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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는 우리 이야기일까

설화도 사람 사는 이야기

by 피터팬


견우와 직녀는, 어쩌면 우리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설화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니까.


우리는 부부다.

그런데 지금은 함께 살지 않는다.


아내는 서울에, 나는 제주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


이 결정이 쉬웠던 건 아니다.

처음엔 불안했다.

거리는 시간보다 멀었고,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쉽게 닿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보자.”


어떤 일이 있어도.

중요한 일이 있든 없든,

피곤하든 바쁘든 상관없이,


아무 이유 없어도 좋으니,

한 달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하자고 했다.


처음엔 그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서로의 스케줄은 달랐고,

비행기 표를 끊는 것도 간단하지 않았다.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이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약속은 단 한 번도 어겨진 적이 없다.


같이 있는 날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다시 떨어지면 마음이 허전해진다.

만날 땐 괜찮을 줄 알았는데,

헤어지는 날엔 늘 마음 한 켠이 쓸쓸하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이 결정이 맞는 걸까?”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시작한 이 거리.

그런데 그 미래가 가까워질수록,

지금 이 외로움이 더 커지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면

진짜 견우와 직녀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함께 살 수 없는 시간 속을 견디는 사람들.


그렇다면,

우리 사이에도 그런 다리가 놓일 수 있을까.

견우와 직녀에게 오작교가 있었듯,

우리에게도

조금 더 빨리 함께 살게 해줄,

그런 행운의 다리가.


정말 우리에게도,

그런 기적이 찾아올 수 있을까.


오늘도 마음엔

그리움만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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