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냥이와의 대화법

'냐옹'의 수많은 뜻

by 피터팬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고양이와 5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나는 아직도 “냐옹”이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아빠, 나 밥 줘.”

“엄마, 간식 떨어졌어.”

그냥 딱 이렇게 말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고양이 코짱이는 “냐옹~” 한마디로

배고픔, 졸림, 분노, 귀찮음, 감정기복...

모든 걸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그 속 뜻은 잘 모르고

그냥 귀엽게만 느껴진다.


반면, 아내는 다르다.

코짱이와 대화를 한다.

무려, 10분 동안.


“코짱아, 오늘 기분 어때?”

“냐옹~”

“그래? 아침에 내가 문 안 열어줘서 삐졌구나?”

“냐앙.”

“미안해~ 간식 줄게.”


이쯤 되면 거의 텔레파시다.

혹시 둘만 아는 제2외국어라도 있는 걸까?


나는 겨우 여섯 가지만 알아듣는다.


문 앞에 조용히 앉아 울면,
“문 좀 열어달라”는 신호고.


밥그릇 앞에서 꼬르륵거리며 울면,
“배고프다”는 뜻이고.


화장실 근처를 맴돌며 투덜거리면,
“왜 아직도 안 치웠냐”고 나를 다그친다.


내 앞에 와서 눈을 맞추며 울면,
“심심하니까 놀아달라”는 거고.


내가 퇴근해 들어왔을 때 반기는 울음은,
“간식 잊지 않았지?”라는 일종의 확인이다.


그리고, 물그릇 앞에 조용히 서서
짧게 한 번 울면
“물이 없다”는 무언의 경고다.


이 정도면,

고양이 언어 초급 과정은 이수한 거 아닐까?


그런데 아내는

울음소리 톤 하나로 감정을 분석한다.


“오빠, 지금 그건 짜증 섞인 냐옹이야.”

“엥? 기분 좋은 거 아니야?”

“아니야, 듣자마자 느껴지잖아. 기분 나빴대.”

“...그런가?”


나 혼자 행복회로 돌리고 있었던 것 같다.

왠지 아내에게 사기당한 느낌인데,

또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헷갈린다.


코짱이가 빗질 중에 “냐앙~” 하고 소리를 내면

나는 “오~ 시원한가 보다~” 하고 흐뭇해하지만,

아내는 말한다.


“오빠, 지금 그거... 완전 화난 거야.”

“엥? 난 좋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야, 딱 들어보면 알잖아. 싫다는 거야.”

“...아...”


말을 못 알아듣는데 기분은 맞춰야 하는,

감정 기반 생존 게임.


나는 매일 그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내가 코짱이의 감정을 알아듣는 건

단순히 ‘귀’가 트여서가 아니라,

그만큼 오래, 깊이, 바라봐왔기 때문 아닐까?


매일 눈빛을 읽고,

울음의 결을 기억하고,

반응하고, 관찰하고,

또 조심스럽게 마음에 새기고...


그 모든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언어.


나는 아직 서툴다.


그래서 코짱이가 내 무릎에 조용히 올라와 앉으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밥을 잘 먹고,

평화롭게 잠들어주면

그걸로 오늘 하루는 충분히 고맙다.


언젠가는 나도,

아내처럼

짧은 울음 하나로 코짱이의 마음을 읽게 될까?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오늘도

고양이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소리 없는 마음을 듣고,

말 없는 존재를 이해하는 연습.

아직은 서툴지만,

그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매일 연습 중이다.


ps.

코짱아! 그냥 말로 하면 안 되겠니?






0cd2ff06-9be7-4543-8ccb-e6288321d207.png



말은 통하지 않아도,

네 눈빛 하나로 모든 게 설명돼.

오늘도 네 곁에서 배우는 중이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