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주는 힐링
실컷 수영을 하고 와서 배고픈 아이와 남편을 위해 저녁을 먹으러 푸드코트로 내려갔다. 거제벨버디에 내에 ‘고메이’라는 푸드코트가 있는데 여기는 한식, 중식, 양식, 분식,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내 입맛대로 골라 먹으면 된다. 멀리 나가지 않고 리조트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 매우 편하다.
우리는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골랐고, 포장해서 룸으로 가져와 편하게 먹었다. 음식을 사들고 올라가면서 “역시 여행 와서는 돈 쓰는 재미야” 하며 남편과 웃으며 말했다.
여행 와서는 아무래도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는 모든 면에서 제한되는 것들이 많다. 아주 빡빡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생활비 가 이만큼이니 이 안에서 어느 정도 써야지라고 하는 선도 고, 과소비 하진 말아야지 하는 내면에 깔려 있는 생각들이 있다. 물론 내 여건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한 절제를 하며 내 생활을 지켜나가는 건 좋다.
그런데 여행을 가면 평소에 지켜야 했던 그 선에서 조금 벗어나게 된다. 약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큰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생각 안 하고 그냥 편하게 “여행 왔으니까 이거 사 먹자!” 한다. 여행 와서는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최대한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되는 것 같다. 불편한 마음이 아니라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 세 식구는 룸에서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설거지 할 필요가 없으니, 남은 음식과 쓰레기만 정리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평소 퇴근 후 집에 오면 식사준비를 하고, 식사하고 나면 설거지하기 바쁘고 집정리 좀 하고 나면 어느새 어두워져 아이 잘 시간이 되곤 했었다. 아이가 자기 전 함께하는 저녁시간이 참 짧은데, 이마저도 집안일 이것저것 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더 짧아진다. 이게 늘 아쉬웠다.
그런데 여행 와서는 이런 집안일로 바쁘지 않으니 너무 좋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여행을 가니, 유명한 명소에 구경 가지 않아도 호텔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힐링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너무 좋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여유와 휴식으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리프레쉬하며 새로운 활력의 공기를 들이켠다. 여행에서 느끼는 이 여유와 휴식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내 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힘이 된다.
이 날 저녁 우리 세 식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핸드폰으로 수지 어릴 적 영상을 봤다. 어쩌다 보게 된 아기 수지 영상을 한번 보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수지도 자기가 지금보다 더 아기였던 시절을 보며 재밌어하고, 우리 부부도 너무 귀여운 아기 수지의 모습에 즐거웠다. 이렇게 한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에 빠져서 시간을 보냈다.
이 순간이 참 좋았다.
저녁을 먹고 세 식구 각자 따로 시간을
가지는 게 아니라,
한 자리에 모여 같은 것을 보고
좋아하는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이가 잠들기 직전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여유롭고 행복한 저녁 시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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