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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을 수선하는 남자

그는 오늘도, 아무도 모르게 어둠을 꿰매고 있었다.

by 피터팬


그 남자는 낮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조용히 가방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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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방 안에는 바늘과 실이 들어 있었다.

빛나는 실이 아니라,

검은 밤에 섞여도 보이지 않는 아주 낡은 실이었다.


남자는 사람들의 뒤를 천천히 걸었다.

누군가의 그늘이 찢어져 있으면

그는 조용히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조금만 가만히 계세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늘의 끝을 붙잡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조용히, 그 어둠을 꿰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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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곳이 많을수록

사람은 조금 덜 외로워졌다.


그늘이 다시 이어지면

그들은 언제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고마워요.”


하지만 남자는

늘 대답하지 않았다.


밤이 깊을수록

그의 손끝은 더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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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그늘을 고치는 동안

자신의 그늘은 조금씩 더 찢어졌다.


그는 그것을 그냥 두었다.

“괜찮아요, 제 그늘은 제가 알아서 꿰맬게요.”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바느질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멈춰 섰다.


골목에, 작은 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아이의 발밑엔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이건 왜 이렇게 작을까?”


남자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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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누가 자꾸 밟고 지나가요.

그래서 제 그늘은 자라지 않아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방에서 실 한 줄을 꺼내

자신의 실타래를 잘랐다.


그리고 그 실로

아이의 그늘을 꿰매주었다.


새벽이 오자

남자는 조용히 걸음을 멈췄다.


달빛이 그를 비췄지만

그의 발밑엔 아무런 그림자도 없었다.


그는 웃었다.

“이제, 누군가의 어둠이 조금은 덜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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