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다른 길 위에서

서로의 저녁을 이어주는 1시간

by 피터팬


저녁 7시. 해가 질 무렵.


휴대폰 시계를 보고,

우리는 동시에 집을 나선다.


아내는 서울 우이천,

나는 제주 골목길.


목표는 1시간,

통화는 켜둔 채

주머니 속에서 작은 온기를 전한다.


첫 발을 떼자마자

아내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 진짜 물고기 많아졌어.

지난주보다 훨씬 많아.

그거 먹으려고 그런지

왜가리가 아예 자리 잡았어.”


나는 웃으며

귤나무 골목을 지나며 말한다.


“여긴 방금 고양이 한 마리가

돌담 위에서 나만 노려봤어.

배도 통통하던데,

아마 어르신들이 주는 밥을 먹었겠지.”


바람이 불어

통화 속 아내 목소리가 잠시 흐려진다.


그 틈에 들려오는 건,

서울 쪽에서는 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

제주 쪽에서는 잎사귀가 서로 비비는 소리.


두 도시의 저녁이

한 통화 안에서 섞인다.


“몇 분 됐어?”

“한 25분? 아직 멀었네.”


아내가 숨을 고르며 말한다.

나도 발목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낀다.


우린 별다른 대화 없이도

오래 걷는다.


중간중간 들려오는 자전거 벨,

강아지 목줄을 잡아당기는 소리,

귤 향이 바람에 실려와

코끝을 스치는 순간까지


모두가 오늘 산책의 기록이 된다.


40분이 넘어가면
아내 숨소리가 더 짧아지고,
나는 마을 어귀 쪽으로 내려가
귤밭 사이로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려준다.


“바다 소리야? 오, 시원하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는다.


같이 걷고 있는 건 맞는데,

멀리서 이렇게

서로의 길을 공유하는 게

새삼 묘하다.


마지막 5분.


아내는 조금 더 속도를 높인다.

“오늘은 그냥 1시간 채우는 게 아니라,

끝나고 뿌듯한 걸로.”


“좋아, 그럼 마지막은 달리자.”


숨이 가빠지고,

발바닥이 조금씩 뜨거워질 즈음

우리의 1시간이 끝난다.


서울 우이천과 제주 골목길.

지도에는 없는 다리가 오늘도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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