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냥이의 보은

잡지 마! 안 잡아도 돼!

by 피터팬


아침 햇살이 유난히 강하던 어느 날,

초코가 당당한 걸음으로 집 안에 들어섰다.

입엔 뭔가를 물고 있었다.


툭.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무언가가 갑자기 파다닥!

날개짓을 하며 방안을 휘저었다.


헐... 참새?!


얘가 자기가 울버린이라도 되는 줄 아나.

놀라서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참새를

초코는 다시 순식간에 낚아챘다.


그리고는,

입에 물고 내 앞에 와서

그걸 ‘선물’처럼 툭 내려놓는다.


......왜.

진짜 왜 나한테 이걸 주는 건데?


“하... 초코야.”


내가 말하자 초코는 말없이 나를 봤다.

눈빛이 묘하다.

뭔가 바라는 듯한, 기대 섞인 표정.


스크래처에 그렇게 발톱을 갈아대더니

이 날을 위해 준비했던 거였냐?


일단 초코는 제쳐두고,

참새 상태부터 살폈다.


거의 기절 직전.

몸은 축 늘어지고,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급히 마당으로 나가 바람을 쐬게 하자

작은 두 발로 비틀거리며 겨우 섰다.


한참을 지켜보던 그 순간

눈빛이 맑아지더니

훨훨, 날아갔다.


그 참새가 날아가는 걸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느껴지는 시선.


고개를 돌려보니 초코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엔 분명히 쓰여 있었다.

‘왜 날려보냈어.’


......헐.

진심으로, 뭐 어쩌라고 이 녀석아.


야단치자니 본능이고,

고맙다고 하자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도무지 이 상황을 뭐라 정의할 수가 없다.


그나저나, 그 ‘보은’이라는 게 뭔지 몰라도...

꼭 그걸 굳이 집 안까지 들고 와야겠냐고.


정말,

마당에서 자랑만 하든가,

나한테 소리로 알려주든가 하지...


참새였으니까 망정이지,

이게 만약 쥐였으면...


난 오늘 이사 갈 뻔했다.


초코는 유독 새만 잡아온다.

고양이계에서도 뭔가 취향이 있나보다.


진심으로 다행이야.

쥐가 아니라서.


하지만 초코야,

우리 이제 이러지 말자.


정말,

마음만 받는 걸로 하자. 응?


하아.

고양이의 ‘보은’이란 건

참 어렵고도...

가끔은 너무 과하다.


ps.

그런데 말이지,

살아서 들고 들어온 참새를

살려 보내는 것도 결국... 집사의 몫이다.


놀라 도망도 못 가는 새를

조심조심 다루고, 바람 쐬어주고,

깊은 숨 쉬는 걸 확인한 다음에야

겨우 날려 보낼 수 있다.


다행히 초코가 물고 온 새들은

전부 살아 있었다.


기절한 상태였지만,

어떻게든 다 살려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초코는 아마 불만일 거다.

"왜 내가 힘들게 잡아온 걸 날려보내?"


그 눈빛,

말 안 해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 있었기에,

살릴 수 있었다.


초코야.

그 마음은 고맙지만


우리 진짜, 이젠

‘잡았지만 살려보내기 미션’은 그만하자.


집사 심장도 하나다,

알겠지?







a19e56b5-cf30-4711-9b20-b5e26f5b5dcb.png



'고양이의 사랑은 늘 예상 밖이고,

그 보답은... 종종 심장이 덜컥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