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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Dec 18. 2023

아이 유치원 입학원서를 쓰고 온 날의 감격

아이와 함께 유치원에 처음 간 날

지난 주말 토요일엔 내년에 아이가 갈 유치원 신입생 초대의 날이어서 아이와 처음으로 같이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이 확정되고 나서 수지에게 이제 조금 있으면 유치원 가는 언니 된다고, 노란 버스 타고 가야 한다고 아이에게 인식 시켜 주기 위해 자주 얘기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유치원 신입생 초대의 날을 통해 수지가 늘 말로만 듣던 유치원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수지와 손잡고 유치원을 들어가는 순간, 뭔가 모르게 가 더 설레고 벅차오르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유치원 입학식도 아니고 신입생 환영회에 온 것 뿐인데 이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러웠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때와는 다르게 내가 정말 학부모에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수지는 말로만 듣던 유치원을 눈으로 직접 보더니 호기심을 가지고 이리저리 둘러봤다. 지금 어린이집보다 훨씬 크고 잘 꾸며져 있는 유치원을 보며 ‘왠지 생각보다 좋은데?’ 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유치원 안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얼음 나라 테마로 꾸며 논 방이 있었다. 유치원인지 키즈카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잘 꾸며놓아서 수지는 들어가자마자 “여기가 유치원이야?” 하며 눈을 반짝이더니 신나게 놀았다.


처음 와 본 곳에서도 금방 적응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잘 노는 수지를 보니 왠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얼음 나라에서 잠시 놀고 있으니 선생님이 한 팀씩 불러서 교실로 안내해 주셨다. 교실은 아주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수지는 처음 보는 유치원 교실도 신기한 듯 이것저것 구경하며 둘러보았다.


그렇게 교실 구경을 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자리에 따로 앉게 하셨고 학부모들은 입학원서를 작성하고 아이들은 선생님과 같이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입학원서를 쓰는 동안 수지는 한 테이블에 선생님 한 명과 다른 아이들 몇명과 같이 있었다. 원서를 쓰면서 수지를 흘깃흘깃 봤는데 처음 보는 선생님 앞에서 조금 어색해 하는 게 보였다.


그래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선생님이 묻는 말에 새침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원서를 쓰다가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수지가 선생님과 있을 때 어떤 모습인지 본 적이 없다 보니, 선생님과 수업하는 내 아이의 모습이 이렇구나 하는 걸 처음 경험했다.


등하원 할 때와 상담할 때 선생님을 직접 대면하고 보긴 하지만 내 아이가 원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으니 항상 궁금했다. 사진으로 아이가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실제 모습이 어떨까 늘 궁금하고 보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다.


그런데 유치원에 가서, 잠시였지만 선생님과 마주 앉아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대답도 하고 놀이도 하는 수지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내가 궁금해 했던 아이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아 새롭고 몽글몽글한 마음도 들었다.  


내 아이가 선생님을 볼 때 이런 표정으로 보는구나, 이렇게 반응 하는구나 하는 걸 느끼며 이 날 본 수지의 모습이 내 마음에 깊게 새겨졌다.


물론 내가 본 모습이 다는 아니겠지만 아주 일부분의 모습일지라도 내가 늘 보고 싶어 하던 아이의 모습을 처음 본 날이라 새롭고 신기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입학원서 서류를 다 작성해갈 때 쯤 산타 할아버지가 교실로 들어왔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었다.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고 좋은 말씀 몇 마디 해주시고 허허 하며 나가셨다.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왔을 때 우리 수지가 어떻게 할까 하는 마음으로 그 순간에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놓고 폰 카메라를 켜고 수지에게 집중했다.


수지는 산타를 보고 신기한지 해맑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 해맑은 수지의 모습을 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 기뻤다.

할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고 나서 나를 쳐다보며 자기 선물 받았다고 보여주는 수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나도 저절로 환한 웃음이 나왔다.


유치원에서 보낸 짧은 1시간 동안 이 순간도 정말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랑 있으면 내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다는 마음이 참 많이 든다.


유치원을 직접 보기 전에 수지는 자기는 어린이집이 좋다고 유치원 안 가고 싶다고 얘기 했었다. 어른이나 아이나 자기에게 익숙한 게 편하고 좋은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곳이 편한데 새로운 곳으로 가서 적응을 하는 게 아이에게도 쉽진 않을 것이다. 수지도 그런 마음이 들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번에 유치원을 보고 나서는 마음이 조금 열린 것 같았다. 유치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서 수지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니 “유치원 재밌었떠” 라고 말했다. 직접 보니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 다행이었다.




수지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낼 때 보내는 나도,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는 수지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유치원을 간다고 생각하니 괜히 더 두근거린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내 아이와 함께 나도 새로운 시작을 하는 느낌이다.


엄마가 된지 4년차인 지금도 엄마인 내 모습이 새로울 때가 여전히 많다. 이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게 처음인 아이처럼 나도 엄마의 삶을 살며 처음 겪어 보는 게 많다.


처음이라 서툴고 부족한 게 많기도 하지만, 엄마로 사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날수록


엄마는 완벽한 게 아니라
 완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엄마라고 정해진 모범답안은 없다. 사람은 다 다르고, 내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다른 자기만의 고유함을 가지고 있다.


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면서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항상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이가 타고난 모습을 받아들이고 지지해 주며 옆에 있어주고 싶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엄마인 나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잘 나아가고 있는 아이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도 같이 잘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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