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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선언이다

by 피터팬


퇴사라는 단어는 언제나 마음속에 조용히 앉아 있다.

회의 중, 야근 후 엘리베이터 안,

혹은 주말 저녁 맥주 한 캔을 따는 순간

슬며시 고개를 드는 그 말.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

도망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무책임하다 손가락질받을까 봐.

아니면, 나조차도 내 결정을 믿지 못해서.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다 결국 또 하루를 견딘다.


그렇게 버티는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지나, 어느새 1년이 되어간다.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매일 조금씩 퇴사 중이다.

출근길엔 늘 무표정하고,

회의 시간엔 다른 사람처럼 앉아 있고,

퇴근 후엔 깊은 피로보다 더 깊은 허무가 따라온다.


내가 이 회사를 나가면 뭘 할 수 있을까.

다음 직장은 구할 수 있을까.

혹시, 그냥 내가 부족한 사람은 아닐까.

그 질문들 앞에서

‘폼나게 퇴사한다’는 말은 때때로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선언이다.

내 삶을 더 나답게 살기 위한,

아주 단단하고 조용한 결심.


폼나게 퇴사한다는 건

사표를 ‘던지는’ 멋짐이 아니라,

사표를 ‘쓰기까지의 시간’을 견디고,

그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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