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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회사를 떠난 뒤에야 보이는 진짜 인연

by 피터팬


동료들과 술자리를 하면,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내가 회사를 떠나면... 우리, 만날 수 있을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걱정 마세요. 우리가 보통 우정입니까.”

웃으며 건네는 그 말 속에, 나도 함께 웃었지만

마음 한편이 묘했다.


우리는 승진하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살았다.

회의실 안에서 표정은 굳고,

성과를 위해서는 동료의 아이디어도 밀어내야 했다.

하루하루 일하기 바빠,

만나고 싶어도 시간을 내기 힘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퇴사 후에도 지금처럼 만나자니...

과연 그게 가능할까?


회사를 떠나고 나서야 그 질문의 답을 알았다.

매일 얼굴을 보던 사람들도,

일이라는 연결고리가 끊기면

대화의 시작이 어색해지고 연락의 빈도는 줄어든다.


메신저창은 조용해지고,

가끔 오는 연락도 대부분 업무에 관한 질문이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그마저도 끊긴다.

서운했다.

같이 야근하며 같은 욕을 했던 사인데,

이렇게 쉽게 멀어질 줄 몰랐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가 그렇게 흐려진 건 아니다.

나를 사람으로 아껴주던 몇 명은 남았다.

회사를 떠난 뒤에도 연락을 주고받고,

때로는 퇴사 전보다 더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서로의 하루가 겹치지 않아도,

마음이 이어져 있으면 관계는 이상하게도 더 단단해졌다.


퇴사 후의 관계는 무너지는 게 아니라 정리된다.

겹치는 시간이 끊기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마음이 닿는 인연은 더 깊어진다.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서운함보다 고마움이 더 크게 남는다.


흐르는 인연은 붙잡지 말고,

남는 인연은 더 단단하게 챙길 것.


퇴사 후에야 알았다.

사람을 남기는 건 회사가 아니라,

결국 나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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