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뽀뽀로 인사하는 부부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그날은 남편이 오후 출근이라, 아침엔 러닝을 할 거라며, 아이를 함께 등원시키고 내 회사까지 동행해 주었다.
회사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지만, 늘 혼자 걷던 길을 남편과 함께 걸으니 왠지 조금 더 새롭고 좋았다.
그날 나는 들고 갈 짐이 많아 쇼핑백 하나를 한가득 채웠는데, 남편이 회사 앞까지 무거운 짐을 들어줘서 더 고맙고 든든했다.
우리는 걷는 동안 멈추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 왜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지 모르겠다. 시시콜콜한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회사 앞에 금세 도착했다.
이제 헤어지려는 순간 남편이 내게 "잘 다녀와~" 하며 뽀뽀를 해주었다.
우리 부부는 출근할 때마다 뽀뽀로 인사한다. 오래된 습관이자, 작은 애정표현이다.
스킨십에는 확실히 마음을 더 가깝게 이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매일 나누는 짧은 뽀뽀 한 번이, 우리 사이의 온도를 따뜻하게 지켜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날은 회사 앞이기도 하고, 집이 아닌 밖이라 뽀뽀는 패스하고 말로만 인사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남편은 이미 자연스럽게 내게 뽀뽀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평소처럼 뽀뽀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하루를 응원하며 헤어졌다.
회사 입구로 들어가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평소엔 내가 남편보다 더 감정 표현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생활을 이어갈수록 남편의 애정표현이 점 깊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남편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니컬하고, 다소 무심한 면도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에게만은 참 다정하다.
남편을 알고 지낸 지도 꽤 오래됐다. 연애를 하기 전에도 선후배로 알고 지낸 시간이 길었기에, 어떤 성격이고 어떤 성향인지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다. 남편은 원래 다정함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반전은, 무심한 듯한 겉모습 안에 누구보다 따뜻한 다정함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정함은 마음을 연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온기다.
남편은 어느 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너한테 제일 다정해. 남들한텐 그렇지 않아."
그 말은 남편의 진심이었고, 진실이었다.
어쩌면 모두에게 다정한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마음의 에너지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에게만 주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며, 상대에게 특별한 마음을 전하는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런 남편과 함께 있어서 나는 늘 사랑받고 있다는 걸 은은하게 느낀다. 남편의 다정한 사랑 안에서, 내 마음의 온기도 조용히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