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기절,, “이거 왜 이래? 나 김부장이야!”
코로나 이후로 부동산 집값이 폭등해버려서 집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갭이 너무 크게 벌어져버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급여를 모아도 한참 후에나 집을 살까 말까 한 이 현실에 한탄한다. 나도 부동산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이 책이 유명하다는 건 온라인에서 익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읽고 싶었다.
그리고 책 제목에서부터 짜릿함이 가득했다. 서울, 자가, 대기업, 김 부장이라...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부읽남 유튜브 채널에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저자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저자는 직장인이었는데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한두 시간 전 일찍 출근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했고, 주말에는 임장을 다녔다고 했다.
그런 그의 노력이 책으로 나왔기 때문에 사람 냄새가 나서 읽고 싶었고, 요즘 더 핫한 부동산과 대기업, 부장을 어떻게 재미있게 녹여냈을지 궁금했다. 구립 도서관 목록에서 가장 빨리 대출을 할 수 있는 도서관을 찾아 예약했고 그마저도 2주 후에나 1권을 빌릴 수 있었다. (3권까지 나와서 2, 3권은 예약을 기다리고 있다.)
결론은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에너지는 이틀 안에 다 소진하여 읽은 것 같다. 머리를 비우고 볼 수 있어서 더 즐겁게 읽었다.
지질한 우월감과 권위의식에 젖은 김 부장의 적나라한 내면의 서술이 의외로 유쾌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읽다 보면 실소를 터뜨린다. 마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지질한 구석을 들키는 기분이다. 게다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도 그렇다고 하니 왠지 그에 대한 연민과 함께 퍽퍽한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나에 대한 위로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요즘 핫한 토픽 거리인 부동산을 소재로 세대, 조직, 직급, 직업, 가족, 남편, 부인 사이사이의 김 부장의 생각을 풀어낸 것도 재치 있다. 김 부장이라 하는 그 대표성이 주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른 김 부장의 반성으로 인해 그렇게까지 무겁고 진지하게 내막을 이끌어가지는 않는다.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건 꼰대에 우월감,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김 부장을 인간 냄새나게 그려내는 작가의 장치일 테다. 그래서 더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재미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라 하면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도 김 부장 스스로 남들과 비교하고 격차를 설정하는 부분이 인간 군상을 낱낱이 드러냈다. 너무 적나라하게 그려져서 유쾌 통쾌 상쾌한데 어쩐지 사람 냄새가 난다. 그게 작가가 부동산, 대기업, 김 부장이라는 무게감을 넘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지.
얼른 2, 3권을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서 여전히 인기가 너무 많다. 하루빨리 반납해주세요.. 현기증 나요
마치 초등학교 시절 일요일 아침 8시에 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는 것처럼, 신문 뒷면의 방송 스케줄표를 보고 보고 싶은 방송에 형광펜으로 줄을 긋던 어린아이처럼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 내일은! 책을 빌려오는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므로!
부동산이든, 학벌이든, 직장이든, 직업이든, 사이드 프로젝트든, 결혼이든, 무엇이든 인생에서 이룬 것의 결과 전에는 항상 그 사람이 노력했던 과정이 있는데 내가 노력한 나의 인생만 보고 남과 비교하기에는 인생이 짧은 것 같다. 늘 정답은 이성적으로 알고 있지만 어느 날은 비교하며 김 부장 같은 내면의 씨앗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대자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있자면 내가 한없이 작아지고 못나 보인다.
그럴 때는 좋아하는 걸 잠시라도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어찌 보면 나도 갖고 있는 김 부장의 모습을 치킨을 발골해내듯이 탈탈 털어준 작가 덕분에 유쾌하게 책을 볼 수 있었고, 좀 더 장황하게 말하자면 나와 다르지 않구나 하며 의연하게 삶을 개척할 에너지원과 관점을 달리하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일말의 유머를 안겨준 것 같다. (물론 노력하는 과정은 번뇌가 함께 하겠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임장을 다녀 자산을 만들고, 그 과정을 오롯이 버티고 견뎌내고 이끌어가고, 책까지도 쓴 송희구 과장님 앤 저자님 부럽습니다!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러니 얼른 반납해주세요.. 저의 선 대출자분이시여..! 저자의 인터뷰 영상은 아래에
방향이 흔들리고 조금 지쳤을 때 읽으면 좋은 책
https://brunch.co.kr/@happying/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