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이 들려오는 너의 하루
가끔은,
우리가 하루를 공유하는 방식이
참 조용하다.
서울과 제주.
멀리 떨어진 두 도시의 풍경을
우린 통화 한 통으로 잇는다.
전화를 걸면, 아내의 목소리보다 먼저 들려오는 건
생활의 소음들이다.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
물컵을 씻는 설거지 소리,
드라이기에서 나오는 웅웅거림이
스피커 너머로 먼저 도착한다.
“지금 뭐 해?”
“청소 좀 하다가...”
짧은 말 한 마디.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소리의 대화.
아내는 통화를 끊지 않고,
나도 굳이 뭘 묻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통화를 켜둔 채,
나는 제주의 바람 소리와
고양이가 밥 달라며 우는 소리를 들려주고,
아내는 서울의 일상 소음을 내게 건넨다.
그 모든 소리가 이상하게도 편안하다.
마치 “나, 잘 지내고 있어”라고
말 대신 전해주는 신호 같다.
설거지 소리는 아내의 부지런함을,
청소기 소리는 익숙한 주말의 루틴을,
창문 흔들리는 소리는
서울 어느 오후의 공기를
고스란히 내게 옮겨준다.
가끔은 부엌에서 흥얼거리는 아내의 콧노래가 들려오고,
나는 그걸 들으며 조용히 웃는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아내의 소리가 그리웠다는 말이, 말하지 못한 진심이었다.
그런 순간엔, 굳이 말을 더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사람의 ‘오늘’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사랑은 꼭 말로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 속에서 하루를 그려보고,
곁에 있는 듯한 기분을 나누는 것.
그게 우리가 요즘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다.
“뭐 해?”라는 말 대신
청소기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로 답하는 사람.
그걸 들으며, 아무 말 없이 웃고 있는 나.
그렇게 우리는
말 없이도 괜찮은 사이가 되어 있었다.
사랑은, 때로는 말보다 소음이 더 많은 것을 들려주는 시간이다.
그 조용한 연결이, 오늘도 서로를 붙잡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