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와 출퇴근 시간이 같은 초코냥이
단순히 암컷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초코는 여자아이고,
이 조용한 제주 시골이 그 아이에게
늘 안전한 곳만은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코짱이는 집돌이다.
햇살 좋은 창가에 누워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초코는 다르다.
몸도 마음도 바람을 닮았다.
낮 시간, 내가 없는 동안
초코는 마당을 지나 돌담 너머까지 훌쩍 다녀온다.
텃밭이든 수풀 사이든,
제주 돌길 어딘가에 초코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가끔은 입에 작은 무언가를 물고 돌아온다.
새나 벌레 같은 것들.
집사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선물이지만
초코는 당당한 눈빛이다.
하지만 마당 밖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다.
주변엔 떠도는 길고양이들도 많고,
들개처럼 풀린 개들도 드문드문 있다.
게다가 꿩을 잡기 위해 사람들이 설치한 올무도 있다.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숨겨놓은 그 덫이
초코에게는 너무 조용하고, 너무 치명적이다.
초코의 울음소리를
집 근처 수풀에서 들은 적도 많다.
대부분은 다른 고양이들과 부딪힐 때 나는 소리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느 날엔
머리 둘레로 올무가 감긴 채 돌아온 적도 있었다.
한쪽 눈 가까이까지 깊게 파고든 철사.
나는 손보다 먼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서둘러 조심스레 잘라내고,
곧장 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결심했다.
내가 퇴근하면, 초코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초코의 자유는
내가 없는 낮 동안만 허락된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자유는 조용히 마감된다.
그래서 초코는
해가 기울 무렵이면
어김없이 마당 한켠으로 돌아온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는 꼭,
“나 시간 지켰어. 근데 집사는 왜 이제 와?”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초코의 통금시간은,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 셈이다.
먼저 돌아와 기다리는 작은 몸,
시간을 지켜주는 그 눈빛 앞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서둘러 집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