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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짱이는 참을성 대장

뾰루지 짜면 아파요

by 피터팬


코짱이 입가에 뾰루지가 났다.
살짝만 건드려도 톡 하고 터질 것 같은 고름이 보인다.


짜고 싶은 욕망,
터뜨려버리고 싶은 욕망.


그 작은 뾰루지를 보면
손가락부터 근질근질해진다.


하지만 와이프는 단호하다.
“절대 손대지 마!
조금이라도 염증 생기면 안 돼!
그냥 소독약만 발라줘.”


...하지만 지금,
코짱이는 내 손에 붙잡혀 있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오직 코짱이의 뾰루지에 고정되어 있다.


손을 조심스레 뾰루지에 갖다 댄다.
코짱이는 조용하다.

눈치가 빠른 녀석인데 반항하지 않는다.


이제 손톱을 세워 뾰루지를 포위했다.
하나, 둘,
심호흡을 하고
포위망을 천천히 좁혔다.


순간!

퍽!

고름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코짱이는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입가의 연한 살을 손톱으로 눌렀는데도.


바로 솜에 소독액을 묻혀

상처 부위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코짱이는 앞발로 내 손을 툭 치며 저지했다.


“코짱아, 이제 끝났어.
참느라 수고했어.”


다음 날,
고름이 빠진 자리엔

상처 자국도 없이 말끔했다.


ps.
코짱아, 아프면 아프다고 해! 참지 말고!

그래도 짤 거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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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느라 고생했지.

근데 그건 짜야 했어.

사랑은 때때로, 짜는 거니까.

아파도, 사랑이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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