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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09. 2024

좋은 게 많아서 참 좋다  

모든 게 좋다는 아이

우리 집 거실 중앙에는 아이의 화려한 티니핑 텐트가 있다. 핫핑크색의 오색찬란한 캐릭터가 가득 그려진 텐트는 우리 집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텐트를 집에 들인 초반에 수지는 매일 같이 텐트 안에 들어가서 살더니 며칠 지나자 그 열기도 식었다. 텐트 안에 들어가는 횟수가 많이 줄어서 텐트를 치우려고 하면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한다.  


한 번은 오랜만에 텐트 안에 들어가서 잘 놀고 있는 걸 보고, 수지가 우리 집에 있는 자기 물건 중에 뭘 가장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어봤다.


“수지는 우리 집에 있는 것 중에 뭐가 제일 좋아?"


“난 모든 게 좋지.”


수지의 이 대답을 듣고 ‘아 너무 이쁜 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이런 상황에서 다 좋다는 말을 하고 싶으면 ‘다 좋아요. 다 괜찮아요.’라고 하는데 그 말보다 아이가 말한 ‘모. 든. 게’ 좋다고 하는 그 말이 참 이뻤다. 단어선택도 어쩜 이렇게 이쁜 것만 하는지. 나도 언젠가 이런 대답을 할 상황이 오면 ‘모든 게 좋아요.’라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고 보니 수지에게 ‘A가 좋아? B가 좋아?’라고 물으면 수지는 ‘A도 좋고 B도 좋아.’라고 자주 말했다. 어느 한 가지만 좋은 게 아니라 아이는 정말 그 두 개다 좋은 것이다. 두 개중에 무엇이 더 좋은지 우선순위를 매기고 싶어 한 마음을 수지는 다 흩어버린다.


항상 모든 게 좋다고 하는 아이를 보면 그냥 좋게 말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이 모든 게 좋다는 마음이 가득해서 나오는 말임을 느낀다.


좋은 게 많아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내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내가 가진 좋은 것에 집중한다. 마음이 충만해진다.


내 곁에 아이를 보며 오늘도 좋은 마음을 배운다. 이 세상을 행복으로 바라보는 눈이 날마다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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