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로 전해진 남편의 마음
지난 주말, 남편은 직장 동료 결혼식에 참석해서 오전 동안 나와 아이 단둘이 있었다. 결혼식을 마친 남편은 우리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점심도 안 먹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뒤, 우리 세 식구는 경치 좋은 카페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주말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알차게 잘 보냈는데, 내가 이 날 체력을 많이 쓴 탓인지 평소보다 유난히 피곤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저녁에 수지를 씻기고 머리를 말릴 때는 바닥에 남아 있는 힘까지 다 끌어 모아 쓰는 기분이었다. 머리를 다 말리고 나니 더 이상 움직일 기운조차 없어 소파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 순간, 그날 하루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다 써버린 듯했다.
나는 소파에 누워서 눈을 감았고 옅은 잠이 들었다. 내가 누워 있으니, 수지도 엄마가 힘들어 보였는지 나를 깨우지 않았다. 그리고 내 옆에 꼭 붙어 누워있었다.
그날 저녁식사를 조금 늦게 마친 남편은 밥을 다 먹고 우리 곁에 왔다. 남편은 수지가 자기로 한 시간까지 같이 놀아주었다. 두 사람의 노는 소리를 들으며 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했다.
그러다 수지는 잘 시간이 됐고, 나는 수지를 재우러 같이 침대로 갔다. 수지도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들었고, 난 잠든 수지를 확인하고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거실에 있던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까 수지 머리 말리는데, 정말 남아 있던 모든 힘을 다 쓴 것 같아. 있는 힘을 다 쓰고 나니까 그대로 쓰러졌어."
내 말을 들은 남편은 오늘 고생했다며, 오랜만에 안마를 해주겠다고 침대에 엎드려 보라고 했다. 나는 안마라는 말에 반가워서 얼른 엎드렸고, 남편도 이 날 많이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힘을 모두 나에게 쏟아주었다.
남편은 어깨, 팔, 등을 정성껏 주물러 주었다. 내가 혼자 주무르거나 스트레칭을 해도 좀처럼 풀리지 않던 곳들이, 힘 있는 남편의 손길이 닿으니 구석구석 뭉친 부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뭉친 근육을 만져줄 때는 아프기도 했지만, 아픈 만큼 시원하기도 했다.
안마를 받으니 그날의 피로가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단순히 몸이 시원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남편의 손길을 통해 마음까지 부드럽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피곤한 아내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애써주는 남편이 정말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남편은 내 팔을 안마해주다가 근육이 너무 없다고, 아령을 사서 운동해야 한다며 잔소리도 했다. 손으로는 내 몸을 정성껏 주물러 주고, 입으로는 계속 잔소리를 하는데 그마저도 사랑한다는 말로 들려서 행복했다.
내 팔에 근육이 없는 걸 누가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겠나. 나를 사랑하는 남편이기에 세심하게 챙기고, 걱정해 주고, 잔소리도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더 고맙게 느껴졌다.
남편의 안마를 받고 나니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 그리고 마음도 더 따뜻하고 편안해졌다. 남편의 관심과 애정이 마음의 온도를 늘 따뜻하게 지켜주는 것 같다.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챙겨주는 마음이 날마다 커져간다. 이런 사랑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서로에 대한 관심이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함께한 세월이 길어질수록 무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관심과 애정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야말로 큰 축복이자 진정한 행복이다.
내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주며 챙겨주는 남편이 있어 정말 행복하다. 이런 관심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지금이 감사하고, 앞으로의 날들도 모든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