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서 배우는 사랑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을 해야 하는 아침은 항상 전쟁 같다. 클수록 자기 의지와 주관이 더 뚜렷해지는 수지는 바쁜 아침에도 조금 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그저 여유롭게 내버려 둘 수 없는 상황이 야속하기도 하다.
아이가 양치하고 세수하고, 옷 입는 시간은 막상 얼마 걸리지 않는데 이걸 하기까지 아이를 설득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생각해 보면 어른도 매일 하는 출근이 습관이 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아이는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그저 놀고 싶을 뿐인데 그게 무슨 잘못이겠는가. 아이 입장에서는 놀고 싶은데 못 놀게 하는 엄마가 더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래도 하라고 하니까 늘 씻고 준비해서 잘 등원해 주는 아이가 그저 고맙고 기특하다.
오늘 아침에도 수지는 순순히 따라주지 않았다. 일부러 나는 출근 준비를 일찍 끝내놓고 수지를 챙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다. 유난히 수지가 더 안 따라주는 날엔 난 호랑이 엄마가 된다. 어 흥!
그러면 수지도 눈물을 쏙 뺀다. 울면서 던진 칫솔을 다시 손에 잡고 자기 입에 물고 있다. 엉엉 울어서 눈물과 같이 콧물도 나왔다. 이 와중에 눈물 콧물 흘린 아이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그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녹아서 콧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치카 해줘서 고맙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의 호랑이 눈이 살짝 토끼 눈처럼 되자, 아이도 울음을 그치고 치카를 한다.
사실 오늘 아침엔 남편이 집에 있었다. 저녁 근무를 하고 밤 12시에 퇴근해서 새벽 늦게 잠이 들었을 거다. 그래서 아침까지 자고 있었는데, 웬만하면 남편은 그냥 자게 놔두고 내가 수지를 데리고 등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빠가 있는 걸 안 수지는 아빠랑 갈 거라며 더 여유를 부린다. 아빠 자니까 엄마랑 가자고 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빠랑 가게 두었다.
남편에게 수지 세수랑 양치 다하고 약도 먹였으니 옷만 입히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남편이 알겠다고 했다.
수지는 누워 있는 아빠 품에 쏙 안겨 같이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래, 아빠 있는 날은 수지도 여유롭게 천천히 가렴” 하는 마음이 든다.
괜히 아침에 호랑이처럼 어흥 한 게 미안해졌다. 그런데 수지는 내가 아침에 아무리 화를 내고 무섭게 해도, 내가 출근 할 땐 꼭 나에게 뽀뽀를 먼저 해준다. 내가 나가려고 하면 “엄마 뽀뽀!” 라고 말하며 나에게 다가와 내 볼에 뽀뽀를 해준다.
그런 수지에게 나도 웃으며 “엄마 잘 갔다 올게, 수지도 아빠랑 잘 갔다 와~” 하고 인사를 했다.
아침에 아무리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도, 항상 아이의 달콤한 뽀뽀로 이 상황을 마무리 한다. 그리고 나도 조급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격해진 감정을 다시 내려놓는다.
수지는 아침에 엄마한테 혼이 나서 울면서도 엄마를 초롱초롱한 눈빛을 봐주고, 하기 싫어도 엄마가 하라고 한 양치도 하고, 뽀뽀도 늘 해준다. 나 같으면 나를 혼낸 엄마한테 삐쳐서 안 해줬을 텐데.
수지는 내가 혼을 내도 나에게 늘 한결같이 귀엽고 다정하게 대해준다. 이런 아이에게 미안하면서도 늘 고맙다.
난 정말 천사랑 살고 있나 보다.
이렇게 매일 아이에게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