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이번 일요일엔 남편은 야간근무하고 와서 낮에 자야 했기에 난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어딜 갈까 하다가 우리 동네 물초울공원 놀이터가 생각나서 거기로 갔다. 이 놀이터는 거의 작은 놀이동산 수준이다. 어른이 가서 놀아도 재밌을만한 기구들도 있다.
오랜만에 가니 새로 생긴 기구들도 있고 더 다채로워졌다. 나와 수지는 둘 다 ‘우와’ 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러 기구 중에서도 수지는 역시나 그네를 가장 좋아했다. 일반 아파트 놀이터 그네와는 다른 의자가 있는 그네였는데, 이게 제일 재밌다며 즐거워했다.
놀이터에서 아이와 둘이 놀다 보니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하게 됐다. 남편이랑 같이 왔다면 이만큼 아이에게 집중하진 않았을거다.
물론 같이 오면 몸은 조금 더 편하긴 하다. 그런데 아이와 단둘이 있으니 내가 다른 것엔 신경 쓸 틈이 없이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게 돼서 몸이 힘든것도 잊는다.
지금 여기서 수지를 챙기고 놀아줄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 때문에 책임감이 생겨서인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힘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놀면서 즐거워하는 수지를 보니 나도 즐겁고 뿌듯하다. 주말은 말 그대로 육아만을 위해 불태우는 날인데, 나의 온 힘을 아이를 위해 다 쏟으면 아이가 웃음으로 보상해 준다.
아이의 웃음 하나로 모든 걸 다 해낸다.
아이가 주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아이를 키우며 매일 사랑하고,
아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이 마음이 정말 소중하고 값지다.
놀이터에서 잘 놀고, 점심을 먹으러 파스타 집에 갔다. 수지는 크림 파스타를 먹고, 나는 목살필라프를 먹었다. 놀이터에서 열심히 놀아서인지 배가 고파서 우리 둘 다 잘 먹었다. 수지는 파스타를 주면 스스로 포크를 잡고 잘 먹는다. 먹는 속도가 조금 느리긴 하지만, 야무지게 잘 먹는다.
그리고 오늘 내가 수지와 나가면서 점심에 외식할 것을 예상해서 내가 읽고 있는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어갔다. 수지가 밥을 먹을 때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기 때문에, 수지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책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챙겼다.
수지는 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었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밥을 먹었다. 중간중간 수지를 챙겨주기도 하면서 책도 보고 밥도 먹었다. 한 페이지 읽고 밥 먹고, 또 한 페이지 읽고 밥 먹고 하니 그 시간에 꽤 많은 양을 읽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김종원 작가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라는 책이다.
김종원 작가님은 30년 동안 글을 쓰신 분인데 글이 곧 자기 삶이고, 삶을 글로 사는 분이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글에 너무나 잘 녹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작가님의 글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고 다른 책도 보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내용도 너무 공감되고 와닿는 글들이 많아서 좋은 문구에 표시해둔 내용이 넘쳐난다.
좋은 책은 읽으면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하고 즐겁다. 이런 좋은 영향을 주는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큰 기쁨이 된다.
오늘 아이와 보내는 점심시간 동안 책을 읽으며 알차게 나의 내면도 채우는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
엄마인 나에게 주어지는 주말 시간은 육아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와중에도 나를 위한 시간을 꼭 챙긴다. 나의 내면이 나를 위한 기쁨으로 채워져 있지 않으면, 마음의 힘이 곧 고갈된다.
엄마는 아이를 항상 사랑한다. 내 아이를 위해 내 심장을 내어줄 수 있을 만큼 내 아이는 그렇게 소중한 존재다. 그런데 이런 사랑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나 자신을 잃고 아이를 향한 사랑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랑은 언젠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다.
먼저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챙기며 스스로에 대한 만족과 기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지만 나 자신은 아닌 한 인격체인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할 때 이게 희생이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이것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육아책에 정말 많이 나오는 말인데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이 말은 진리다. 이것은 단순히 육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삶에 있어 모든 것에 적용이 된다. 우선 내가 행복해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좀 더 너그럽게,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날 거의 반나절을 조금 추운데도 불구하고 밖에서 많이 걷고, 아이를 챙기고 놀아주며 많은 힘을 썼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남편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수지가 놀자는 대로 놀아주었다. 몸이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계속 놀자는 아이에게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도 틈틈이 책을 읽으며 좋은 마음으로 내면을 채워놔서 그런 것 같다. 좋은 마음은 피곤한 몸도 이길 수 있는 힘을 준다. 마음에 힘이 생기니 내 정신이 피곤한 몸을 이긴다.
내가 피곤하거나 힘들 때 몸이 마음을 지배하면 아이에게도 짜증을 쉽게 낸다. 그런데 내 마음이 몸을 지배하면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긍정의 마음이 피곤함을 이긴다. 육아를 하면서 이런 경험을 더 확실하게 한다.
그래서 나의 내면을 좋은 것으로 채우기 위해 더 집중하고 노력한다.
나의 내면을 행복으로 채우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추구한다.
나에 대해 계속 관찰하고 알아간다.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들을
가까이하려고 한다.
엄마가 되고 내 삶을 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의 존재가 소중하듯, 나도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