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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pr 28. 2024

거제에 가면 모노레일을 꼭 타세요

전망대에서 만난 인생 풍경

거제에 도착해서 먼저 간 곳 은 거제관광모노레일이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계룡산 전망대에서 세워준다. 전망대에서 30분 정도 머무르고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였다. 모노레일을 타고 산을 올라가며 본 풍경은 온통 초록빛인 숲이었다. 내가 자연 안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 됐다. 곧게 뻗은 나무가 우거진 숲이 아름다웠고, 그 시간 나뭇잎은 햇살을 받아 더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풍경이다.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며 한참을 타고 올라갔다. 내 옆에 앉은 수지는 곳곳에 보이는 동물 조각상이 보일 때마다 ’안녕‘하고 인사하고,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주며 인사하며 재밌어했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전망대에 도착했다. 사실 모노레일을 타기 전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냥 모노레일 타고 산 구경하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왔다. 그런데 내 눈앞에 펼쳐진 경치를 보는 순간, 여기에 와야만 했던 이유를 만난 것 같았다. 아무 기대 없었던 마음에, 전망대에서 본 풍경은 내 마음을 감동과 행복으로 꽉 채워주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내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내가 본 적이 없어서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아름다움을 마주하자, 할 말을 잃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산에서 들리는 새소리는 내가 이 아름다운 곳에 와있다는 걸 더 실감 나게 해 주었다. 기분 좋게 적당히 부는 바람이 내 피부에 스치는 것도 행복했다.


전망대에서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바다는 모든 것이 멈춘 듯 고요하고 잠잠했다. 난 바다를 볼 때 종종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 이곳에 바다와 나만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서 바다를 보면 잔잔한 듯해도 항상 물결치고 있고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물러나면서 돌에 부딪혀 찰싹 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바다는 항상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멀리서 보는 바다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바람 따위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외부의 어떤 영향을 받아도 난 잠잠하다는 듯이 고요하다.


이토록 넓고 아름다운 바다의 고요함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에도 묵직한 고요함이 들어온다. 


바다를 보기 전까지 했던
크고 작은 생각들이 저 바닷속으로
다 들어가 버린 것 같다.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보니,
바다가 나에게 비움의 마음을 선물해 준다.


이 아름다움을 오래 보고 싶어서 전망대의 한 자리에 계속 서서 바라봤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잠시만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아쉬워서, 더 오래 그 순간을 붙들어두고 싶었다. 이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더 선명하게 보고 싶어서 눈앞의 풍경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했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에,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 아름다움만 온전히 느껴야지 하고.




처음에 모노레일을 탈 때 1인당 18,000원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 같은 풍경을 보고 나서는, 이 돈 주고 와서 볼만할 가치가 충분히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기 오길 잘했다고 남편과 여러 번 말했다.


어린 수지는 풍경을 보고 감동받거나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좋아했다. 전망대에 있던 벤치. 거기에 기대어 비스듬히 누울 수 있는 벤치가 있었는데, 수지는 그 벤치가 마음에 들었는지 벤치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벤치에는 엄마 아빠도 못 앉게 하고, 수지가 들고 간 아기 인형만 앉혀주었다. 어찌나 그 벤치를 아끼던지, 우리 부부가 풍경에 빠져 감탄하고 있을 때 수지는 벤치에 온전히 빠져 있었다.


서로 좋아하는 포인트가 달랐지만, 어쨌든 우린 그 장소에서 각자의 좋음을 충분히 만끽했다.


전망대에 있는 30분이 아쉽게도 빨리 지나갔다. 사진에는 다 담기지 않는 아름다움을 내 눈에 담고 기억 속에 담았다. 지금도 눈감으면 그 풍경이 떠오른다. 너무나 뚜렷하고 선명한 화질로 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이 풍경을 남편도 정말 좋아했다. 보면서 “우와, 우와” 하는 감탄이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남편은 우리가 신혼여행 가서 봤던 괌 바다보다 여기가 더 이쁘다고 했다. 그 정도로 참 좋아했고, 참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같은 감동과 행복을 느끼고,
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그 순간이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아름다운 곳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는 것. 이것보다 더 좋은 여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거제 1박 2일 첫 여행의 코스가 너무 좋았다. 우리의 설렘은 더 커졌다. 앞으로 더 좋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웃으며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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