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와 빨리 친해지는 방법
사람들은 신기한 마술을 보면
마음의 문을 쉽게 연다.
경계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저 눈앞의 신묘한 일에 빠져든다.
나에게 ‘궁디팡팡’은 그런 마법 같은 존재다.
낯가리는 냥이와도 가까워지게 만드는 묘한 능력.
처음엔 “이 자식 뭐야? 왜 내 몸에 손을 대?”
하는 표정을 짓던 고양이도,
조심스럽게 다가가
궁디팡팡을 시전하면
어느새 얼굴을
부비부비~ 하고 있다.
신기할 정도다.
물론,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길냥이에게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괜히 시도했다가
궁디 대신 얼굴에 냥펀치를 맞을 수도 있으니.
우리 집 초코는 나와 친해지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초코의 육아를 코짱이가 도맡은 탓에
초코는 나를 집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피해야 할
불편한 존재.
1년, 2년, 3년...
해를 거듭해도 초코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아주 살짝 마음의 문이 열렸다.
코짱이는 처음부터
집사에게 의지해왔기에
내 말에 잘 반응하지만,
초코는 항상 코짱이에게 기대어 살았다.
그래서 그 ‘살짝’ 열린 마음이
나에겐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혹시,
이제 진짜 친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내 작은 발소리 하나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사라져버리는 초코.
그래도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가 나를 향해 몸을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다 이사를 했다.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으로.
먼저 방충망을 뚫고 나간 건 코짱이였고,
그 뒤를 따라 초코가 나갔다.
그날 이후, 초코에게 바깥세상은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고,
나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데크에 앉아 있으면
살며시 옆에 와 있다가,
새소리에 놀라 도망가고,
밥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그렇게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던 어느 날,
초코가 내게 번팅을 했다.
놀랐다.
초코가 누군가에게 번팅을 한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나에게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일.
초코의 번팅 상대는 항상 코짱이뿐이었는데,
내게도 그마저 나눠주다니.
살짝,
아니 꽤나 감동했다.
그 이후, 나는
궁디팡팡을 자주 해주었다.
장난감을 흔들며 사냥놀이를 할 때의 초코와,
궁디팡팡을 받을 때의 초코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궁디팡팡을 할 때면
초코 특유의 행복한 표정이 있다.
그 표정을 보면 생각하게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해줄걸.’
이렇게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왜 이제야 알았을까.
지금은 궁디팡팡을 하다 보면
손에 리듬이 생길 정도다.
재미있는 건,
요즘엔 초코가 코짱이보다
내 말을 더 잘 듣는다.
정말이지,
궁디팡팡은 집사에게
마법이다.
ps.
코짱아, 초코야
궁디팡팡할때는 제발 같이 오지마!
양손은 힘들어~
마음을 여는 데 필요한 건,
말이 아니라 따뜻한 손길이었는지도 몰라.
오늘도 내 손끝에서, 마법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