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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발표, 마지막 인상

타이밍이 만드는 퇴사의 분위기

by 피터팬


퇴사를 결심한 순간, 머릿속엔 수많은 질문이 몰려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이걸 어떻게 알리지?”라는 물음일 것이다.


사직서 한 장 내고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아직 퇴사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의 상상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그 첫 발표의 방식이

마지막 날의 공기와 평판을 결정짓는다.


먼저 알려야 할 사람은 직속 상사다.

친한 동료나 팀원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가

그 이야기가 상사 귀에 돌아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퇴사 사유가 개인적인 것이든, 회사와의 갈등이든,

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대부분의 상사는 ‘보고 체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 단추가 어긋나면,

그 뒤의 과정은 필요 이상으로 서먹해질 수 있다.


시점 또한 중요하다.

회사의 일정과 맞물리지 않는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퇴사를 발표하면,

남겨진 사람들에게 부담과 원망을 동시에 안기게 된다.


법적으로는 퇴직일 30일 전 통보가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2개월 전쯤이 이상적이다.

충분한 인수인계 기간을 두면

당신의 퇴사는 불편한 사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전달 방식은 ‘말’이 먼저, ‘문서’는 그다음이다.

요즘은 메신저나 이메일로 사직서를 보내는 경우도 많지만,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직접 의사를 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대면 보고 후, 사직서를 이메일이나

인사팀 시스템에 정식 제출하는 순서가 깔끔하다.

이때 사직서 내용은 간결하게,

이유는 “개인 사정” 정도로만 남기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상세한 이유를 기록으로 남기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을 섞지 않아야 한다.

퇴사 발표는 불만을 폭발시키는 자리가 아니다.

그동안 쌓인 회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들이대며

‘마지막 일침’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만,

그 한마디가 앞으로의 커리어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특히 같은 업계에서 계속 일할 계획이라면,

마지막 인상은 깔끔할수록 좋다.


상사에게 퇴사 의사를 알리고

사직서가 승인되면 공식 공지가 나간다.

그 전에는 친한 동료에게만 살짝 귀띔하는 건 괜찮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퇴사설’이 도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모든 게 확정되고 나면,

회식 자리나 커피타임에서 웃으며 얘기하는 편이

가장 자연스럽다.


결국, 퇴사 발표는 회사 생활의 마지막 협상과도 같다.

첫 출근만큼이나 중요한 순간이며,

그 한 번의 태도가 퇴사 후의 평판을 좌우한다.


직속 상사부터, 최소 2개월 전,

대면 보고 후 공식 문서.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마지막 날까지 당신은 ‘프로’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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