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아님
가끔, 정말 가끔씩
어디선가 “냐옹…” 소리가 들린다.
아, 밥 달라는 건가? 하고 고개를 돌려보면,
없다.
다시 집안을 둘러봐도,
고양이는 없다. 정말, 어디에도.
고양이와 함께 산 지 몇 년.
이제 웬만한 울음소리는 대충 구분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가끔 진짜 없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들었는데.
진짜 그 방향에서 울었는데.
조용히 앉아 다시 귀를 기울이면, 아무 소리도 없다.
이런 날은
고양이의 위치부터 확인하게 된다.
방 안에 있나?
캣타워에 있나?
베란다 쪽인가?
고양이는 숨는 데 천재다.
정말 그렇다.
웬만한 숨바꼭질은 고양이 편이다.
보통은 소파 밑, 커튼 뒤, 이불 속 같은
집사가 아는 장소에 있어준다.
하지만 가끔은,
“아니 거기에 어떻게 들어갔지?” 싶은
새로운 장소를 개척해 놓는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평소엔 잘 열지 않는 문을 열어보기 시작한다.
옷장, 서랍, 신발장, 침대 밑,
심지어 세탁기 안.
불러도 대답이 없고, 인기척도 없고,
그제야 조금씩 불안해진다.
“설마 밖으로 나간 건가?”
“문 잠글 때... 놓친 건가?”
“어디 낀 건 아닐까?”.
그렇게 한참을 찾다가,
지쳐갈 즈음
어디선가 조용히, 짧게 들리는 “야옹.”
처음엔 또 환청인가 싶지만,
이번엔 확실하다.
조용히 방문을 열어보면,
살짝 열린 문틈에 끼어서 꼼짝 않고 앉아 있거나,
생각지도 못한 이불 틈 사이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야, 거기서 뭐 해… 부르면 좀 대답 좀 하지.”
녀석은 별일 아니라는 듯 하품 한 번 하고는
슬금슬금 걸어 나와 물을 마신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예민해진 건지,
내가 진짜 환청을 듣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어디 숨었는지 모를 생명체를 향해
늘 귀를 기울이며 사는 일이라는 거다.
ps.
코짱아 나 보청기 달아야 할까...?
코짱아,
안 보여서 무서운 게 아니야.
닿지 않을까 봐 무서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