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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02. 2024

엄마에게 사랑비를 내리는 아이

 비오는 날 아이와의 러브스토리

오후에 비 예보가 있던 날이었다. 하늘은 곧 언제든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무거운 구름들로 가득했고 아이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니 빗방울이 가늘게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우산이 없었고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곧 거센 비가 될 것 같아 걸음을 서둘렀다.


“수지야 비 온다 어떡해~ 빨리 가자”


서두르는 나에게 수지가 자기 머리 앞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내가 막아줄게”


키가 작은 수지는 나에게 내리는 비를 막아주고 싶어 있는 힘껏 손을 뻗었지만 겨우 자기 머리 위였다. 수지는 손이 내 머리 위에 닿지 않자 “엄마 비가 안 막아져”라고 말했다.


나는 비 오기 전에 얼른 집에 가야겠단 생각만 했는데 수지는 엄마에게 내리는 비를 막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 어린아이가 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비 보다 어떻게 엄마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비를 더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작은 아이의 마음엔 내가 차마 헤아릴 수 없는 넓은 바다 같은 사랑이 있는 것 같다.


아이의 따스한 말이 내 마음에 사랑비가 되어 쏟아졌다. 이런 비라면 언제든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에게 내리는 비를 막아준다는 아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고맙다고,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집으로 가는동안 두 손을 꼭 잡고 같이 가랑비 속을 지나갔다. 가느다란 빗방울은 내 머리카락을 적시고 아이는 내 마음을 사랑으로 흠뻑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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