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타인과 나누는 기쁨
손글씨 연습 삼아 필사를 한지 세 달이 되어간다. 좋은 글을 필사하면서 나의 내면도 좋은 마음으로 채우고, 글씨체도 점점 더 좋아졌다.
신경 써서 쓴 글씨로 한 페이지 채운 내 노트를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노트 사진을 찍어 내 인스타 스토리에 종종 올리곤 했다.
일일이 연락은 다 못해도, 나 이렇게 지내고 있어라고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인스타에 내가 요즘 손글씨 연습을 하며 필사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을 은근히 알렸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필사 한 페이지 쓰고 혼자 기분이 좋아서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한 지인에게서 이런 디엠이 왔다.
"수지 엄마 인스타보고 저도 손글씨 써보려고요~ 글씨 이쁘네요^^ 요즘 글 쓸 일이 없었는데 자극받았어요~"
이 메시지를 보낸 지인은 수지가 4살 때 다닌 어린이집 친구H의 엄마였다. 이분은 아이가 5살이 되던 해에 부산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이제 동네에서 못 보게 되었는데 수지랑 이 분의 아이인 H가 워낙 잘 지냈고, 놀이터에서도 자주 놀았었다. 그런데 이사로 인해 멀리 가는 게 아쉬워서 서로 연락처와 인스타 아이디를 공유하고 종종 연락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몸이 멀어지다 보니 자주 연락은 못했지만, 그래도 인스타로 서로의 소식을 보며 잘 지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고 때로는 댓글을 달며 안부를 묻고 있었다.
그러다가 H의 엄마가 인스타에 올라온 내 손글씨 사진을 보고 자극받아서 자기도 손글씨를 써보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받으니 뭔가 기다리던 편지를 받은 것처럼 반가웠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손글씨 연습 해보세요, 필사해보세요’ 하고 추천하고 다닌 것도 아니고, 그럴 목적으로 사진을 올렸던 것도 아니다.
그냥 나 스스로 만족스럽고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올리고 싶었을 뿐이다. 내 인스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흔적 남기기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인스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 좋아하는 풍경, 좋아했던 장소, 좋아하는 사람 등. 그리고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아놓은 수집품 같은 인스타에 손글씨 사진도 하나 더 추가되었다.
손글씨 사진도 나만의 이런 즐거움을 소소하게 누리는 기분으로 가볍게 올린 건데, 사진에 자극을 받아 자기도 손글씨 써보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으니 좋은걸 같이 나눈다는 기분에 너무 반갑고 좋았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답했다.
"정말요?! 저 손글씨 쓰는 거 재미 들려서 매일 필사하면서 쓰는데 너무 좋아요~ 추천합니다. 요즘 진짜 손글씨 쓸 일 잘 없잖아요. 일부러 쓸 일 만들어서 써야 하는데 하다 보니 힐링 돼요^^""
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좋은 걸 서로 나눈 기분이 들어 왠지 흐뭇했다.
손글씨 연습으로 시작한 필사가, 손글씨 교정은 물론이고 매일 나에게 긍정적인 말을 들려주게 되었다.
좋은 글을 읽는 것도 좋지만,
좋은 글을 내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것도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기쁨이 있다.
이제 필사는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내가 좋아하는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내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준 이 손글씨 필사를 내 주변 사람들도 해보고 싶다며 관심을 가지는 게 너무 좋다. 좋은 건 나눌수록 더 좋다. ‘내가 좋으니 너도 하라’는 강압적인 것은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의 취미 생활이나, 활동하는 것을 보고 ‘어? 이런 것도 있구나,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도 많았다.
나도 타인에게서 좋은 자극을 받고,
나도 타인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것.
서로가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손글씨가 이뻐지고 싶은 단순한 마음에 시작한 필사 덕분에 내가 한층 더 성장한 것 같다. 하기 전과 하고 난 후가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낀다. 글씨체도 연습을 하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
손글씨 연습을 하면서 내가 노력하는 만큼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게 나에게 더 없는 기쁨이 된다. 그리고 손글씨 필사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영향을 주는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 내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취미이자, 내 일상을 더 행복하게 하는 행복 조각 하나를 만난 것 같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