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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y 01. 2024

리조트 룸에 혼자 있으며 느낀 충만한 여유

내게 주어진 휴식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가장 기대했던 숙소, 거제벨버디어에 왔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해마다 거제 벨버디에 오는 것 같다. 이 연재글의 첫회에도 소개했지만 벨버디어는 아이들과 오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https://brunch.co.kr/@lalla1021/373


리조트 안으로 들어가니 호텔에서 나는 그 특유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에 스친다. ‘진짜 여행 왔구나’ 하는 게 실감이 난다. 한껏 들뜬 기분으로 내가 앞장서서 남편과 수지를 에스코트했다.  


간단하게 체크인을 하고 우리가 예약한 룸으로 왔다. 우리가 이번에 머무른 룸은 방 2개인 오션뷰 스위트룸이었다. 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아 좋다’ 란 말이 절로 나왔다. 문을 여니 맞은편에 바로 보이는 테라스 창밖으로 청량하게 푸른 하늘과 빛나는 바다가 보인다.

‘그래, 이 풍경 보려고 왔지.’


수지도 신나서 이방 저 방 구경하며 뛰어다녔다. 수지는 호텔에 올 때마다 창문 커튼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노는데, 이 날도 어김없이 커튼을 열고 닫으며, 숨바꼭질하며 놀았다.


신나게 방 구경을 다 한 수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수영하러 갈 거야!”라고 했다. 거제 오기 며칠 전부터 ‘우리 여행 가면 수영할 거야’라고 했더니, 수지는 수영할 기대감에 충만해 있었다. 곧바로 노란 땡땡이 수영복을 입히고 수영장으로 나섰다. 수영장으로 가는 수지의 발걸음은 가볍다 못해 날아다녔다. 수영장에는 남편과 수지만 들어갔다.


나는 용종 제거 수술을 한지 며칠 되지 않기도 했고, 남편이 나에게 혼자 좀 쉬라고 시간을 주었다. 그래서 수지와 남편이 수영할 동안 나는 방에서 좀 쉬기로 했다. 정말 고마운 자유시간이었다.




수지와 남편이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나는 디카페인 아이스 카페라테 하나 사들고 룸에 왔다. 이 룸이 다 내 것 인 것 마냥 혼자 있으니 또 너무 좋다. 커피를 마시면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이 날 있었던 일들을 아이패드 메모장에 기록했다. 이 순간 충만하게 행복했다.

‘내가 바로 이 여유를 누리고 싶었구나 ‘


내가 평소에 늘 바랬던 여유였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면 푸른빛의 하늘과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햇살이 들어오는 방은 아늑했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 쓰고 책을 읽으니 이 공간이 온통 휴식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내가 딱 여행 와서 느끼고 싶었던 이 여유로움.


남편과 수지가 수영하고 언제 올지 모르니, 나에게 주어진 이 여유를 최대한 잘 즐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글도 쓰고, 소파에 누워서 책도 읽고, 잠시 눈감고 음악을 들었다가,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윤슬에 반짝이는 바다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 안에 휴식과 쉼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반신욕을 하려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원래 반신욕을 좋아하는데 요즘 한동안  하지 못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짐을 싸고, 아이 챙기고 구경하느라 그 사이 피로가 쌓였다. 피곤이 온몸을 쑤셨다. 피로가 쌓여 무거운 몸을 따뜻한 욕조물에 담그니 피로가 천천히 가시는 느낌이었다.


조용한 욕실에 나만 있는 이 고요함이 참 좋았다. ‘지금 이 공간에 오직 나뿐이구나’ 하는 마음이 선명해졌다. 고요함 속에서 더 뚜렷해지는 내 존재를 느꼈다. 이토록 평온한 고요함을 음미하며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아, 정말 행복했다.  


‘내가 이런 시간을 참 좋아하는구나, 내 마음깊이 느끼는 행복함은 이런 데서 오는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렇게 한동안 고요함 속에서 나만의 휴식을 즐기고 있다가, 수영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과 수지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에 이 휴식은 끝이 났다.




이 고요한 휴식시간을 가지며 난 충만하게 쉼을 누리고 충전했다.


휴식을 누리는 시간의 길이보다
더 중요한 건 내게 주어진 휴식 시간에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마음이었다.


내가 날 돌보고 챙기는 그 시간 속에서 난 진정한 휴식을 할 수 있었다. 몸의 피로만 푸는 게 아니라, 마음의 피로까지 다 풀리는 휴식.


수영을 마치고 돌아온 수지는 더 귀여워진 모습이었다. 몇 시간 동안 물놀이 하며 놀다 왔는데 지친 기색 없이 여전히 해맑고 천진난만했다. 수영장에서 어땠고 저땠고, 뭘 했고 뭘 봤는지 이야기해주는 수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수지는 수영이 재밌었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반신욕만으로 다 풀리지 않고 남아있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은 언제나 사랑이다. 힘이 나고, 뿌듯함을 느낀다.


나는 나대로 잘 휴식하고, 남편과 수지는 수영장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세명 다 행복함으로 충만하니, 같이 있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그리고 기분좋게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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