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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y 08. 2024

의무에서 벗어나 여백을 누리는 여행

1박2일 여행은 그냥 쉬다 오는겁니다  

여행 첫날밤 푹 잘 잤다. 아침에 나보다 먼저 잠이 깬 수지는 일어나서 나를 깨웠지만 좀 더 자고 싶던 나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엄마 깨우기를 포기한 수지는 "그럼 나 커튼 연다~" 하더니 방 커튼을 열었다. 커튼이 걷히자 바다가 보인다. 수지는 바다를 보고 “바다다~!”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바다 풍경을 나에게 쫑알쫑알 이야기해 준다. “엄마 배가 있어~ 사람이 걸어가고 있어~ 이쁘다아~”


아이가 귀여운 목소리로 말해주는 아침 바다 풍경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그제야 나는 몸을 일으켜 수지와 같이 바다를 보러 테라스로 나갔다.


고요한 아침 바다가 내 눈에 들어온다. 보자마자 “와 너무 좋다” 란 말이 절로 나온다.  내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니 마음이 탁 트이면서 황홀함에 젖는다. 정말 아름답다. 아침에 보는 바다는 특히 잔잔하고 더 고요하다. 아침의 고요함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게 바다인 것 같다.


바다를 보며 “후~” 하고 숨을 들이쉬니 아침의 시원한 공기가 코로 들어오며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여행 와서 보는 바다는 언제나 행복이다. 이래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오션뷰를 선택한다.


아마 내가 바다가 없는 내륙지역에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산은 내가 사는 곳에서도 늘 볼 수 있는데 바다는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 번씩 여행을 가면 바다 있는 지역을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바다를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너 정말 보고 싶었어’ 하는.




아침식사는 리조트 조식을 먹지 않고, 간단히 편의점에서 사 먹었다. 이전에는 여행 가면 무조건 조식을 먹었는데, 빵 하나, 과일 몇 조각, 요플레 먹으면 배불러서 안 먹는 아이도 몇만 원 되는 비용을 내고 조식을 먹는 게 좀 아까웠다. 나도 아침에 먹는 양이 많지 않기도 해서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조식을 안 먹기로 하니, 시간에 쫓기지 않고 더 여유로웠다. 그리고 배가 고파질 때쯤 편의점에 가서 각자 먹고 싶은 걸 골라서 방으로 왔다. 남편은 잠을 더 자고 나는 수지와 나란히 거실 테이블에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별 거 아니지만 아이와 같이 앉아 아침을 먹는 그 순간도 참 좋았다.


여행의 효과인가. 평소 아침엔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곧바로 난 출근준비에 아이는 등원준비를 하느라 쉴 틈 없는데, 여행 와서는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이후에도 시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여유로운 행복을 느꼈다.




우리 일상 속에는 늘 의무가 있다. 5살의 어린아이도 유치원을 가야 하는 의무가 있고, 나도 직장을 가야 하는 의무가 있다. 퇴근하고 나서도 아이를 하원시킬 의무, 저녁 식사를 준비할 의무, 설거지를 하고 집안일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아이가 잠들 때까지 내 하루는 의무로 가득하다. 의무적인 일만을 하고 산다면 아마 답답해서 숨쉬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일상과 의무 사이에 여백이 있어야 한다. 의무로 촘촘한 일상에서도 중간중간 내가 잠시 숨 쉬고, 마음전환 할 수 있는 것들은 곳곳에 넣어두었다. 독서, 글쓰기, 명상, 음악 듣기, 자연 보며 멍 때리기 등 이 모든 것이 내가 숨쉬기 위해 마련해 놓은 나의 여백이다.


여행을 와서는 의무보다는 이 여백의 시간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오면 자유롭고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의무에서 벗어난 시간,
의무는 줄어들고 여백이 많아진 시간,
이 시간이 나에게 주는 평안함이
 내 삶을 더 충만하게 해 준다.




1박 2일로 가는 짧은 여행은 일정을 촘촘하게 잡지 않았다. 그냥 쉬다 오는 여행으로 정했다. 우리는 늘 일상에서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오늘도 내일의 할 일을 계획하고, 더 나아가서는 1년 뒤, 나의 노후까지 지금 생각하며 산다. 자기 계발과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라고 재촉하는듯한 사회적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잘 못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무언가를 안 하는 시간이 너무 필요한데도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쉬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해야만 내 삶이 더 나아진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백이 없는 삶은 창문 하나 없는 방 안에 갇혀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방안을 화려화고 좋은 것으로 가득 꾸며놓아도, 하늘 한번 볼 수 없고, 공기 순환을 시킬 수 없는 방이라면 거기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내 일상에 여백은 내 마음 방에 창문을 여러 개 두는 것이다. 바람도 쐬고, 하늘도 보고, 고개를 내밀어 바깥 풍경도 보고. 그렇게 내 마음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촘촘한 일정이 아닌 느슨한 일정으로,
시간 가는 대로 그저 나를 맡기고 가는
 이번 여행은 여백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만족으로 충만해지고, 여유로 채워지는 마음에 행복이 피어나는 여행.


아이와 느긋하게 일어나, 고요한 아침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고, 이다음에 뭘 해야 하고 몇 시까지 어딜 가야 할 일정 없이, 내가 먹고 싶을 때까지 먹고, 보고 싶은 바다를 실컷보고, 내가 쉬고 싶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시간. 이런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이렇게 마음에 여유를 충만하게 누린 후, 나는 아이와 아침 산책을 하러 천천히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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