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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pr 29. 2024

역시 거제에서는 생선구이를 먹어야 해

바닷가에 오면 바다음식을 먹어야 한다

거제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와서는 점심을 먹었다. 점심메뉴는 생선구이로 정했다. 바다가 있는 지역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항상 생선구이를 먹는다. 남편은 회를 좋아하지만, 아이가 있다 보니 횟집에는 아이가 먹을만한 게 없기도 하고, 나도 회를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라 모두가 잘 먹고 좋아하는 생선구이를 먹는다.

 

거제에는 생선구이집이 수도 없이 많은데 이 중에 한 군데 고르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식당 중에서 실패 없이 맛집을 찾는 우리 부부의 방법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우리만 아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얘기하기는 조금 머쓱하지만 그래도 말해본다. 우리의 맛집 선정 방법은 티맵인기맛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티맵인기맛집은 실패가 없다. 블로그보다 더 확실하게 믿고 간다. 아직까진 한 번도 실패가 없었다.


이번에 거제 여행을 갈 때 점식 식사를 어디서 할지는 미리 정하지 않았다. 여행 전에 먹고 싶은 메뉴와 당일 끌리는 음식이 다를 수도 있으니.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가면 여행지에 가서 메뉴를 정한다. 이렇게 해서 이번 점심 메뉴는 ‘미락’이라는 생선구이집을 갔다.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온 후라, 위치는 지금 있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 중 티맵인기맛집으로. 그래서 한 5분 만에 식당에 도착했다.


1박 2일 여행을 와서 이동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만족스러운 여행에 한몫한다. 모두가 맛집이라고 해서 지금 있는 곳에서 거리가 먼데도 가면, 가서 또 기다려야 하고, 이동하는 중에 배고픔이 극에 달해 가족 모두 신경이 예민해질 수 있다. 그러면 별거 아닌걸로도 마음이 상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와서 맛있지 못하게 먹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지에서 식사를 하러 가게 되면, 지금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가까운 곳으로 간다.




생선구이집에 도착하니 간판만 봐도 '아 맛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 식구는 다 배가 매우 고픈 상태여서 맛있는 식사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수지도 “밥 언제 와” 하면서 보챈다. 배고파하는 아이랑 아빠가 가위바위보 놀이를 해주었다. 그러니 수지는 잠시 배고픔을 잊고 깔깔 웃으며 놀았다.  


남편과 아이가 귀엽게 노는 모습을 보니 배는 고프지만 마음은 든든해진다. 외식을 하러 식당에 가면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수지는 아빠랑 잘 논다. 손으로 하는 이런저런 놀이를 한다. 가위바위보 놀이 하나에도 웃음이 빵빵 터진다.


별 거 아닌 것에 웃는 아이는, 언제나 이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별거 아닌 것도 특별하게 만드는 아이의 마법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와 함께하며 소소한 모든 것을 사랑스럽고 특별하게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만들어간다.


한참 귀여운 놀이를 하고 있다 보니, 음식이 나왔다. 메인메뉴는 생선구이인데 된장찌개에 부추전에 각종 밑반찬이 한상을 가득 채운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푸짐한 한상이다.

출처-뚱보유랑단 내지 허뚱 블로그(내 사진이 이상해서 빌린 사진)


난 사진은 하나 남기고 싶어, 급히 사진 하나 찍고 배고프다고 아우성인 배에 짭조름한 간이 잘되어 있는 생선을 한입 넣어주었다. 먹자마자 너무 맛있어서 “우와 맛있다!”란 감탄이 절로 나왔다. 평소에도 생선구이를 좋아해서 종종 먹으러 가는데, 진주에서 먹은 생선구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정말 맛있었다. 모두 바다에서 건져 올린 똑같은 생선인데도 왜 이렇게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정말 맛있었다.


남편도 수지에게 줄 생선을 다 발라준 후에 뒤늦게서야 한입 먹었다. 먹자마자 진짜 맛있는 걸 먹을 때 나오는 남편의 심각한 표정이 나온다. 남편도 맛있게 잘 먹었고, 수지도 맛있다며 발라준 생선 한 그릇을 금방 다 먹었다.  


역시 바닷가에 오면
바다 음식을 먹어야 하는구나.


 거제에 오면 무조건 생선구이만 먹어야지 하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우리 식구는 100%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기분 좋게 식당을 나왔다. 식당을 나오니, 입구에 지렁이가 있는 걸 수지가 발견했다. 안타깝게도 죽어있는 지렁이었는데 수지는 “어 지렁이다!” 하더니 쭈그리고 앉아서 한참을 구경했다.


난 지렁이 보는 것도 징그러워서(지렁이 미안)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데, 수지는 옆에 딱 붙어서 고개를 숙이고 관찰한다. 지렁이를 보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지렁이를 보는 아이를 볼 때마다 궁금하다.



“엄마는 지렁이 무서워?”

“응 엄마는 지렁이 무서워”

“난 안 무서운데”

라고 말하며 수지가 배시시 웃는다.


자기가 엄마보다 용기 있다고 생각하며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지렁이 앞에 머물렀다. 수지는 지렁이를 보며 좋아하고, 우리 부부는 그런 수지를 보며 좋아했다. 지렁이 관찰을 다 마치고 우리는 차에 탔고, 기다리고 기대했던 숙소 거제벌버디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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