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음이 세상을 자라게 한다.
사람들은 어느 날부터 ‘소원’을 말하지 않게 되었어요.
누구도 별에게 빌지 않았고,
촛불을 켜도 아무 말 없이 불을 껐어요.
왜냐면 다들 믿지 않았어요.
“이젠 그런 건 이루어지지 않아.”
그런 세상에서 한나는 이상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매일 숲으로 가서,
손바닥만 한 씨앗을 하나씩 심었어요.
사람들은 묻곤 했죠.
“그게 뭐예요?”
한나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소원이요.”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어요.
“소원을 심는다고 자라나요?”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자라요. 다만, 아주 조용히요.”
그녀의 숲은 조금씩 변했어요.
아무것도 없던 땅에
작은 새싹들이 피어났고,
그 잎사귀마다 희미하게 글자가 새겨졌어요.
‘괜찮아지고 싶어요.’
‘누군가 날 기억해줬으면.’
‘다시 용기 낼 수 있길.’
그건 이곳에 와서 잠시 마음을 두고 간 사람들의 속삭임이었어요.
소원은 꽃이 아니라 글자로 피어났죠.
어느 날, 한나의 숲에 한 남자가 찾아왔어요.
말이 거의 없었고,
손에는 낡은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죠.
그는 나지막이 물었어요.
“이 숲은, 진짜로 소원을 이루어주나요?”
한나는 대답 대신
그의 손에 씨앗 하나를 쥐여주었어요.
“소원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자라나는 거예요.
당신이 돌봐주면, 언젠가 스스로 빛을 낼 거예요.”
남자는 말없이 무릎을 꿇고
씨앗을 심었어요.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며칠 뒤, 그 자리엔 작은 새싹 하나가 피어났어요.
잎사귀엔 글씨가 새겨져 있었어요.
‘그날, 미안했어요.’
그걸 본 한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새싹 곁에 또 다른 씨앗을 심었죠.
‘이젠 괜찮아요.’
그날 이후, 숲은 더욱 푸르게 자라났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누군가가
소원을 심고 있었어요.
세상은 여전히 바쁘고 차가웠지만,
그 숲 안에서는
모든 마음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