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던지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내가 좋아하고 꾸준히 하는 취미이자 습관 중에 하나가 독서다. 많이 읽든 적게 읽든 양에 상관없이 매일 책을 읽는다. 틈만 나면 한다.
책을 읽고 나면 꼭 하는 것이 있는데 독서기록이다. 아직 기록하지 못한 책들도 수두룩 하지만, 어쨌든 차례차례 정리를 하고 있다.
나의 독서기록 방식은 일단 책을 한번 읽을 때 마음에 와닿는 문구나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을 인덱스 테이프로 체크해둔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표시해 둔 부분을 다시 펼쳐서 독서기록장에 기록한다. (독서기록은 아이패드 메모장에 폴더를 하나 만들어서 하고 있다.)
독서기록장에는 책 제목, 저자, 읽은 기간을 적고 그 아래에 내가 하이라이트 해놓은 책의 문구를 기록한다. 그리고 책 문구 밑에는 그 내용에 대한 내 생각을 적는다.
어떤 문구는 읽는 순간 들어지는 생각이 있어서 바로 적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문장을 다시 읽어 볼 때, 깊이 생각하게 되는 글들도 있다. 예전에 독서기록이 이렇게 습관으로 자리 잡기 전에도 책을 읽고 나름 메모를 하긴 했었다.
그때는 표시해 둔 문구를 그저 베껴 쓰듯이 하고 다시 안 본 적도 많았다. 책 읽는 순간엔 ‘좋다’ 했다가 그 후에 다시 그 책을 안 보게 되니 내가 그 책을 왜 좋게 읽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생각이 안나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한번 읽고 다시 곱씹지 않으니 금방 잊어버렸다.
분명 읽을 땐 좋았는데 읽고 나서 남는 게 없이 그냥 흘러가버리는 게 허무하고 아까웠다. 그래도 책을 안 읽는 것보단 읽으면서 좋은 영향을 받긴 했지만, 그 좋은 영향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래서 책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이 내용을 내 삶에 적용하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독서기록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기록하다 보니 벌써 많은 책이 나의 기록장에 쌓였다.
독서기록을 하니, 언제든 내가 내 폰 메모장을 열어서 보고 싶을 때 그 책 내용을 다시 보고 음미할 수 있었다. 독서기록은 나름 내 방식대로 정리한 요약본 같은 거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가르침을 주고, 울림이 된 내용들과 내 생각도 정리를 해놔서 독서기록 한 걸 보면 다시 책을 한번 더 읽는 것 같았고, 책 내용을 생각하기에 참 좋았다.
다시 보고 싶은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책을 다시 여러 번 읽어도 좋지만, 독서기록은 수시로 자주 꺼내서 읽어보며 이 책을 보며 느낀 내 마음도 잠잠히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나에게 좋은 책은 계속 읽을수록 생각과 지혜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마음에 씨앗이 심기듯,
책의 문장들이 내 마음에 심기고,
내가 그 문장을 계속 꺼내어
되뇌고 생각할수록
마음에 심긴 씨앗이 내 행동에
싹을 틔우고 내 삶에 꽃을 피운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서,
책을 읽고 나서 독서기록 하는 걸
즐기게 되었다.
내가 하는 독서기록은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만 보고, 나를 위해 적는 것이니 다른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적는다. 그리고 적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놀라기도 한다. 내 안에 이런 마음이 있었고, 내가 이 글을 보고 이런 영향을 받았구나 하고 새삼 다시 발견하게 된다.
독서기록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리는 내 일상에 대한 글쓰기도 나를 알아가고,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너무나 좋은 활동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을 적는 것 또한,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고 나서 쓰는 독서기록의 좋은 점 중 또 하나는 책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덩그러니 있으면 내가 나에게 뭘 질문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책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나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책이 던진 질문에 나의 답을 적는 것도 내가 하는 독서기록이다.
내가 기록해 둔 독서기록장은
내 삶에 대해 스스로 생각한 답들이다.
삶에 정해진 답은 없다. 모든 사람은 다 각자의 답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가진 답을 몰라서 타인에게서 그 답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어쩌면 자기를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나답게 살아가려면 답은 나에게서 찾아야 한다.
내 인생을 타인이 만든 답에, 타인의 기준에 맞춘 답으로 살아가면 나답게 사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다. 처음엔 타인이 만든 길을 좋게 생각해서 따라가다가도, 결국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 인생의 답은 내가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에 대한 답이 분명히 내 안에 존재한다. 나는 이 답을 책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서 생각할 수 있었고 지금도 알아가고 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을 때 내 인생을 내가 주도해서 살 수 있다. 세상이 하라고 하는 대로 살며 아무 질문 없이, 대답만 하는 삶을 사는 건 수동적인 삶이다. 나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나둘씩 나에 대한 질문이 늘어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을수록 내 마음에 활력이 생기고, 내가 진정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냥 몸이 숨 쉬고 살아서 사는 게 아닌, 내 마음이 살아서 움직이며, 내가 내 삶을 이끌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며 나에게 계속 질문한다. 책의 저자가 말한 답 말고, 나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본다.
최근에 오은환 님의 ‘꽃은 누구에게나 핀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내 인생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가?”
이 질문에 나는 바로 이렇게 답했다.
“의미, 행복, 사랑, 나눔 이것만 있으면 충분하다.”
내가 추구하는 삶이 이런 삶이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내가 원하는 게 뚜렷하게 보이니, 이것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에만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이렇게 나를 알아가고, 내가 살고 싶은 삶으로 가까이 가는 이 순간들이 감사하다.
이러니 책을 안 읽을 수 없고, 독서기록을 안 할 수가 없다. 삶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사는지가 중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내 삶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그냥 의미 없이 허무하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생각하며,
생각의 힘을 키우고,
나 자신을 더 알아간다.
내가 나에 대해 아는 만큼 나답게,
내가 원하는 내 삶을 살 수 있다.
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책을 다 읽고 그냥 덮어버렸다면 이제 그 책의 단 한 문장이라도 붙잡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 보시길 추천한다.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그 문장을 곱씹고 또 곱씹으며, 그 문장이 나에게 어떤 울림이 되었고, 왜 내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 문장을 내 것으로 소화하고 내 삶에 녹여내는 것이다.
그 문장이 나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까지 찾아보자. 그리고 내 답을 찾고 나면 내 마음이 말한 답으로 내 삶이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