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이었다. 저녁 식사를 차리고 부엌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손가락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서 손가락을 들여다보니 어디서 그랬는지 살짝 베인 자국이 있었다. 아주 작은 상처였지만 갈라진 피부 틈으로 물이 스며들자 아팠던 것이다.
내가 '아' 하는 소리를 들은 남편은 밥을 먹다 말고 곧장 내 곁으로 와서 다쳤냐고 물었다. 그리고 내 손가락을 보더니 연고와 밴드를 가져와 조심스럽게 발라주었다.
아프냐고 묻는 남편의 목소리에는 따뜻한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사실 큰 상처도 아니었고, 내가 혼자서도 충분히 밴드를 붙일 수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남편의 손길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다.
남편이 조심스레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는 동안 그 세심한 손길 속에서 크게 다가오는 사랑을 느꼈다.
세심한 다정함은 언제나 따뜻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작은 것을 챙기는 일이 큰 것을 챙기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작은 것을 챙기려면 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고 온전히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것들은 굳이 애써 집중하지 않아도 저절로 보인다. 그래서 챙기기도 오히려 더 쉽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들, 관심을 기울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은 오직 세심한 마음으로만 발견할 수 있다.
내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를 세심하게 챙기는 남편을 보며, 남편은 나의 사소한 부분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임을 느꼈다.
작은 것을 챙겨주는 그 마음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이런 따뜻한 사랑 속에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