀 산겐자야점은 정원이다. 긴자 식스 츠타야는 전시회가 열리는 중정이다. 뉴욕 스트랜드 서점은 높은 책장이다. 시부야 록시땅 카페는 이모르뗄 꽃이다. 


긴자식스6층의 핵심공간인 책정워느 록시땅카페의 핵심인 이모르뗄꽃.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오프라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에 바라보던 관점으로만 오프라인 공간을 접근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오프라인 공간의 대명사였던 서점 역시 마찬가지다. 서점은 항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해주는 창구였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사람들은 서점에게 그 이상을 요구한다. 책을 넘은 무언가를 요구한다.



책은 여전히 지식을 얻는 창구다. 이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책만이 지식을 얻은 '수단'이라는 걸 고수하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 우리는 음성, 영상, 이미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지식을 얻는다. 그렇다면 책은 이제 어디로 향해야 할까? 아직 분명한 답은 나와있지 않다. 


불과 2,30년 전만 해도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는 문자였다. 그렇지만 정보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그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접근하는 매체는 ’ 문자 중심’에서 '이미지 중심’으로 바뀌었다. 세상을 주도하는 기술이 변하면 언제나 기존 물건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책의 시대는 저무는가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책을 보고 책을 사랑한다. 아마도 지금 책은 ‘문자’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으로서의 확장’을 요구받는 게 아닐까? 그 답은 누군가 제시하는 게 아닐 거다. 우리 모두가 만들어야 할 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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