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내 아이는 놀이터 기구 중에 그네를 가장 좋아한다. 놀이터에 가며 다른 건 거의 안 타고 온종일 그네만 탄다. 그런데 놀이터 그네는 공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한 명이 오래 탈 수 없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타야 하기 때문에 차례를 지키고 기다리며 양보도 해야 한다.
수지가 그네를 타고 있는데 다른 애들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얼른 비켜줘야 할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다른 아이가 기다리는데 수지가 안 내리고 계속 타려고 하면 내가 수지에게 양보를 강요하듯이 말했다.
내 입장에서는 '이제 수지 많이 탔으니까 친구한테 양보하자'라고 좋게 말한 것 같은데, 한번 말해서 안 내리면 수지에게 여러 번 말했다.
내가 그렇게 닦달하듯이 하면 수지가 싫어했다. 그네를 양보 안 해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에게 시키듯이 말하는 엄마에게 반항하고 싶어서 더 안 내리려고 애쓰는 것 같기도 했다.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한 번씩 생기는 이 상황에 대해서 고민이 되었다.
수지가 그네를 오래 탔으면 다른 친구가 왔을 때 내려주는 것은 분명 바른 행동이다. 여러 아이들이 같이 노는 놀이터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을 다 할 순 없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도 놀이터의 사회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듯 하지 않고, 아이도 거부감 없이 뭔가 조금 더 원활하게 소통하는 지혜로운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커갈수록 자아가 더 뚜렷해지고 주장이 강해지는데 이런 아이를 대하는 부분에 크고 작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걱정이라기 보다, 고민이다. 어떻게 하는 게 좀 더 좋은 방법일지, 어떻게 해야 아이와 더 잘 소통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아이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지, 이런 여러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이런 부분에 지혜를 얻으려면 역시 책이 최고다. 여러 책 중에서 지금 내 상황에 맞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안내해 주는 길잡이 같은 책을 만났다.
그 책은 ‘소리 지르지 않는 엄마의 우아한 육아' 다 (저자 : 린다 시라 바, 다니엘라가이그)
만약 당신이 중요한 일정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롭게 대처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때 유용한 방법을 소개한다. 아이에게 그 일정을 전날 미리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왜 서둘러야 할 만큼 급한 일인지 솔직하게 말해주자.
- 소리 지르지 않는 엄마의 우아한 육아
놀이터에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말이 떠올랐다. 책에서 말한 상황과는 다르지만 어떤 상황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 아이와 얘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늘도 분명 그네를 타다가 친구에게 양보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텐데, 이 상황에 대해서 미리 아이와 얘기를 해보기로 했다.
나 : 수지가 그네 타는데 다른 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
수지 : 수지가 비켜주면 되지
나 : 정말? 수지가 비켜줄 거야? 우리 수지 대단해~
수지 : 엄마 수지한테 비키라고 화내지 마
이 말에 갑자기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 같은 깨달음이 왔다.
수지도 그네를 타다가 다른 친구가 오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수지가 스스로 양보하기도 전에, 내가 급하게 먼저 나서서 아이에게 비켜주라고 하니, 아이는 그게 싫었던 거다.
가만히 놔두면 조금만 타다가 비켜줄 마음을 아이는 이미 갖고 있는데, 엄마가 강압적으로 이제 많이 탔으니 비키라고 하는 엄마의 그 태도가 아이는 싫었던 거다.
수지도 친구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아직은 아이다. 그네가 더 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고, 비키기 싫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수지는 스스로도 갈등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더 타고 싶지만 비켜줘야 하나?' 하고.
그런데 수지가 생각하는 그 시간을 난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비켜주자고 재촉하기만 했다.
아이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고 기다려도 되는데,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항상 내가 급했다. 이런 내가 문제였던 것이다.
내가 말한 것을 아이가 따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생각 대신 아이의 욕구를 늘 내가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라는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자
-소리 지르지 않는 엄마의 우아한 육아
우리는 놀이터에 도착했다. 수지가 놀이터에 도책 했을 때 그네에 아무도 없어서 수지는 재빠르게 그네 하나를 차지 했다, 그네를 타면서 “엄마 더 높이~ 더 빨리” 라고 말한다. 수지는 정말 그네를 좋아하고 잘 탄다.
수지가 그네를 타는 동안 옆자리 그네엔 몇 명의 아이들이 왔다가 갔다.
