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원시키고 놀이터에서 한참 놀다가 초저녁이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땀에 절은 수지를 씻기려고 준비하다가 문득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마침 노을이 지고 있던 시간이라 하늘이 핑크빛으로 변해 있었다.
오랜만에 본 핑크빛 하늘이라 반가웠던 나는 수지에게 외쳤다.
“수지야 저기 하늘 봐봐! 하늘이 핑크색이야!”
내 말에 수지도 창밖을 보더니 “어? 가보자” 하며 창문 앞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핑크색 하늘을 같이 바라봤다. 가까이서 보니 더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하늘에 푹 빠져서 감탄하고 있는데 수지가 말했다.
“하늘에 누가 색칠했나 봐”
핑크빛 하늘에 감탄하고 있던 나는 수지의 이 말에 더 감탄했다. 어쩜 이런 표현을 하는 걸까.
하늘에 물감을 색칠한 것 같다는 표현은 책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런데 글자를 아직 읽을 줄 모르는 수지가 그런 문장이 나오는 책을 읽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데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투명한 마음에서 올라오는 순수한 아이의 표현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정화되고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는 아름다운 표현을 배우지 않아도 이미 마음에 다 담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핑크빛 하늘을 같이 바라보며 아이의 이쁜 말에 감탄했던 이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핑크빛 하늘을 보며 웃고 있는 우리를 향해 하늘도 웃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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