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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y 13. 2024

이번 여행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

아이와 함께한 아침 산책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수지와 나는 아침 산책을 하러 나갔다. 벨버디어 야외 수영장 근처에 작은 뽀로로파크가 있는데 여기는 거제벨버디어 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수지와 구경하러 온다. 작년에 오고 올해 또 와도, 아이는 여기 처음 온 것처럼 즐거워한다.


“우와!” 하며 뽀로로 정원을 누비는 수지가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수지를 닮은 루피 모형옆에 서서 루피 웃는 얼굴을 따라 하기도 하고, 다른 캐릭터들도 하나하나 보며 ‘안녕’ 하고 인사한다. 신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수지를 보니 참 행복했다. 어디 다른 데 멀리 가지 않아도, 아이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뽀로로 파크에서 한참 놀며 즐거워하다가,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눈에 가득 들어온다. 너무 아름다워서 “수지야 저기 바다 봐바~ 너무 이쁘지?”라고 하며 내가 바다를 바라보니, 수지도 바다를 쳐다봤다. 바다를 수없이 많이 본 나도 바다를 볼 때마다 바다가 내뿜는 아름다움에 감탄하는데, 바다를 별로 본 적 없는 아이는 바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괜히 궁금해진다.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수지와 함께, 오래도록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바다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해변으로 내려갔다. 벨버디어 앞 해변은 몽돌해변이어서 동글동글 돌을 밟으며 걷는 느낌이 모래사장을 밟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바다 가까이에 간 수지는 돌을 집어 들어 바다로 퐁당퐁당 던지며 놀았다. 난 그런 수지 뒤에 자리 잡고 앉았다.


바닷가에는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고요했다. 아침 바닷가의 잔잔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 고요함 속에서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소리와, 수지가 바다에 돌을 던질 때의 ‘퐁당’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가만히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 눈앞에 바다에 집중하며 아무 생각 없이 잠잠히 바라보았다. 참 보고 싶었던 풍경이었다. 바닷물이 찰랑 거리는 소리는 내 마음에 평안한 물결을 일으켰다. 바다를 바라볼수록 내 마음은 더 잔잔해져 갔다. 하루종일 이렇게 바다만 바라보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래도록 누리고 싶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에 푹 빠져있었는데, 돌을 던지고 놀던 수지가 갑자기 내가 있는 쪽으로  내 옆에 돌 하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엄마 이건 두근두근 마음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이 정말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수지가 이쁜 말로 내 마음에 감동의 파도를 일으켰다. 그 말을 하고 나서는 씨익 웃더니 다시 돌 던지기 놀이를 하러 갔다. 수지가 준 두근두근 마음이라는 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돌이 ’나는 수지의 마음이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두근구근 마음 돌


수지가 이 말을 하기 전에 이 돌은 그저 바닷가에 있는 수많은 돌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수지가 두근두근 마음이라며 나에게 주는 순간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돌이 되었다. 그리고 이 순간은 영영 잊지 못할 보석 같은 순간이 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행복했던 아침이었다.


아이와 함께한 아침 산책 한 이 시간이 내가 이번 여행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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