동시에 2명이 오지 않아, 수지가 한 그네를 오래 탈 수 있었다. 놀다 보니 시간이 늦어지고 해가 져서 춥고, 바람도 불었다. 기온차가 심한 요즘 저녁이 되니 한겨울 추위까지 느껴지는데 수지는 추위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그네를 탔다.
그네를 그냥 앉아서만 타는 게 아니라, 그네 줄을 보고 옆으로 앉아서 타기도 하고, 그네에 엎드리기도 하고, 그네를 밀어주면서 놀기도 한다. 그네 하나로 혼자만의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서 즐기는 수지다.
그리고 옆에 어떤 초등학생 언니가 왔다. 그 언니는 그네를 타면서 폰으로 뉴 진스 노래를 틀었는데, 수지가 “어, 내가 좋아하는 슈퍼 샤이다” 하면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렇게 귀여운 재롱도 보여주었다.
몸을 흔들고 팔을 흔들며 춤을 추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그런 수지를 보고 나도 깔깔 거리며 크게 웃었다. 수지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걸 옆에 언니가 의식했는지 아무 말 없이 계속 노래를 바꿔가며 틀어주었다.
아이돌 노래를 틀고 신나게 높이 그네를 타는 언니 옆에서 수지는 리듬을 타며 춤을 추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 순간은 추위도 잊을 만큼 즐거웠다.
그렇게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시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와서 그네 탈 순서를 기다리게 되었다. 난 수지가 어떻게 하나 관찰할 마음을 가지고 양보하자고 바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수지에게 “어, 친구가 왔네” 라고 말했다.
수지는 처음엔 쉽게 비켜주지 않았고, 그네가 더 타고 싶은 듯 나에게 밀어주라고 했다.
그래서 그네를 밀어주면서 “친구가 기다리니까 수지 그네 멈추면 친구 타라고 해줄까?” 라고 말했다. 수지의 의견을 물어보듯 말을 하니, 수지가 싫다고 하지도 않고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네 속도가 점점 느려지자 수지가 나에게 먼저 “엄마, 그네가 멈췄어.” 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 그래? 그럼 수지 내릴까?” 하니까 수지가 “응"이라고 대답하고 옆에 기다리던 아이를 보고 "친구야 타"라고 말했다.
수지는 친구에게 그네를 비켜주며 기분이 좋은지 폴짝폴짝 뛰었다. 나는 스스로 그네에서 내리고 친구에게 양보해 준 수지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아마 수지는 ‘이번엔 내 의지로 양보 했어’하는 마음에 뿌듯했을 것 같다. 엄마가 양보하라고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자기 의지로 양보 한 것이라는 사실에 성취감도 느꼈을 것 같다.
내가 조급한 마음을 내려두고 ‘수지가 스스로 비켜 줄 거야’ 하는 마음으로 믿고 기다렸다.
아이가 양보할 수 있게끔 상황만 조금 유도했다. 그랬더니, 아이와 어떤 갈등과 다툼 없이 수지가 스스로 즐겁게 그네에서 내렸다.
이런 경험이 아이의 자존감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 경험은 엄마인 나도 나를 성찰하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말 한 날은 후회가 많이 되고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아이를 한 인격으로 존중하지 않고 내가 더 힘이 있는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며 위에서 아래로 아이에게 권력 행사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마음이 괴롭다.
이건 아니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낀다.
욱하는 말은 누군가가 위에 서서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이때 위에선 사람은 평가하고판단할 수 있는 힘, 다시 말해 권력을 갖는다. 어른과 아이의 관계에서 보면 아이는 필연적으로 어른의 힘 아래에 놓이고, 어른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 소리 지르지 않는 엄마의 우아한 육아
아주 사소한 일 같지만, 일상은 사소함의 연속이다. 아이와 보내는 일상에서 이런 일은 자주 있다. 이번 상황은 ‘그네 타기’ 였지만, 본질은 같은 이런 상황을 육아를 하며 수없이 많이 겪게 된다.
이런 사소한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아간다. 나에게 정말 큰 가르침이 된 오늘의 경험이 감사하다.
나의 조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내 말을 듣게 하려고 아이에게 말을 툭툭 던진 것이 잘 못된 것이라는 걸 깊이 생각한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나서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아이는 내가 걱정하고 재촉하지 않아도 자기의 속도대로 자기의 방향을 찾아 잘 가고 있다. 이런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게 내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 같다.
아이는 항상 옳다는 점을 기억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부모가 되자
- 소리 지르지 않는 엄마의 우아한 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