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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Nov 01. 2023

워킹맘이라 바쁘지만 엄마라서 행복하다

내 힘을 가져가는 것보다 더 큰 힘을 주는 아이

아이 아침 등원은 주로 내가 한다. 출근길에 수지를 데려다 주고 난 9시까지 회사로 간다.


예전에 수지는 아침에 항상 나보다 일찍 일어났다. 보통 새벽 6시 반쯤 되면 일어나서 나를 깨우곤 했다. 아이가 일찍 일어나서 날 깨우면 제발 조금 더 자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 수지는 나보다 항상 늦게 일어난다.


내가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수지는 곤히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주말에 그냥 놔두면 8시까지도 잔다.


아이가 자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억지로 깨우기 싫은데, 출근 시간에 맞춰서 아이를 등원 시키려면 깨울 수 밖에 없다.   


잘 자는 아이를 좀 더 자게 두고 나는 먼저 출근 준비를 하면 좋겠지만 수지는 아침에 자다가 깼을 때 내가 옆에 없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엄마 왜 먼저 나갔냐고 화를 낸다.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내가 먼저 거실에 나가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몇 번 이걸 경험하고 나서는 이제 절대 먼저 나가지 않는다. 아침부터 아이가 짜증을 내면서 시작하면 그 날 아침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일어나면 수지를 깨운다. 자고 있는 아이를 살살 만지며 천천히 잠에서 깨게 한다. 잘 자다가 잠을 깬 수지는 더 자고 싶은데 깨운다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아침에 자는 아이를 깨우는 게 정말 조심스럽고 쉽지 않다.


그런 수지를 달래서 겨우 거실로 같이 나오면 아이 아침을 챙겨주고 나도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어제 저녁 설거지 하고 건조된 식기를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내가 출근 준비를 다 마치고 나면, 수지도 세수와 양치하며 등원 준비를 한다. 지금 2년째 매일 하는 등원이지만 등원 준비는 항상 쉽지 않다.


아이는 몇 시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아침에도 여유 부리고 좀 더 놀다가 가고 싶은 수지는 양치 하기 싫어서 도망 다니며 늑장을 부린다.


칫솔을 입에 물고 양치는 안 하고 한참  있기도 하고, 푸푸 하자고 화장실에 데려 가려고 하면 도망을 다닌다. 아침에 도망 다니는 수지를 붙잡아서 치카 시키는 게 매일 큰 미션이다.


잘 협조해 주는 날도 있지만 그날 그날 아이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그래도 치카 단계를 통과하고 나면 나머지 다른 것은 수월하게 진행된다.


수지가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가 시간이 지체되면 난 출근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걸 보며 조급해진다. 늦어도 8시 40분엔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그 시간이 되도록 수지 등원 준비가 다 안되면 급하게 서두르게 된다.


어제 등원 시간이 이렇게 조금 늦어져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수지 칫솔을 잡고 억지로 양치를 시켰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정말 싫어하면서 울지만 출근 하는 평일엔 어쩔수 없다.


나도 강제로 하고 싶진 않지만 시간 여유가 없을 땐 이렇게 하게 된다. 이런 날 아침은 수지의 동그란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그래도 울면서 옷도 입고 머리 묶는다고 앉아서 기다려준다. 내 귀여운 아가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이렇게 촉박하게 준비를 다 하고 수지 등원을 시키고 회사로 빨리 걸어갔더니 (다행히 회사는 걸어서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다) 어제는 9시 되기 1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슬아슬하지만 제시간엔 도착했다.




이렇게 출근을 하고 나면 정말 진이 다 빠진다. 아침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급하게 나온 날은 출근하고 자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들숨, 날숨에 조급했던 마음을 날려 보내고 급한 숨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업무 시간이 되면 약간 졸리기도 하고, 나른해진다. 그 때 수지 사진을 본다.


수지 사진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진들은 폰 앨범에 즐겨찾기를 해놓았는데 웃고 있는 내 아이 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아 귀여워’ 란 말이 튀어나온다.

사진 속 웃고 있는 아이와 나도 같이 웃는다.


아이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 그 어떤 비타민, 영양제보다 내 아이가 나에게 가장 큰 힘과 활력을 준다.


아이에게 온 마음과 힘을
 쏟아야 할 일이 많은 엄마지만,
내 힘을 아이가 많이 가져 가는 것 보다
아이는 더 큰 힘을 나에게 준다.

바쁜 아침에는 급하게 챙기고 나가느라 이쁜 아이를 마음껏 이뻐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오후가 되면 아이 사진을 보며 사랑하는 마음을 천천히 음미한다. 그러면 내 마음 구석구석 사랑으로 채워 지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일을 시작한다.


워킹맘은 출근하고 아이 등원시키는 아침이 하루 중 가장 바쁜 것 같기도 하다. 퇴근하고 와서도 바쁘지만, 그래도 집에서는 몇시 까지 이걸 꼭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수지가 좀 늦게 하고 싶다 하면 늦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있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아침에는 출근 9시를 지켜야 하다 보니, 그 시간에 맞추는 게 늘 전쟁 같고 빠듯하다. 아이 등원 준비를 정신없이 하고 급하게 나와도, 회사로 걸어가는 길엔 어린이집에 잘 들어간 아이를 생각하며 위안과 힘을 얻는다.


워킹맘이라 시간 제한이 많고, 늘 바쁜 아침을 보내지만 그래도 내가 워킹맘인 것에 불만을 가져본 적은 없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것은 그저 감사하기만 하고 어린이집에 잘 다녀주는 아이가 고맙다.


매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힘을 쏟을 대상이
사랑하는 내 아이라는 것은
내 삶에 가장 큰 힘을 주는 행복함이다.


그래서 오늘도 힘을 낸다. 나중에 밝게 만날 아이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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