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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17. 2023

아이와 같이 놀이하며 아이를 알아간다

내 아이의 세계를 탐구하는 시간

아이와 집에 있던 오후에, 동물모양 자석 붙이기 놀이를 한참 했다. 동물 자석은 동물의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조각이 나눠져 있었다. 내가 한 조각을 붙이면 수지가 내가 붙인 조각에 맞는 나머지 조각을 맞추기도 하고, 수지가 선생님처럼 칠판을 들고 나에게 동물을 붙여보라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 놀이를 여러 번 반복했다. 평소엔 수지가 한 가지 놀이를 계속하려고 하면 내가 같이 놀아 주다가도, 다른 할 일이 생각나면 "잠시만" 하면서 일어나 버리고, 다른 것에 눈을 돌리고, 아이가 계속하고 싶어 해도 내가 중간에 끊은 적이 많았다.


그런데 수지가 원하는 놀이를 중간에 끊지 않고 같이 계속해주니, 아이가 그 놀이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도 그 순간에 아이와 놀이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마음이 훨씬 편하고,  그 시간이 나에게 명상과도 같았다. 다른 생각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 그러다 보니 아이와 노는 게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다 하고 나니 수지가 나를 자기 놀이방으로 이끌었다. 도형 맞추기 교구가 있어 그 놀이를 하게 됐는데, 교구를 쌓아 올렸다가 무너뜨리며 놀았다. 그리고 교구에는 색깔이 다양하게 있었는데, 수지가 색깔 이름을 하나하나 말했다. 수지는 색깔을 잘 구분하고 말한다.


그러다가 내가 영어로 색깔 단어를 알려주었다. 초록색은 그린, 노란색은 옐로 라고 하면서, "수지야 옐로 어디 있지?" 이런 식으로 놀이했는데, 수지가 영어 단어를 맞추기 위해서 고민도 하며 재밌어했다.


영어 단어로 몇 번 알려줘도, 그걸 다 기억하거나 잘 맞추진 못했지만 이건 영어가 목적은 아니었다. 그냥 놀이로 시작한 거였는데, 수지가 너무 재밌어하니 나도 덩달아 재밌었다.


내가 말한 색깔과 다른 교구를 고르면, "수지야 이거 아니야. 레드는 빨간색~"이라고 말하면 수지가 "아~" 하면서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했다. 맞춰도, 못 맞춰도 그냥 이 놀이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엄마가 재밌게 같이 하니, 아이도 더 재밌어한다. 한참 그렇게 색깔 맞추기 놀이를 했다. 도형 맞추는 목적으로 나온 교구라고 해도  꼭 모양만 맞춰야 한다는 법이 없다. 이 모형 조각 하나로도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다. 아이와 놀다 보면 원래 제 목적과는 다른 새로운 놀이를 창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영어단어 맞추기 놀이를 한참 하고 나니 수지가 영어책을 들고 온다. 보면서 읽어주고 책 내용에 나오는 영어를 수지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수지가 대답도 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게 시작한 놀이로, 수지는 그 후에도 책 여러 권을 가지고 와서 읽어 달라고 했다.


아이에게 묻고 참여하는 책 읽기를 하니, 수지가 똑같은 책을 몇 번 더 읽고, 읽을수록 재밌어했다.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책이 아닌 엄마가 물어보고, 아이가 맞춰보고, 아이가 물어보면, 엄마가 맞춰보는 이런 책 읽기도 흥미로웠다.


책에 나오는 인물 하나로도 아이와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재창조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상호작용하는 책 읽기를 하니, 아이가 책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며 계속 반복해서 보기도 했다. 똑같은 걸 계속 읽어도 아이는 지루해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건 계속 본다.


이런 시간을 통해서 아이와 교감하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사실 집에 있으면 모든 시간을 아이와 노는 것에만 보내기는 어렵다.


집에서도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러나 집안일을 다 했거나, 조금 미뤄도 되는 일이라면 아이의 곁에 최대한 있으며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한다. 노는 것을 지켜 봐주기만 해도 아이는 엄마가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해한다.


이렇게 같이 놀아주니, 유튜브 영상은 찾지도 않는다. 계속 엄마와 놀이할 수 있는 놀잇감들을 찾아온다.


수지는 자기가 놀이를 주도해서 나에게 어떤 역할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역할에 맞게 내가 잘 맞춰주면 정말 열정적으로 집중해서 같이 잘 논다.


아이와 같이 놀다 보면 아이의 어휘력이나, 표현력에 놀라기도 한다. 이 시간은 내 아이의 세계를 탐구하는 시간이다. 수지와 같이 놀 때마다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내 아이의 키가 자라고, 몸무게가 늘어나고, 손 발이 점점 자라는 변화는 가만히 있어도 그냥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내면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것은 아이 곁에서 놀며 관찰할 때 발견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아이와 정서교감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아이 곁에 있어주며, 아이가 노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다. 집안일을 조금 나중으로 미루게 되더라도, 아이와 함께 놀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며 정서적으로 친밀한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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