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내지 못한 기념일을 각자의 방식으로 지내는 하루
우리에게 기념일은 두 가지다.
서로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생일은 어떻게든 시간을 낸다.
비행기표를 미리 잡고, 하루 이틀은 무리해서라도 비워둔다.
공항에서 만나면 그 순간부터는 피곤한 것도 잊는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찍는다.
짧지만 같은 하늘, 같은 공기 속에서 보내는 그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알기에,
서로의 생일만큼은 직접 축하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기념일은 다르다.
대부분 평일이고, 그날은 늘 바쁘다.
아내는 서울에서 회의와 보고서를 마무리하느라 늦게 퇴근하고,
나는 제주에서 하루 종일 현장을 다녀온다.
비행기를 타려면 반나절은 비워야 하는데, 그 반나절이 우리 둘 다에겐 부담스럽다.
결국 “이번엔 그냥 영상통화로 하자”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올해도 그랬다.
저녁 8시, 각자의 집에서 영상통화를 켰다.
아내는 식탁 위에 작은 케이크를 올려두었고,
나는 조각 케이크를 접시에 옮겨 놓았다.
화면 속 우리는 서로의 집을 배경으로 앉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동시에 초를 불었다.
화면 속 불빛이 사라지고, 웃음이 번졌다.
그 웃음 뒤에는 함께 있지 못한 아쉬움이 고요하게 남았다.
우린 짧게 올해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하루를 조금씩 보여줬다.
아내는 오늘 퇴근길에 본 저녁 하늘을,
나는 낮에 찍어둔 바다를.
서로 다른 하늘이, 화면 속에서 나란히 겹쳤다.
통화를 끊기 전, 아내가 말했다.
“내년엔 꼭 같이 보내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크를 치우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