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향한 사랑으로 채워지는 엄마 마음
광복절에도 남편은 근무 가고 아이와 둘이 있었다. 아이가 감기기운이 있어서 집에서 가만히 쉬려고 했는데, 아이는 집에만 있기는 아무래도 심심한가 보다. 오후에 낮잠 자고 일어나더니, 나가고 싶다고 해서 한낮 뜨거운 시간인 2시경에 아이랑 모자 쓰고 같이 나갔다.
나가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후끈 느껴진다. 요즘 그늘에선 시원한데, 그늘 밖을 벗어나면 햇빛이 정말 강하고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뜨겁다. 수지와 일부러 그늘만 찾아다니며 걸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태양을 피할 순 없었다.
수지는 오늘 오전에 마트에서 산 소리 나는 칼 장난감을 가지고 걷는 내내 “챙챙” 소리를 낸다. 수지의 외모는 여자아이의 느낌인데, 약간 남자아이들 취향도 좀 섞여있는 것 같다. 로봇도 좋아하고, 칼도 좋아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하는 장난감이라도, 무더위를 이길 수 없었나 보다. 수지가 가고 싶다고 하는 길로 계속 걸어가다가 결국 수지가 힘들다고 나에게 칼을 건네주며 업어 달라고 한다.
수지는 더우면 금방 얼굴이 빨개지고 땀이 나는데, 걷다 보니 얼굴이 빨갛게 익은 사과가 되었다. 그리고 귀여운 작은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너무 작은 그 코에도 땀이 맺히는 게 신기하고 귀여워서 괜히 한번 만져봤다.
그리고 더위에 힘들어하는 수지를 냉큼 업었다. 나도 더워서 땀이 나지만, 내 아이를 업고 걷는 게 힘들지 않다. 아이가 내 등에 업혀있는 그 느낌이 좋고, 그 순간을 사랑한다. 내가 업을 힘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 등에 가뿐히 업히는 아직 작은 내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중간중간 잠시 내렸다가 다시 업기도 하고, 앞으로 안아서 걷기도 했다. 수지에게 “이제 걸어볼까?” 하고 내려주면 수지는 얼마 못 가서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 수지를 다시 안고 걸었다.
그래서 수지에게 “더워서 수지 힘드니까 이제 집에 가자~”라고 하니 젤리 먹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젤리 사러 마트 가는 길까지 아이를 안고 갔다. 내 얼굴과 등에서 땀이 흐르는데도 내 아이를 안고 있는 게 힘들지 않았다. 짜증 한번 나지 않았다.
밖에 나가고 싶어서 나왔는데, 막상 나오니 더워서 힘들다는 아이가 그저 귀여웠다. 그리고 힘들어서 엄마 품에 안겨있는 내 아이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이게 엄마 마음인가 보다. 엄마의 마음은 누가 가르쳐줘서 아는 것도 아니고, 공부해서 아는 것도 아니다. 내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가 크는 것처럼 나도 엄마로 성장한다.
내 안에 이미 모성애의 씨앗이 심겨 있었던 것 같다. 아이가 낳고 키우다 보니, 모성애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 아이를 향한 사랑으로 채워지는 엄마의 마음을 경험하며 나 자신도 놀라고, 새롭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이런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난 더위에 정말 약하고, 햇빛 알레르기까지 있어서 여름에 어딜 가든 양산은 필수다. 뜨거운 여름엔 어떻게든 햇빛을 피하고 다녔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니, 더위에 약했던 내가 아이를 위해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늘 피해 다녔던 태양인데, 지금은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내 아이를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 이렇게 강해지고 있다.
그 무엇도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실감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걸 다 이겨내며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인다. 이런 사랑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알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다.
엄마가 되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