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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y 23. 2024

아이와 단둘이 카페에서 보낸 시간

작은 순간들의 행복

아이와 해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바로 가지 않고 리조트 내 '블랙업' 카페에 들렀다. 이 카페는 한 면이 전부 통창이어서 바다뷰가 잘 보인다.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디카페인 카페라테를 시키고, 수지는 레드벨벳 케이크를 골랐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사악했다. 디카페인 카페라테 하나에 7천 원이라니. 여행 온 게 아니었다면 평소에 이 돈 주고 커피는 절대 사지 않았을 텐데, 이것도 여행 와서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소비도 조금 더 여유롭게 하게 된다.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있으니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가 나왔다. 수지와 나는 마주 보고 앉아 각자의 비싼 디저트와 커피를 먹었다. 수지는 케이크가 입에 잘 맞는지 케이크 한 조각을 혼자서 거의 다 먹었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지금 내가 보는 바다뷰는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 같았다. 바다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마음이 잔잔해지고 고요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이 좋아서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하염없이 보고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 앞에 앉아있는 수지를 봤다. 입가에 케이크를 묻혀가며 야무진 포크질로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가 너무 귀엽다. 지금 이 순간, 보고 싶은 바다를 보며 사랑하는 아이와 카페에서 여유를 누리고 있는 게 정말 행복했다. 여행 마지막 시간까지 여유와 행복으로 빈틈없이 채우는 느낌이었다.


카페에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꼭 절친한 친구랑 같이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유일한 단짝 친구. 이 작은 존재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마음이 든든하고 편안하다. 수지가 내 옆에 있어서 참 좋았다. 이 좋음을 온 마음으로 충만하게 느끼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여행 중 아이와 함께 카페에서 보낸 시간은 아주 작은 조각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작은 조각 하나가 빠지면 내 일상에 큰 구멍이 날 것 같다.


아이와 함께하는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내 일상을 온전한 행복으로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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