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러닝을 시작했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수지가 좀 더 크면 해야지' 하며 미뤄왔는데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강변에 나가 처음으로 러닝을 해봤다. 그리고 그 매력에 완전히 빠졌다.
남편은 러닝을 시작한 지 몇 개월쯤 되었다.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한번 해보더니 너무 좋다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남편은 다른 운동은 금세 흥미를 잃곤 했는데, 유일하게 러닝은 꾸준히 즐긴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는 러닝화와 옷, 모자 같은 장비에도 관심을 가지더니, 러닝 자세도 자세히 찾아보며 공부한다. 대화 주제에도 러닝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쉬는 날이나 오후 출근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러닝을 하고 온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좋아서 뛰러 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러닝에 푹 빠졌구나 싶다.
러닝에 푹 빠진 남편을 보니 나도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예전에는 '언젠가 해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 했는데, 내 옆에서 즐겁게 뛰는 남편을 보니 그 즐거움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난 주말, 마음먹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강변으로 나갔다. 우리는 러닝복을 입고, 수지는 킥보드를 타고 함께 나섰다.
몇 달 먼저 러닝을 시작해, 러닝 선배인 남편은 자세와 스트레칭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 얼마 전 무릎 부상을 겪은 적이 있어서인지, 부상에 특히 조심하며 내게도 주의할 점을 꼼꼼히 알려줬다.
우리는 남편의 구령에 맞춰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수지도 아빠의 구령을 따라 하며, 팔과 허리를 돌리고, 다리 스트레칭도 하며 열심히 몸을 풀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드디어 러닝을 시작했다. 남편은 내 속도에 맞춰 조금 천천히 달려주었고, 그 템포에 발을 맞추다 보니 그리 힘들지 않게 뛸 수 있었다. 힘들기보단,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수지는 킥보드를 타고 우리 뒤를 따라왔다. 하지만 우리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따라오기 힘들었던 수지는 못 가겠다며 칭얼거렸다.
수지가 힘들어하자 남편은 달리기를 멈췄다. 그리고 자기가 수지를 데리고 있을 테니 나에게 한 바퀴 뛰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나 혼자 달리기 시작했다. 피부에 스치는 바람이 시원했고, 숨이 조금씩 차오를수록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아졌다. 달리는 동안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즐기고 있다는 걸. 러닝이 내게 잘 맞고, 내가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다.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몸이 가볍고, 숨도 적당히 차올라 오히려 상쾌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 풍경을 바라보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꾸준히 러닝을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고 남편과 수지를 만났다.
남편이 "괜찮아?" 하고 묻자, 나는 너무 좋다고, 한 바퀴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그럼 한번 더 뛰어 보라고 했고, 난 한 바퀴를 더 뛰었다. 두 번째 바퀴도 여전히 좋았다. 몸이 가볍고, 발걸음도 거뜬했다. 뛴 거리가 아주 길지는 않았지만, 약 3km 정도였다.
내가 두 바퀴를 다 뛰고 돌아오자 남편이 박수를 쳐주었다. 내가 한 바퀴만 뛰어도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뛰어서 놀랐다고 했다. 어쩌면 자기보다 내가 더 잘 뛸 수도 있겠다고 말해주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러닝을 처음 한 그날, 남편과 함께라서 더 좋았다. 나를 응원해 주고, 챙겨주고, 격려해 주는 남편과 수지가 곁에 있어서 더 큰 즐거움을 느꼈다.
그날을 시작으로 나도 러닝에 푹 빠졌다. 뛰는 동안의 기분 좋음과, 뛰고 난 뒤의 개운함이 너무 좋았다. 달릴 때는 오직 내 호흡과 발, 그리고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된다. 복잡한 생각이 하나씩 흩어지고,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뛰며 바라보는 자연 풍경도, 그 속에서 느껴지는 바람도 모두 새로웠다. 무엇보다 '내가 달리고 있다'는 그 몸의 감각이 이상할 만큼 좋았다.
나는 앞으로 계속 러닝을 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그럼 러닝화를 사야 된다고 했다. 러닝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사야 할지 막막했는데, 남편이 여자 러닝화를 하나하나 찾아보며 열심히 알아봐 주었다.
나는 그냥 아무거나 신어도 된다고 했는데, 남편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러닝화는 좋은 걸 신어야 부상을 안 당한다고, 무조건 좋은 걸 신으라고 했다.
나는 남편의 말들 따르기로 했다. 남편이 러닝화로 유명한 몇 개 브랜드 모델을 찾아 목록으로 정리하고, 매장에 가서 다 신어보고 고르자고 했다.
그렇게 다음날, 우리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신발을 신어봤다. 내가 하나씩 신을 때마다, 남편은 내 발가락이 신발 앞부분 어디에 어떻게 닿는지 손가락으로 꼼꼼히 확인하며 세심하게 체크해 주었다.
러닝화를 직접 신어보니, 종류마다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중 내 발에 가장 편안하게 잘 맞는 러닝화를 하나 골랐다.
남편은 내 러닝화를 고르는 일에 진심이었다. 자기 신발을 고르는 것도 아닌데, 정말 신중하게 하나하나 찾아주고 체크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감동했고, 또 무척 고마웠다.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새삼 다정하게 느껴졌다.
이제 남편은 이제 내 러닝 스승이자, 든든한 동지이기도 하다.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달리는 동안 나를 챙기고 응원해 주는 남편의 모습이 매 순간 큰 힘이 된다.
남편과 함께 달리는 그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