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마! 안 잡아도 돼!
아침 햇살이 유난히 강하던 어느 날,
초코가 당당한 걸음으로 집 안에 들어섰다.
입엔 뭔가를 물고 있었다.
툭.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무언가가 갑자기 파다닥!
날개짓을 하며 방안을 휘저었다.
헐... 참새?!
얘가 자기가 울버린이라도 되는 줄 아나.
놀라서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참새를
초코는 다시 순식간에 낚아챘다.
그리고는,
입에 물고 내 앞에 와서
그걸 ‘선물’처럼 툭 내려놓는다.
......왜.
진짜 왜 나한테 이걸 주는 건데?
“하... 초코야.”
내가 말하자 초코는 말없이 나를 봤다.
눈빛이 묘하다.
뭔가 바라는 듯한, 기대 섞인 표정.
스크래처에 그렇게 발톱을 갈아대더니
이 날을 위해 준비했던 거였냐?
일단 초코는 제쳐두고,
참새 상태부터 살폈다.
거의 기절 직전.
몸은 축 늘어지고,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급히 마당으로 나가 바람을 쐬게 하자
작은 두 발로 비틀거리며 겨우 섰다.
한참을 지켜보던 그 순간
눈빛이 맑아지더니
훨훨, 날아갔다.
그 참새가 날아가는 걸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느껴지는 시선.
고개를 돌려보니 초코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엔 분명히 쓰여 있었다.
‘왜 날려보냈어.’
......헐.
진심으로, 뭐 어쩌라고 이 녀석아.
야단치자니 본능이고,
고맙다고 하자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도무지 이 상황을 뭐라 정의할 수가 없다.
그나저나, 그 ‘보은’이라는 게 뭔지 몰라도...
꼭 그걸 굳이 집 안까지 들고 와야겠냐고.
정말,
마당에서 자랑만 하든가,
나한테 소리로 알려주든가 하지...
참새였으니까 망정이지,
이게 만약 쥐였으면...
난 오늘 이사 갈 뻔했다.
초코는 유독 새만 잡아온다.
고양이계에서도 뭔가 취향이 있나보다.
진심으로 다행이야.
쥐가 아니라서.
하지만 초코야,
우리 이제 이러지 말자.
정말,
마음만 받는 걸로 하자. 응?
하아.
고양이의 ‘보은’이란 건
참 어렵고도...
가끔은 너무 과하다.
ps.
그런데 말이지,
살아서 들고 들어온 참새를
살려 보내는 것도 결국... 집사의 몫이다.
놀라 도망도 못 가는 새를
조심조심 다루고, 바람 쐬어주고,
깊은 숨 쉬는 걸 확인한 다음에야
겨우 날려 보낼 수 있다.
다행히 초코가 물고 온 새들은
전부 살아 있었다.
기절한 상태였지만,
어떻게든 다 살려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초코는 아마 불만일 거다.
"왜 내가 힘들게 잡아온 걸 날려보내?"
그 눈빛,
말 안 해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 있었기에,
살릴 수 있었다.
초코야.
그 마음은 고맙지만
우리 진짜, 이젠
‘잡았지만 살려보내기 미션’은 그만하자.
집사 심장도 하나다,
알겠지?
'고양이의 사랑은 늘 예상 밖이고,
그 보답은... 종종 심장이 덜컥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