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만능해결사, 남편
며칠 전 우리 집 부엌의 LED등이 고장 났다. 불빛이 어두워져서 결국 등을 갈아야 했다. 올해 이 집으로 이사 온 뒤, 처음으로 교체하는 등이었다.
이전 집들에서는 모두 전구를 갈아 끼우는 형식이라, 불이 나가면 바로 전구를 사서 교체하곤 했다. 전구를 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LED등이 나가니, 이번엔 "이건 어떻게 가는 거지?" 하는 물음표부터 먼저 떠올랐다.
이런 일은 주로 남편의 몫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부엌등이 나갔다고 말하니, 남편은 바로 유튜브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집에 맞는 LED등을 찾아서 주문했다.
그리고 다음날, 주문한 등이 도착했다.
택배 상자를 뜯어서 열어보니 LED등이 생각보다 복잡해 보였다. 어릴 적 과학시간에 실험 도구를 보던 느낌과 비슷했다. 기계와는 거리가 먼 나에게 LED등의 모습의 낯설고 생소하기만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유튜브로 LED등 설치법을 꼼꼼히 찾아봤다고 했다.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미리 예습을 철저히 해둔 모양이었다.
남편은 한 번 뭔가를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이다.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집요하게 찾아보고, 자기에게 필요한 일이나 관심 있는 분야는 절대 대충 넘기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나보다 훨씬 철저하다. 나는 그렇게까지 깊이 파고들지 못하는 편인데, 남편은 그 점에서 참 강한 사람이다.
LED등이 도착한 다음날, 남편은 드디어 교체 작업에 돌입했다. 감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두꺼비 집을 내리고, 집안의 불을 모두 끈 뒤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그 옆에서 조수 역할을 했다.
그런데 남편이 LED등 구조를 살펴보더니, "잉? 엥? 이게 뭐야? 왜 이래?" 하는 말을 여러 번 내뱉었다.
영상에서 본 구조와 다르다는 것이다. 남편은 이리저리 살펴보고 다시 검색해 보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시간이 점점 길어졌지만, 남편은 포기하거나 짜증 내지 않았다. 묵묵히 알아보고, 만져보고, 또 시도했다.
나는 남편 옆에서 특별히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하며 곁을 지켰다. 남편이 달라고 하는 나사나 도구를 건네주고, 불을 비춰주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했다.
그렇게 40분쯤 지났을 때, 드디어 교체가 완료되고 환한 불빛이 켜졌다! 그 불빛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나는 남편에게 "너무 고생했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입에서 계속 "대단하다", "고생했다"는 말만 나왔다.
이 일을 해낸 남편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작업하는 동안 뭔가 잘 풀리지 않고 자꾸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나는 '이거 생각보다 많이 까다로운가?' 싶었다. 그래서 혹시 전문기사를 불러야 하는지 조심스레 물었더니, 남편은 아니라며 자기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남편의 확실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남편은 이번엔 LED등 교체가 처음이라 조금 어려웠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니까 다음엔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번 교체에 들인 40분은, 남편이 온몸으로 배우며 익힌 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남편이 참 존경스러웠다.
내가 못하는 일을 직접 해내서 대단해 보였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짜증내거나 신경질을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하나씩 시도하는 남편의 태도에 진심으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남편이 최고다, 정말.
그날 우리는 LED등을 무사히 갈고, 이전보다 훨씬 환해진 부엌을 바라보며 함께 기뻐했다.
그 순간, 새삼 남편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졌다. 집안 곳곳에는 남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 집의 만능 해결사인 남편이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
결혼생활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전에는 몰랐던 서로의 모습들을 하나 둘 더 알아가게 된다.
그 속에는 예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상대의 대단한 점, 고마운 점, 그리고 내가 갖지 못한 장점들도 많다.
결혼 후에는 서로의 몰랐던 면을 알게 되면서 생각보다 맞지 않는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더 잘 맞는 부분도 있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배우자가 채워주는 경우도 많다.
남편의 장점이 내 단점을 보완해 주고, 내가 가진 장점이 남편의 약점을 채워주기도 한다. 서로 가진 좋은 점으로 서로의 빈 곳을 채워가며, 이렇게 힘을 합쳐 행복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