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옹'의 수많은 뜻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고양이와 5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나는 아직도 “냐옹”이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아빠, 나 밥 줘.”
“엄마, 간식 떨어졌어.”
그냥 딱 이렇게 말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고양이 코짱이는 “냐옹~” 한마디로
배고픔, 졸림, 분노, 귀찮음, 감정기복...
모든 걸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그 속 뜻은 잘 모르고
그냥 귀엽게만 느껴진다.
반면, 아내는 다르다.
코짱이와 대화를 한다.
무려, 10분 동안.
“코짱아, 오늘 기분 어때?”
“냐옹~”
“그래? 아침에 내가 문 안 열어줘서 삐졌구나?”
“냐앙.”
“미안해~ 간식 줄게.”
이쯤 되면 거의 텔레파시다.
혹시 둘만 아는 제2외국어라도 있는 걸까?
나는 겨우 여섯 가지만 알아듣는다.
문 앞에 조용히 앉아 울면,
“문 좀 열어달라”는 신호고.
밥그릇 앞에서 꼬르륵거리며 울면,
“배고프다”는 뜻이고.
화장실 근처를 맴돌며 투덜거리면,
“왜 아직도 안 치웠냐”고 나를 다그친다.
내 앞에 와서 눈을 맞추며 울면,
“심심하니까 놀아달라”는 거고.
내가 퇴근해 들어왔을 때 반기는 울음은,
“간식 잊지 않았지?”라는 일종의 확인이다.
그리고, 물그릇 앞에 조용히 서서
짧게 한 번 울면
“물이 없다”는 무언의 경고다.
이 정도면,
고양이 언어 초급 과정은 이수한 거 아닐까?
그런데 아내는
울음소리 톤 하나로 감정을 분석한다.
“오빠, 지금 그건 짜증 섞인 냐옹이야.”
“엥? 기분 좋은 거 아니야?”
“아니야, 듣자마자 느껴지잖아. 기분 나빴대.”
“...그런가?”
나 혼자 행복회로 돌리고 있었던 것 같다.
왠지 아내에게 사기당한 느낌인데,
또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헷갈린다.
코짱이가 빗질 중에 “냐앙~” 하고 소리를 내면
나는 “오~ 시원한가 보다~” 하고 흐뭇해하지만,
아내는 말한다.
“오빠, 지금 그거... 완전 화난 거야.”
“엥? 난 좋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야, 딱 들어보면 알잖아. 싫다는 거야.”
“...아...”
말을 못 알아듣는데 기분은 맞춰야 하는,
감정 기반 생존 게임.
나는 매일 그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내가 코짱이의 감정을 알아듣는 건
단순히 ‘귀’가 트여서가 아니라,
그만큼 오래, 깊이, 바라봐왔기 때문 아닐까?
매일 눈빛을 읽고,
울음의 결을 기억하고,
반응하고, 관찰하고,
또 조심스럽게 마음에 새기고...
그 모든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언어.
나는 아직 서툴다.
그래서 코짱이가 내 무릎에 조용히 올라와 앉으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밥을 잘 먹고,
평화롭게 잠들어주면
그걸로 오늘 하루는 충분히 고맙다.
언젠가는 나도,
아내처럼
짧은 울음 하나로 코짱이의 마음을 읽게 될까?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오늘도
고양이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소리 없는 마음을 듣고,
말 없는 존재를 이해하는 연습.
아직은 서툴지만,
그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매일 연습 중이다.
ps.
코짱아! 그냥 말로 하면 안 되겠니?
말은 통하지 않아도,
네 눈빛 하나로 모든 게 설명돼.
오늘도 네 곁에서 배우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