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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 바다

바다는 잠들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고요해졌다.

by 피터팬


바다는 오래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모래 위에 흘리고 간 이야기들,

멀리 떠난 배가 남긴 이별의 파도,

깊은 곳에 가라앉은 기억들이

늘 꿈결처럼 바다를 흔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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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속삭임이 잦아들어
이제야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울음이 들려왔죠.
“제발, 내 목소리 좀 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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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그 말을 모른 척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눈을 떴고,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

그 목소리를 육지로 보내주었어요.


그 모습을 본 달이 조용히 말했어요.
“너는 너무 많은 걸 품으려 하는구나.”


바다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달빛이 수면 위에 내려앉을 때면
세상의 모든 눈물이
그 품에 잠시 쉬러 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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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요함이 참 좋았어요.
비록 그 잠은 짧고, 얕았지만요.


가끔은 별들이 물었어요.
“왜 넌 언제나 깨어 있니?”


그제야 바다는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도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날 새벽,
파도는 아주 오랜만에 잔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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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물 위에 누워
별빛이 천천히 사라질 때,
바다는 아주 낮게 속삭였어요.


“오늘은... 나도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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