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식탐요정 코짱이

다이어트하자! 코짱아

by 피터팬


예전의 코짱이는 참 가벼웠다.

몸도, 마음도.

밥그릇 옆에 있어도 조용했고,

정해진 만큼만 먹고는 뒷걸음질로 나를 불렀다.


그 조그맣던 녀석이

창문 틈 햇살을 따라 점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코짱이가,

중성화를 한 뒤로 달라졌다.


움직임은 줄고,

놀아달라는 눈빛도 사라지고,

대신 밥그릇을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정량에 익숙했던 아이가

이제는 조금만 덜 줘도 서운하다는 듯

울음을 흘린다.


“집사, 이건 너무하잖아.”

그런 표정이다.


조금씩 늘려온 밥의 양,

하나둘 내어주던 간식들,

어느새 코짱이 몸무게는

10kg에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렇게 큰 고양이는 처음봐요.”

“강아지인줄 알았어요.”

“혹시 임신했어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젓지만

그 말들이 코짱이에게 들릴까봐,

괜히 귀를 한번 쓰다듬는다.


초코처럼 뛰놀면 좋겠지만

코짱이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뒹굴뒹굴, 내 곁을 맴돌며

먹을 것 없나 눈치 보는 게

하루의 대부분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면 가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코짱이는...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허전한 걸까?


내가 바빠서,

놀아주는 시간이 줄어서,

자기도 모르게 먹는 걸로 마음을 채우는 건 아닐까.


PS.

코짱아.

네 마음도, 건강도다 챙겨주고 싶은 집사가

오늘부터는 조금 더 단호해질게.

그러니까...

우리, 오늘부터 스타르타다!!






78d4a57f-fb4c-4ec4-9450-223164b98e94.png



밥 앞에선 누구보다 진지하고,

다이어트 앞에선 누구보다 흔들리는,
우리 집 묵직한 행복, 코짱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