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빛
깊은 바다에는 유난히 조용한 고래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고래는 밤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들을 하나씩 삼켜 버렸다.
처음엔 작은 별 하나,
그러다 점점 더 많은 별들을.
사람들은 걱정했다.
“저 고래가 하늘을 비워 버리는구나.
곧 아무 빛도 남지 않겠지.”
그래서 사람들은 고래를 두려워했고,
밤마다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걸 꺼려했다.
하지만 고래는 별을 삼키면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별빛이 목구멍을 지나 가슴 속으로 내려앉을 때마다
그는 그 빛을 고이 품었다.
삼킨 별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래의 가슴 속에서 다시 타올라,
은은한 등불처럼 바닷속을 밝히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달이 조용히 물었다.
“고래야, 너는 왜 밤마다 별을 먹니?
하늘이 점점 비워져 가잖니.”
고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지상에선 별빛이 너무 멀리 있잖아요.
나는 그것들을 품어, 가까이에 두고 싶었을 뿐이에요.
길을 잃은 생명들이 조금이라도 빛을 볼 수 있도록.”
달은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네가 먹은 별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한 등불이 된 것이구나.”
그날 이후, 사람들은 이상한 풍경을 목격했다.
하늘이 어두워질수록,
깊은 바닷속은 반짝이며 별빛으로 가득 찼다.
고래가 지나간 길마다, 빛나는 길이 남았다.
그 길 위에서 작은 물고기들은 길을 잃지 않았고,
깊은 곳에 홀로 있던 생명들도 서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고래는 별을 지우는 존재가 아니라,
별을 옮겨 심는 존재라는 것을.
하늘의 별은 줄어들었지만,
그 대신 바다는 또 하나의 하늘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고래는 조용히 유영한다.
삼킨 별빛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길을 밝히는 작은 등불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그리고 바다는, 그 고래 덕분에 언제나 따뜻한 밤을 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