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세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쓰는 글.
23년 6월 14일, 오늘은 우리 수지의 세 번째 생일날이다. 수지와 보낸 시간이 딱 3년이 되었고, 이제 36개월 아기가 되어서 어디 가서 할인받는 것도 안 되는 개월수가 되었다. 참 많이 컸다.
오늘 수지 생일이라고, 생일 케이크 사서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촛불도 후 하고 끄자고 하니까 수지가 오늘 자기 생일이란 것을 알고 좋아했다. 어린이집에서도 수지 생일 파티 해준다고 하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아침 등원 할 때 울고 들어갔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서 신나게 뛰면서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오늘이 수지데이라는 것을 수지도 충분히 만끽하는 거 같았다.
기분 좋은 수지를 보니,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았다. 수지의 행복이 나에게도 전해진다. 행복과 기쁨은 같이 있으며 전파가 되는 것 같다. 내 아이가 좋아하니, 나도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수지의 생일이 되니, 수지를 낳는 날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수지는 예정일보다 3주 더 일찍 태어났고, 태어났을 때 몸무게가 2.5킬로가 채 안 돼서, 조리원에서 유일하게 미숙아였다. 정말 작았는데, 수지는 금방 살이 붙고 포동포동하게 잘 컸다.
수지를 낳던 날, 난 새벽에 양수가 갑자기 터져서 정신없이 병원으로 갔고, 새벽에 간 거라 당직 의사 한 분 계셨는데 다행히 마침 나를 봐주시던 의사분이셨다.
내가 병원으로 이동하고, 의사 선생님이 내 상태를 보기 전까지 이미 양수가 많이 나온 상태여서,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 골반이 아주 좋다고(?) 자연분만을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혹시 아이의 심박수가 느려지거나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나는 자궁문이 빨리 열리는 바람에 무통주사를 맞아야 할 시기를 놓쳐, 무통주사를 맞지 못하고 생진통을 다했는데, 출산하기 전에 출산의 고통이 이렇다 저렇다 표현한 말들이 많았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어떤 표현도 이 고통에 맞는 표현은 없었다.
이건 이 세상 고통이 아니다 하는 느낌만 들었다. 이러다 죽겠다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고, 뭐라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아파하는 동안 남편이 계속 옆에 있었는데, 남편은 내가 진통을 할 때부터 아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울었다.
아파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너무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하며 내 손을 잡아주고 이마에 입 맞춰 주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정말 많이 울었다.
남편이 우는 걸 연애하면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누구나 다 우는 감동적인 영화를 봐도 울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수지를 낳던 그날 남편은 정말 많이 울었다. 그날 이후로는 지금까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출산의 고통을 겪으며 너무 힘든 그 순간에, 남편이 나와 같이 아파해주고 날 보며 더 아파하는듯한 그 모습이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남편이 날 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나를 감싸고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는 중에도 많이 우는 남편을 보며 그 모습에 감동받고, 고맙고,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우리 아기를 남편도 같이 출산하고 있다는 느낌, 여하튼 많은 마음이 들었다.
그날 아기는 무사히 건강히 잘 나왔고, 아기가 태어난 직후 겉에 묻은 태지와 피를 닦아내고 내 품에 처음 안겼을 때 그 따뜻했던 아기의 온기가 생각난다. 아기가 참 따뜻했다.
그리고 수지를 출산한 그날은 아기를 낳은 기쁨보다 남편에 대한 감동과 고마움이 더 컸다. 내 평생 절대 잊지 못할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의 그 모습.
그날 남편이 나에게 카드를 써줬는데, 원래도 나를 많이 사랑했는데 오늘 너무 아파하는 나를 보니 자기도 정말 힘들었다고, 오늘을 통해서 내가 널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더 알게 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감동이었다. 내가 이런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것에 새삼 더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었다.
그리고 수지를 향한 사랑은 아이를 키우면서 더 더 많이 커져갔다. 너무 사랑스럽게 이쁘게 잘 자라고 있는 수지.
내가 수지 엄마가 되어 너무 행복하고, 내 딸이 수지여서 너무 행복하다. 내 세상에 수지가 행복의 정원을 마구마구 만들고 있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 정말 크고, 아이를 통해 성장해 가는 나 자신의 모습도 너무 좋다. 내가 부족할지라도, 수지에겐 완전한 엄마라고 믿는다. 완벽한 엄마는 못돼도, 난 완전한 엄마다.
아이에게 정말 사랑만 주고 싶다. 사랑 많이 받고, 사랑 가득한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수지.
오늘은 하원하고 나서도 수지 기분이 너무 좋았고, 어린이집에서도 내내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집에 와서, 우리 세 식구 같이 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수지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수지의 얼굴에서 “나 정말 너무 행복해!” 하는 게 보였다. 정말 행복해하며,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우리 수지. 오늘 같이 있으면서 여러 번 ‘수지야 생일 축하해~’ 하고 말해주었다.
내 아이가 내 삶에 선물처럼 와주었다. 이 소중한 선물 이쁘게, 잘, 사랑하며 지켜가고 싶다.
우리 수지 생일을 정말 축하해, 많이 사랑해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