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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Oct 17. 2023

이 삶이 기적이란 걸 잊지 않기 위해 매일 기록합니다

아이가 태어난날부터 지금까지의 기록

나는 블로그를 하기 전에도 일기장이나 폰 메모장, SNS에 계속 기록을 해왔다. 나의 하루 일상,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 내가 본 것, 느낀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을 했다.


그리고 오직 아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인스타 비공개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수지가 태어난 날부터의 기록을 해 온 것이 있다.


내가 지인들과 소통하는 인스타 계정에도 수지의 사진을 올리기도 하지만, 수지 기록용으로 따로 만든 비공개 계정은 매일 아이에 대한 기록을 일기처럼 남기는 나와 남편만 보는 수지의 기록장이다.


이 비공개 계정에는 그날의 수지 사진과 영상과 함께 그날의 내 마음에 대해 짧게 기록해놓았다. 그 계정은 엄마가 되어 육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한 기록이기도 했다.


바쁘게 육아를 하는 중에도 매일 밤 짧게나마 올리는 글을 통해서 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수지가 태어나고 1년 동안은 매일 빠짐없이 기록하다가 수지가 돌이 지나고 나서는 매일 올리지는 못했고 특별히 올리고 싶은 날이나, 기억해두고 싶은 일이 있었거나 그런 마음이 드는 날에 드문드문 사진을 올렸다.


요즘도 가끔 그 계정에 사진과 글을 올린다. 그리고 어제도 수지 사진과 함께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있어 짧게 기록하려고 계정에 들어가서 글을 올렸다. 업로드하고 나서 그동안 내가 올려놓은 사진과 글을 내려가면서 보다 보니 수지가 태어났을 때 사진까지 쭉 보게 되었다.


수지의 아기 시절 영상과 사진을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내 아이의 과거 사진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보게 된다. 그날, 그 사진을 찍던 그 순간이 기억이 난다. 내 아이가 지금까지 자라온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수지 신생아 시절의 기록을 보니, 그때도 내가 아이를 정성과 사랑을 다해 키운 게 느껴졌다. 수지를 부르는 목소리와 내가 적어논 글에서 아이를 향한 사랑이 많이 느껴졌다.

내가 쓴 글인데도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아마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수지가 신생아 때 새벽 수유를 해야 해서 잠을 푹 자지 못하고, 밤에 아기가 자지 않으면 나도 잠을 못 잤고, 내 시간이 너무 없어진 것 같아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힘들다고 생각했던 그 당시 내가 남겨놓은 기록을 보니 수지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수지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만 있었다.


오늘 하루도 육아 파이팅 하며 힘내며 지나갔다. 수지는 너무너무 이뻐. 울 아기 드디어 이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는 것도 귀엽고 그냥 있어도 귀엽고 웃어도 귀엽고 다 귀엽다 우리 수지는”


오늘도 귀여움 넘치는 울 수지. 얼른 침독이 나아야 할 텐데, 울 아기 빨갛게 오른 피부 보니까 맘이 아프다.”


“인형같이 이쁜 우리 딸. 너무 사랑해!”


귀여운 우리 수지 터미 타임 연습 중. 고개 들고 방긋 웃어주는 울 아기 녹는다 녹아.”


이런 글들이었다.


읽다 보니 난 그 당시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나는 수지를 보면서 그저 귀여워하고 행복해했다. 몸은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아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웠구나 하는 게 너무 느껴져서 뭉클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이 비공개 계정은 나만 보는 계정이라 그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글도 아니고, 내가 보고 싶어서 남겨놓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들인데 온통 사랑으로 가득한 내용들뿐이었다.


그리고 “이만큼 키우느라 나도 수고 많았네, 그리고 이만큼 이쁘게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네 울 수지.” 이런 마음이 들었다.




이 기록들을 보면서 이래서 기록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기억에 오류가 생기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만을 믿는 건 위험하다. 내 머릿속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면, 반드시 기록을 해야 한다.


기록은 절대 잊히거나 변하지 않는다.
그때 느낀 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느낄 수 있다.
기록을 보며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수지 기록 계정을 보면서 수지가 태어난 해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1년 반 동안 육아휴직하고 오직 아이만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났다.


그땐 힘들기도 했고, 처음 해보는 경험에 많이 당황하기도 하고, 엄마가 되었다는 걸 실감하기도 전에 어느새 내 품에 있는 작은 아이를 보며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정말 엄마가 되어 있었다.




아이를 보며 내 심장과도 같다고,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제일 소중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에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는 걸 느끼며 엄마가 된 완전히 새로운 나를 만났다.


내가 엄마로 살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내 아이. 존재 자체만으로 그저 빛인 내 아이, 모든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마음속 깊이 알게 해준 나에게 온 생명.


어설프고 허둥대고, 힘들어서 투정도 부렸던 나인데, 어느새 이런 마음을 가진 엄마가 되었다.


수지는 나의 딸로 태어나주었고, 나는 엄마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


나에게 엄마라는 삶이 기적처럼 왔고,
 매일 기적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이 아이를 내 생명처럼 여기는
 마음 자체가 기적 같다.


이런 기적 같은 삶을 매일 정성스럽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이 삶이 선물이고 기적이란 것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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