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다정한 아이의 말
나는 회사에서 먹을 점심 도시락을 매일 챙겨간다.
하루는 나물비빔밥을 싸고 있는데 수지가 내 옆에 와서 구경했다.
“엄마 이게 뭐야?”
“엄마 도시락이야. 수지는 유치원에서 밥 먹지? 엄마는 회사에서 도시락 먹어.”
“그래?”
“이것 봐봐. 엄마는 고추장도 넣을 거야.”
그러고는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같이 비볐다.
수지는 이걸 보더니 신난다는 듯 콩콩 뛰면서 말했다.
“엄마 이거 비벼 먹으면 맛있어!
엄마 맛있게 먹어!”
내가 먹을 도시락을 싸는데 수지가 와서 맛있게 먹으라고 해주니 챙김 받는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았다.
엄마가 맛있게 먹을 걸 생각하며 즐거워하는 수지였다.
이 날 점심은 수지가 맛있게 먹으라고 말해 준 덕분인지 평소보다 더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이날 저녁 수지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도시락 맛있게 먹었어?”
“응! 맛있게 먹었지!”
이렇게 말하고 수지를 와락 껴안았다. 날 생각해 주는 아이가 너무 고맙고 이뻐서 애정표현을 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마음이었다. 아이의 다정한 말에 내가 사랑을 가득 받고 있음을 느낀다.
숨길 수 없는 게 감기와 사랑이라고 하는데,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면 어떻게든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는 자기 안에 가득한 사랑을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사랑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아이를 보면서 참 많이 느낀다.
매일 같이 도시락을 싸는 게 너무 익숙한 일상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맛있게 먹으라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도시락을 싸는 순간이 행복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 생각이 나서 행복했고 다 먹고 나서 아이가 맛있게 먹었냐고 해주는 말에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행복했다.
사랑은 관심이고 관심은 다정한 말로 드러난다. 엄마에게 한없이 다정한 말만 해주는 아이가 내 마음을 환하게 밝힌다.
엄마가 되고 확실히 내 삶이 조금 더 밝아졌다. 내 세상을 밝혀주는 빛 같은 아이가 곁에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엄마 되길 정말 잘했다.
이 브런치북은 이 화를 마지막으로 합니다.
브런치북 연재를 하면서 아이의 이쁜 말을 한번 더 되새기고 기억하며 마음에 담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브런치북 연재는 마무리하지만, ‘아이의 이쁜 말’은 매거진으로 만들어서 계속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