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인가
점심시간에 조리원 동기 동생을 만났다. 동생 회사가 내 회사와 차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이전에도 몇 번 점심시간에 맞춰서 1시간 외출을 쓰고 2시간 정도 만났었다. 그리고 올해 들어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몇 달 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처럼 반가운 동생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약속 장소에 들어왔다. 우리는 점심으로 초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에 쌓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초밥을 다 먹고 나서는 카페로 향했다. 진짜 속 깊은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엔 역시 카페가 최고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리 둘 다 아이 엄마고, 조리원 동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아이 이야기만 해도 할 말이 너무나 많았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자기 얘기를 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동생이 이런 얘기를 했다.
“지난번에 언니 만났을 때, 나 그때 참 힘들었던 시기였어. 그런데 언니 만나고 정말 힐링이 되고 너무 좋더라. 그때 언니랑 이야기하면서, 내가 나 스스로 틀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맞추려고 하며 내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리고 언니를 보면 육아를 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참 잘 챙기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보여. 언니는 육아를 하면서도 참 긍정적이고 의욕이 넘치는데, 난 그렇지 못해서 언니와 내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하게 됐고, 혼자 가지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어. 난 항상 남편과 아이를 앞에 두고 나는 뒷전이었거든. 그런데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마음이 좀 나아지더라. 그러면서 내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어. 나 언니 만나서 참 좋은 영향을 받았어.”
동생이 나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걸 처음 듣게 돼서 조금 놀라기도 했고, 감동을 받았다. 나를 만나고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동생에게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참 고마웠고,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자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했다는 말에 이렇게까지 내 말을 경청해 주고 진심으로 들어주었다는 것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나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더 큰 힘을 받았다. 내가 좋은 영향을 주려고 굳이 애쓴 것이 아닌데, 나에게 마음을 열고 있던 동생이 내 안에 있던 좋은 마음을 끌어당긴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의 삶에 적용시켜 힘들었던 마음에서 벗어나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동생이 참 대단했다.
본인은 자기를 뒷전으로 한 시간 동안 힘들었는데,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었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 마음이 있어서 그 마음에 좋은 마음이 만나주었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지난번에 내가 동생을 만나서 무슨 얘길 했는지 다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히 기억나는 건 그때 동생이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했고, 나도 내 이야기를 편하게 했다. 그리고 동생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해 주었다. 내 이야기를 들으며 동생의 눈이 반짝이던 게 기억난다. 그때 우리 만남이 너무 좋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만남의 횟수는 많지 않은데, 만날 때마다 대화가 참 좋았고 만나고 나면 더 힘을 받는 느낌이었다. 동생과 대화를 나누며 마음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내 안에 더 깊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만나고 나면 기가 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에 든든한 힘을 충전한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내 마음을 긍정의 힘으로 가득 채운다. 이번에 본 동생과의 만남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되었고, 힘이 되었다.
나 자신은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한다. 나 스스로 나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관찰해야 한다. 내가 나에게 관심을 가질수록 나에 대해 새로운 것도 더 많이 알게 되고 나와 더 친해진다.
때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
있는 나를 보며 내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한 번씩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성격이 달라서,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것을 떠나서 그 사람 자체가 풍기는 기운이 나에게 좋게 닿는 사람도 있고, 나 또한 타인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친절하면 세상은 나에게 친절로 화답한다. 내가 배려하면 세상도 나에게 배려를 돌려준다. 이건 사람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이 내 곁에 온다. 내가 나를 존중하면 내 주변 사람들도 나를 존중해 준다. 이건 내 경험상 정말 그런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자신이 없고 나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도 나를 쉽게 대한다. 존중보다는 무시의 태도로 나를 대한다. 그런데 내가 나를 정말 귀하게 여기고 나를 아껴주는 마음으로 대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직위가 높아도 나이가 많아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생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며 내가 생각하는 나와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는 내 모습을, 동생이 있는 그대로 봐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삶을 그저 충실히 살아갈 때,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내가 굳이 나서서 무언가 좋은 영향을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내가 내 삶을 정성스레 살아갈 때, 자연스레 좋은 기운이 주변에 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은 내가 주도해서 사는 것이지만,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예 벗어날 순 없다. 어떻게든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이 관계 속에서 나와 얽힌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보며,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를 전부라 생각하고 그것에 집착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나 스스로 내 모습을 알고 믿는다면, 타인의 말에 쉽게 휘둘리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아는 것이고, 내 중심을 지키는 것이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은 동생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다행히 나 지금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된 삶을 살지만 그 속에 타인이 들어와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는 마음의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나를 소중히 여길 때, 타인의 삶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 삶을 정성스럽게 살아가면 내 삶에선 향기로운 향이 난다. 그리고 그 향이 퍼져서 내 주위도 향기롭게 만든다. 그 향기로운 향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이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삶인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이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